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의 제1원칙 "국장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제2원칙, "제1원칙을 절대 잊지 마라."
국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회자된 '투자의 1·2원칙'이다. 여기에 '곱버스도 국장이다'라는 자조 섞인 표현까지 더해지며, 국내 주식 시장을 향한 불신이 하나의 밈처럼 자리 잡았다. 이러한 말이 퍼진 배경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반복되는 주가조작 논란, 중복상장으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기업의 소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등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국내 시장을 '신뢰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형성됐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정부가 자본시장 전반의 구조를 바꾸기 위한 '체질개선'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18일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를 통해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간단하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주주 중심의 시장 구조로의 전환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주가조작 대응을 위해 조사 권한을 확대하고 신고 포상금을 강화하는 한편, 중복상장은 '원칙 금지' 기조를 도입했다. 또한,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과 일반 구간으로 나누는 '승강제'를 통해 시장 경쟁과 구조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다.
정부는 해외 투자자들을 국내 시장으로 유도하고자 RIA(국내시장 복귀계좌)를 신설했다. RIA는 해외 주식을 매도한 자금을 국내 주식시장에 재투자할 경우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계좌로, 최대 5000만 원 한도 내에서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해당 자금은 1년 이상 국내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 등에 투자해야 혜택이 유지되며, 중도 인출 시 세제 혜택이 제한된다.
이러한 변화는 실제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2020년부터 수년째 주식 투자 중인 개인 투자자 A와 B 씨 만나 이번 자본시장 정상화 간담회에 따른 체감도를 들어봤다.
2020년부터 수년째 주식 투자 중인 개인 투자자 A와 B 씨를 만났다. (본인 촬영)
Q. "국장은 하지 않는다"는 투자 원칙, 지금도 유효하다고 보시나요?
A. 이 말이 왜 나왔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국장은 하지 않는다"라는 말과 함께 과거 코스피가 '박스피'라고 불렸던 것도 결국 주가가 일정 범위에서만 움직였기 때문인데, 그 배경에는 시장 자체에 대한 불안정성과 기업들이 주가를 적극적으로 끌어올리지 않는 구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B. 또한, 구조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구조적으로 코스피는 결국 나스닥이나 S&P를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구조가 투자자들에게 미국 시장을 더 신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Q. 금융위원회가 주가조작 대응을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B. 처벌이 중요한 요소입니다. 미국은 주가조작에 대해 강한 처벌이 이뤄지는 반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신고 포상금을 부당이득의 최대 30%까지 확대하는 정책은 신고 유인을 높인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고 봅니다.
Q. 처벌 강화 정책의 실효성은 어떻게 보시나요?
A. 취지는 긍정적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기준을 어떻게 적용할지가 중요합니다. 코스닥 일부 기업은 규모상 특정 자본이 유입되면 자연스럽게 주가가 움직일 수도 있는데, 이를 어디까지 조작으로 볼 것인지 구분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벌 강화와 함께 명확한 기준 설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금융위원회는 위와 함께 주식 리딩방 단속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Q. 코스닥 승강제 도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A. 긍정적으로 봅니다. 시장은 자율도 중요하지만, 일정 수준의 관리도 필요합니다. 특히 부실기업이나 저성과 기업이 계속 시장에 남아 있는 구조는 개인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일정한 정리 구조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B. 상장 단계에서도 기업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기업 가치가 과대 평가된 상태로 상장된다면 이후 어떤 제도를 도입해도 문제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단계부터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Q. 중복상장을 '원칙금지 + 예외허용'으로 관리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A. 아주 중요합니다. 투자자는 기존 주식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이 한국 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요인 중 하나였고, 이번 정책은 그런 구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B. 이 부분이 미국 주식과 한국 주식의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구글(Google)을 예로 들면 쉽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도 많이 언급되는 사례인데, 미국은 구글이라는 주식 하나지만, 국내에서는 구글이 ㈜구글, 구글 유튜브, 구글 딥마인드, 구글 웨이보 등 수많은 기업으로 쪼개기 상장이 된다는 점입니다. 특히 쪼개기 상장이 될 때 기존 주주의 가치는 상당히 훼손되기에, 중복상장 규제 정책은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한국 시장의 구조와 상·하한가 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A. 한국 시장은 상한가(+30%)와 하한가(-30%)가 존재하는 구조입니다. 하루에 오를 수 있는 폭과 떨어질 수 있는 폭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 제도는 개인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습니다. 급격한 폭락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B. 반면 미국 시장은 상·하한가 제한이 없습니다. 그래서 급락 시 -80% 이상 하락하는 주식도 종종 보입니다. 또한, 미국 주식은 한국 시간 기준으로는 새벽에 시장이 움직이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가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점에서 경험이 부족한 투자자라면 오히려 국내 시장이 더 안전할 수 있습니다.
Q. 그래서 정부는 '서학개미'의 국내 복귀를 위해 RIA(국내시장 복귀계좌)를 신설했습니다. 국내 투자 유도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A. 긍정적으로 봅니다. 미국 시장은 상·하한가가 없고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가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세제 혜택을 통해 국내 시장으로 유도하는 것은 개인 자산 보호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이처럼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나왔던 정책은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니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투자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방향 전환에 가깝다. 불공정거래 근절, 중복상장 규제,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 맞물리며 그동안 개인 투자자들이 체감했던 구조적 문제를 하나씩 해소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해외 투자 자금을 국내로 유도하기 위한 RIA(국내시장 복귀계좌)와 같은 제도까지 더해지면서, 국내시장에 대한 투자 기반을 다시 구축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17일 금융위원회는 국민성장펀드와 관련하여 간담회를 개최했다. (금융위원회)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국민성장펀드는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향후 5년간 150조 원 규모로 조성되는 이 펀드는 반도체·AI 등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이른바 'K-엔비디아'로 대표되는 글로벌 기업 육성을 목표로 한다. 개인 투자자의 참여 기반을 넓히고, 기업 성장과 시장 확대를 동시에 유도하는 구조다.
이러한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국내 자본시장은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자산 형성과 성장의 기반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변화의 끝에는, '국장 저평가'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시장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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