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부터 24일까지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또 럼 베트남 당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열고 공동 번영을 위한 미래 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 2025년 8월 또 럼 당서기장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국빈으로 한국을 방문한 지 8개월 만에 이뤄진 답방이자 4월 초 출범한 베트남 새 지도부의 첫 국빈 초청 행사다. 양국은 4월 22일 ‘원전 개발 협력 가능성 검토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포함한 12건의 MOU를 체결했다. 교역·투자를 비롯해 문화·인적교류 등 미래지향적 분야에서 협력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또 럼 당서기장의 환대에 사의를 표하며 양국이 서로를 첫 국빈 방문국으로 선택한 점이 관계의 각별함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럼 당서기장의 지도력 아래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베트남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한국은 베트남의 ‘2045년 고소득 선진국 진입’ 비전 실현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로서 물류, 교통, 에너지, 인프라와 같은 하드웨어 분야부터 과학기술, 지적재산, 창조산업 등 미래 산업까지 전방위적인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럼 당서기장도 ”매우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회담을 통해 양국 발전 상황과 지역·국제 정세 등 공동 관심 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2030년까지 교역액 1500억 달러 목표
양국은 2030년까지 교역액 15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교역·투자 분야에서 호혜적 협력을 넓혀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열처리가금육 상호 수출에 처음으로 합의했고 ‘동물 위생 및 검역 협력 양해각서’를 바탕으로 농축산품 교역 확대를 가속화하기로 했다“며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경영 여건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씀해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안정을 위한 공동 의지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베트남의 신규 원전 건설과 전력 인프라 사업 참여를 통해 양국이 에너지 전환 등 전략적 협력의 새 지평을 열어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또 럼 당서기장도 공감을 표하며 에너지 안보 파트너십을 확대해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중동 상황에서 비롯된 공급망 불안정성 속에서 양국 간 협력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데 공감했다“며 ”굳건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에너지·인프라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고속철도, 신도시, 신공항 등 베트남의 국가 개조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우리 기업의 참여 방안도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호찌민시 도시철도에 대한 한국 철도 차량 수출 계약이 베트남 철도 인프라 개선에 기여하길 바란다“며 ”신도시·신공항 사업에서도 양국 인프라 협력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럼 당서기장 역시 베트남의 국가 발전 과정에서 한국의 경험을 배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AI·반도체·금융까지 미래 산업 협력 구체화
과학기술·디지털과 인재 양성 등 분야에서도 미래지향적인 협력 방향을 구체화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된 ‘한-베 과학기술혁신 협력 마스터플랜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핵심 산업 공동연구와 연구 인재 양성 지원을 확대해나가는 데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또 럼 당서기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과학기술 발전 정책을 지지하며 한국도 적극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금융 분야에서도 협력 확대 의지를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금융기관의 베트남 진출 확대를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또 럼 당서기장은 관련 지원 의지를 밝히며 금융 분야 디지털 전환과 혁신을 위해 양국 금융당국 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보건 분야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베트남의 보건 역량 강화와 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해 지원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의료소외지역이자 우리 국민 방문이 많은 중부 지역의 응급의료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중부지역 응급의료체계 강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포사회 지원 강화… 체류 여건 개선 논의
양 정상은 한·베트남 다문화가정과 자국 내 상대국 동포사회의 안정적인 체류를 위한 지원 확대에 의견을 같이했다. 이 대통령은 전 세계 재외 한국학교 중 규모가 두 번째로 크고 과밀학급 문제를 겪고 있는 호찌민시 한국국제학교의 부지 확장과 교원 노동허가 문제에 대한 베트남 측의 관심을 당부했다. 이에 또 럼 당서기장은 관계기관과 지방정부가 해당 사안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럼 당서기장께서 베트남을 방문하는 우리 국민의 안전과 베트남 내 재외동포, 한·베트남 2세의 편리한 체류를 지원해주겠다고 말했다“며 ”한국 내 베트남 노동자와 결혼이민자의 권익 증진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약 500만 명에 이르는 인적 교류를 더욱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양 정상은 한반도를 비롯한 지역·국제 정세에 대해서도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역내와 국제사회의 번영에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하고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조속히 회복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성장하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구상을 설명했고, 또 럼 당서기장은 우리 정부의 대화 재개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며 ”국제무대에서도 긴밀히 소통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이외에도 ‘경호안전’, ‘지식재산’, ‘물 안보’, ‘수중문화유산’ 등 분야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에 합의했다.
800년 인연처럼 우정도 결실 맺도록
이번 베트남 국빈 방문은 싱가포르·필리핀 방문, 인도네시아 대통령 국빈 방한 접수에 이어진 대(對)아세안 릴레이 정상외교의 연장선에 있다. 핵심 협력국인 베트남과 정치·경제·문화 전반에서 최상의 파트너십을 완성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베트남 측은 이를 반영하듯 이 대통령의 방문에 극진한 예우를 갖췄다.
