국내 최초 UAE 할랄 인증 도축장 횡성케이씨 전원석 대표
할랄(Halal)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을 뜻한다. 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이 먹고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돼지고기와 알코올이 포함되지 않아야 하며 육류는 이슬람 도축법을 따라야만 할랄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전 세계 무슬림 인구는 현재 20억 명에서 2030년 25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글로벌 할랄식품 시장이 2028년까지 연평균 6.2%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수요를 바탕으로 할랄 산업은 식품 업계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했다. 특히 중동과 동남아시아 무슬림 시장을 겨냥한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본격화하는 추세다. K-콘텐츠 확산으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시장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역시 2025년 12월 ‘글로벌 K-푸드 수출 확대 전략’을 발표하고 중동 등 유망시장 진출을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할랄식품 수출지원 협의체’를 가동하는 등 민·관 협력 기반도 강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주목되는 사례가 강원 횡성군의 대표 특산물 ‘횡성한우’다. 횡성한우는 국내 최초로 할랄 인증을 획득하고 2025년 9월 30일 아랍에미리트(UAE)에 첫 수출을 시작했다.
이는 같은 해 1월 ‘횡성케이씨’ 도축장이 UAE 할랄 인증 도축장 승인을 받은 데 이어 9월 11일 UAE 기후변화환경부(MOCCAE)로부터 수출작업장 승인을 획득하면서 가능해졌다.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모두 통과하며 중동 시장 진출의 제도적 기반을 갖춘 것이다.
UAE는 소고기 소비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고소득 프리미엄 시장이다. 현재는 호주·미국산 비중이 높지만 최근 일본산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고품질 한우 역시 UAE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UAE는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가운데서도 할랄 기준이 엄격한 국가로 꼽힌다.
횡성케이씨 전원석 대표는 ”UAE 진출은 카타르, 바레인, 오만,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시장을 확장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횡성케이씨는 할랄 인증을 위해 도축장 시설과 공정 전반을 전면 개선했다. 이에 따른 비용과 시간, 인력 투입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전 대표는 ”중동 지역으로의 한우 수출은 전례가 없던 터라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처음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할랄 인증으로 한우의 중동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횡성한우’ 전용 도축장으로 알려져 있다.
횡성케이씨는 강원 횡성군에 있는 ‘소 전용 도축장’으로 연간 약 1만 5000두의 한우를 도축하고 있다. 횡성군 조례에 따라 ‘횡성한우 품질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유일한 지정 시설이다. 다른 도축장을 거칠 경우 인증서가 발급되지 않는다. 시중에 유통되는 인증 횡성한우는 모두 이곳을 통해 생산된다.
국내 최초로 UAE 할랄 도축장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 몇 안 되는 소 전용 도축장이라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국내 도축장은 대부분 소와 돼지를 함께 도축한다. 할랄 기준상 소와 돼지는 함께 도축할 수 없다. 일반 도축장 입장에선 소만 취급할 경우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우리는 애초에 소 전용 도축장이어서 이러한 제약에서 자유로웠다. 할랄 기준에 맞는 공정 전환도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특히 교차 오염 위험을 최소화하고 위생 수준을 높인 점이 인증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할랄 인증 과정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할랄 도축장은 일정 경력을 갖춘 무슬림 도축사를 4명 이상 고용해야 한다. 내부에 할랄위원회를 구성해 생산 공정을 관리·감독해야 한다. 도축 전에는 기도문을 낭독하고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게 원칙이다. 우리는 에어건을 사용해 도살 전 소를 기절시킨다. 소를 도살할 때는 ‘다비하’라는 규정된 도살 방법에 따라 전용 칼을 사용해 목 앞쪽과 경동맥을 절개한다. 전 과정은 무슬림 도축사가 맡는다. 도축 이후에도 일반 고기와 할랄 고기는 분리 보관해야 한다. 가공부터 포장, 보관, 운송 등 유통과정 전반에 걸쳐 하람식품(haram food·무슬림에게 엄격히 금지되는 식품)과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
그럼에도 할랄 인증에 나선 이유는?
중소 도축장이 생존하려면 무슬림 국가로 수출 판로를 넓히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무슬림 인구가 전 세계의 25%에 달한다. 새로운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할랄 인증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도축 공정은 물론 위생 설비와 관리 시스템 등 시설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개선을 진행했다. 말레이시아 출신 도축사 4명도 채용했다. 인력 확보부터 비용, 절차까지 쉽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지역 축산업계와 횡성군,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 현지 조사와 인증 절차 대응, 시설 개선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인증을 받았을 때 성취감이 컸다.
국내에서 UAE의 할랄 인증이 가능한가?
국가별로 인증 기준과 절차가 다르다. 말레이시아는 재단법인 한국이슬람교(KMF)를 통해 할랄 인증 대행을 한다. 우리는 2024년 3월 말레이시아 할랄 인증을 취득했다. 다만 말레이시아 정부의 수출작업장 인증은 받지 못해 실제 수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UAE의 경우 국내 인증기관이 없어 일본 할랄 인증기관(JIT)을 통해 진행했다. JIT 인증은 중동 지역에서도 통용된다. 일본 할랄 인증기관이 직접 실사를 진행했고 이를 통해 UAE 수출 작업장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
중동 국가 중에서도 UAE를 선택한 이유는?
UAE는 한우 수출을 위한 위생·검역 조건이 공식 승인된 중동 내 핵심 시장이다. 소비력이 높고 프리미엄 축산물 수요가 크다. 특히 두바이를 중심으로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이 밀집해있어 고품질 소고기에 대한 시장 잠재력이 크다. 지난해 6월 두바이와 아부다비에서 열린 할랄 한우 론칭 행사에서도 현지 반응이 뜨거웠다. UAE를 기반으로 카타르 등 주변 국가로 한우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중동 시장에서 한우가 경쟁력이 있나?
두바이의 고급 레스토랑 시장은 일본 와규가 주도하고 있다. 마케팅이나 영업도 유효했겠지만 결국 중요한 건 ‘맛’이다. 한우와 와규는 풍미 면에서 차이가 있다. 한우는 풍부한 마블링과 부드러운 식감을 바탕으로 깊은 육즙과 풍미를 갖고 있어 와규와는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다. 실제로 와규에 익숙한 현지 소비자도 한우의 맛과 식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현재는 최고 등급(투플러스)과 등심·안심·채끝 등 일부 부위에 수요가 집중돼있다는 점은 과제다. 다양한 부위로 소비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정부가 K-푸드의 중동 시장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인가?
할랄 인증을 받는 과정은 시설과 인력, 공정 전반에 걸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복잡한 절차다. 특히 인증 획득 이후에도 이를 유지하기 위한 정기 심사와 관리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 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보다는 인증 정보와 절차를 통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국가별로 상이한 인증 기준과 절차를 체계적으로 안내하고 기업들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K-할랄 제품에 대한 해외 홍보·마케팅 지원도 필요하다. 할랄 인증을 획득하더라도 현지 시장에서 인지도를 확보하지 못하면 실제 수출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전략적인 홍보와 판로 개척 지원이 병행된다면 중동 시장 진출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다.
강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