4월 22일 오후 하노이 주석궁 대정원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는 예포 21발이 울려 퍼졌다. 파란색 상의에 빨간 스카프를 두른 현지 어린이들이 양국 국기를 흔들며 이 대통령 내외를 맞이했다. 의장대는 양국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예포를 발사했고 양국 정상이 의장대 앞에 도착하자 베트남어로 ”대통령님의 건안을 축원드립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같은 날 정상회담 이후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또 럼 당서기장은 만찬사를 통해 ”지난해 8월 방한 당시 저와 베트남 대표단을 따뜻하게 맞아주신 대통령님과 한국 국민 여러분의 진심 어린 환대를 귀중히 여기고 기억한다“며 ”상호 방문은 양국 간 우정과 유대를 더욱 깊게 하고 협력 관계도 더욱 돈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는 베트남 리 왕조의 이용상 왕자가 고려에 정착한 지 800년이 되는 해“라며 ”800년 전 뿌려진 인연의 씨앗이 울창한 숲으로 자라난 것처럼 양국이 함께 키워가는 우정도 다음 세대를 위한 풍요로운 결실로 이어지도록 힘을 모아가자“고 화답했다.
이어 ”‘100개의 강이 모여 하나의 바다를 이룬다’는 베트남 속담처럼 대한민국을 가로지르는 한강과 하노이를 흐르는 홍강이 이 자리에서 하나로 이어지고 있다“며 ”오늘 나눈 비전과 약속이 수많은 협력의 물줄기가 돼 마침내 공동 번영이라는 큰 바다에서 함께 만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찬에는 정부 관계자 외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주요 기업인이 참석했다.
이근하 기자 베트남 신지도부 연쇄 회담 원전·교통 인프라·에너지 등
핵심 분야 전략적 협력
이재명 대통령은 또 럼 당서기장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4월 23일 레 민 흥 총리, 쩐 타인 먼 국회의장과 잇따라 회담을 갖는 등 베트남 새 지도부 전원과 교류했다. 이는 양국 간 장기적·안정적 협력 관계를 다지는 데 의미가 있다.
이 대통령은 흥 총리와의 회담에서 원전·교통 인프라·에너지 등 핵심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확대해 양국의 새로운 성장 기반을 함께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역내 경제 성장의 견인차인 베트남의 성공은 우리 모두의 성공“이라며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로서 베트남의 성장 목표 달성에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안정적인 에너지와 물류의 흐름이 산업을 지탱하고 효율적 금융 인프라가 자금의 흐름을 가속한다“며 ”과거에 한국은 원전을 통한 에너지 자립, 고속도로 및 철도를 통한 물류 혁신, 투명한 금융 결제 시스템이라는 세 가지 핵심 인프라에 집중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물리적·제도적 결합이야말로 한국이 단기간에 경제 도약을 이뤄낸 결정적 엔진이었다“며 베트남 정부와 새로운 ‘홍강의 기적’을 만들어가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아울러 한국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총리의 지원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먼 국회의장과는 한·베트남 의회 교류 활성화 방향 등 현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베트남은 상호 3대 교역 파트너이자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 유치국“이라며 ”베트남 국회가 양국 관계 발전을 일관되게 지원해준 덕분에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도 의장님의 리더십으로 양국 관계가 굳건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베트남 국회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도 참석해 협력 확대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베트남 동포 간담회 ”동포 헌신이 양국 관계 발전 이끌어…
안정적 활동 지원 약속“
이재명 대통령은 4월 22일 베트남 국빈 방문 첫 일정으로 하노이 시내 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 참석해 향후 양국 교류의 확대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관계는 참으로 특별하다“며 ”2022년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해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 협력을 하는 핵심 파트너가 됐는데 이번 방문을 통해 관계를 더욱 미래지향적이고 전략적인 수준으로 발전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또 ”방문 기간 베트남 지도자들과 만나 원전과 인프라, 과학기술 혁신 등 전략 분야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며 ”공급망 안정과 지속 가능한 성장, 기후변화 대응 등 글로벌 과제에 대해서도 고도의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의 공통점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두 나라는 외세를 자신들의 힘으로 극복한 점, 동족끼리 전쟁의 고통을 겪은 뒤 우뚝 일어서는 과정 등이 많이 닮았다“고 짚었다. 아울러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U-22(22세 이하)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언급하며 양국 관계의 친밀함을 부각했다.
이 대통령은 ”베트남 전래동화 ‘떰과 깜’은 한국의 ‘콩쥐팥쥐’와 꼭 닮아있다. 끈끈한 정서적 유대감을 지닌 양국 국민의 호감과 교류 덕분에 양국 관계는 수교 불과 한 세대 만에 엄청난 발전을 이룬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20만 명 규모로 성장한 베트남 동포사회는 아세안 최대 규모이자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공동체가 됐다. 여러분의 땀과 헌신이 오늘날 양국 관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동포 지원 의지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역경을 딛고 도약한 경험을 공유하는 한국과 베트남의 협력 관계는 우연이 아니라 동포 여러분이 만들어온 필연의 결과“라며 ”정부는 여러분이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재외 동포의 의견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고민해보겠다는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