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불광동 산자락을 따라 오르막길을 한참 걸어 올라가자, 한적한 골목 끝에 자리한 '은평구립도서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층 아파트가 밀집된 도심과는 달리, 골목길을 따라 걷는 여정 자체가 하나의 '도서관으로 향하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최근 그린리모델링을 마치고 재개관한 은평구립도서관이 친환경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본인 촬영)
도서관 입구에는 "친환경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은평구립도서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지난 2월, 그린리모델링을 마치고 재개관한 이곳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이었다.
은평구립도서관은 가운데가 트인 'ㅁ'자형 구조의 건물로, 통유리창의 출입문과 연결된 건물의 벽면이 대조되어 독특한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본인 촬영)
건물은 첫인상부터 여느 도서관과 달랐다. 통유리창으로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출입문과, 가운데가 트인 'ㅁ'자형 구조의 건물로 구성돼 있다. 통유리창의 출입문과 연결된 건물이 대조를 이루면서 독특한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중앙을 향해 촘촘히 배치된 작은 창문들까지 자연 채광과 단열을 동시에 고려한 설계가 돋보였다. (본인 촬영)
중앙을 향해 촘촘히 배치된 작은 창문들까지 자연 채광과 단열을 동시에 고려한 설계가 돋보였다. 실내로 들어가는 입구에 공기살균 장치가 작동한다. 복도 한편에는 '환경 위기, 책으로 읽다'를 주제로 한 큐레이션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공간 곳곳에서 '환경'을 키워드로 한 변화가 감지됐다.
◆ 국토교통부 공공건축물 261동 지원…그린리모델링 확대
은평구립도서관이 변화한 배경에는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노후 건축물의 단열 성능을 높이고 고성능 창호와 고효율 냉난방 설비를 도입해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정책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공공건축물 261동을 대상으로 그린리모델링을 지원하고 있으며, 서울과 중앙기관은 공사비의 50%, 지방자치단체는 최대 70%까지 국비를 지원한다.
은평구립도서관 출입문을 지나 실내로 들어가는 입구에 공기살균장치가 작동한다. (본인 촬영)
은평구립도서관은 2001년 개관 이후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이 사업에 참여했다. 총사업비는 약 51억 원 규모로, 국비와 지방비 매칭을 통해 추진됐다. 공사는 2025년 6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진행됐으며, 약 8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재개관했다.
◆ "더 따뜻하고 조용해졌다"…이용자가 체감한 변화
은평구립도서관 역시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사업'의 수혜를 받아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나은주 팀장은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단순 보수가 아니라 친환경적인 독서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그린리모델링을 추진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린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단열을 보강하기 위해 종합 자료실 1층과 지하 1층 사이에 자동문을 설치했다. (본인 촬영)
가장 큰 변화는 단열과 환경 개선이다."그린리모델링 이후 가장 크게 체감하는 변화는 단열 성능이 개선되면서 도서관이 훨씬 따뜻해졌다는 점입니다. 창호와 출입문, 마감재, 조명까지 바뀌면서 전반적으로 더 쾌적해졌습니다."
그린리모델링 전과 후의 차이가 창호에서 드러난다. 창가의 자리에 앉아도 외풍과 방음이 사라졌다. (본인 촬영)
실제 이용자들도 변화를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은평구에 거주하며 10년 넘게 도서관을 이용해 온 박성우(53) 씨는 "창가에 앉으면 예전에는 바람이 들어오고 밖이 시끄러웠는데, 지금은 바람도 안 들어오고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더 따뜻해졌고 방음도 좋아져, 이용하기가 훨씬 편해졌다"라고 덧붙였다.
도서관 특유의 퀴퀴한 냄새는 사라지고 실내가 쾌적해서 오래 머물고 싶은 환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본인 촬영)
나은주 팀장의 안내에 따라 도서관 곳곳을 둘러본 필자도 그린리모델링의 효과를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책장에 빼곡히 꽂힌 낡은 책들에서 도서관의 오랜 역사가 느껴졌지만, 공간은 전혀 다른 인상을 주었다. 낡은 책에서 흔히 느껴지던 퀴퀴한 냄새는 사라지고, 실내는 쾌적해 오래 머물고 싶은 환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방문한 날은 쌀쌀한 날씨였지만, 난방기를 가동하지 않아도 될 만큼 실내는 따뜻했다.
도서관 층마다 마련된 옥외 공간에는 그늘과 벤치가 조성돼 있어 휴식과 독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본인 촬영)
층마다 마련된 옥외 공간에는 그늘과 벤치가 조성돼 있어 휴식과 독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여건도 갖추고 있었다. 여름철 넝쿨식물이 자라면 이 공간은 또 하나의 자연 속 독서 공간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변화된 환경은 이용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다시 찾고 싶은 도서관'이라는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 에너지 절감 넘어 환경 체험 공간으로 확장
이번 그린리모델링은 단순한 환경 개선을 넘어 실질적인 에너지 절감 효과로 이어졌다. 은평구립도서관의 자료에 따르면 도서관은 그린리모델링 이후 에너지 요구량 약 25.6%, 에너지 소비량 약 38.8% 절감 효과를 보였으며, 온실가스 배출량도 약 57.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간 약 1만 그루 이상의 소나무를 심는 효과에 해당한다.
도서관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서 자체 전력 생산도 이루어지고 있다. (본인 촬영)
또한 태양광 설비를 통해 자체 전력 생산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이용자 편의성도 개선됐다. 박 씨는 "출입문이 원터치로 바뀌어서 한 손으로도 쉽게 이용할 수 있어 훨씬 편해졌다. 자주 오는 사람들은 확실히 변화가 느껴지고 다시 찾게 된다"라고 말했다.
은평구립도서관의 차별화는 다음부터 시작된다. 이곳은 단순히 에너지를 절감하는 공간을 넘어, 환경을 '직접 경험하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지하에 조성된 스마트팜에서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도심형 농업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본인 촬영)
지하에 조성된 스마트팜에서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도심형 농업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다문화 가정, 청년,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해 작물을 직접 재배하고 수확하는 과정을 체험하며, 친환경 식생활과 지속 가능한 농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가족 단위 참여를 중심으로 채식 식습관 개선까지 연결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또한 이곳에서 재배된 작물은 은평푸드뱅크마켓, 노인복지관, 어린이집 등에 기부된다. 단순한 체험을 넘어 지역사회 나눔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도서관 유휴 공간에 텃밭을 조성해서 스마트팜과 전통 농업 방식을 비교하는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본인 촬영)
도서관 유휴공간에 조성된 텃밭에서는 스마트팜과 전통 농업 방식을 비교하는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용자들은 재배와 수확 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두 방식의 차이와 장점을 이해하고, 농업의 미래에 대한 인식을 넓혀간다.
그린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태양광 발전시설까지 더해졌다. (은평구립도서관)
여기에 태양광 발전시설까지 더해져 에너지 생산과 체험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구조가 완성된다. 스마트팜과 유휴 공간 텃밭 조성은 그린리모델링 사업의 직접 지원 대상은 아니지만, 에너지 절감과 환경 가치 확산 측면에서 정책의 확장된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다.
도서관 옥상은 뒷산으로 이어진다. 도서관을 둘러싼 '생각숲길'이 무장애길로 조성돼 있어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본인 촬영)
도서관 옥상은 뒷산으로 이어진다. 도서관을 둘러싼 '생각숲길'은 무장애길로 조성돼 있어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공간이다. 도서관은 건물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숲길로 확장되며 하나의 흐름을 이룬다. 책을 읽고 숲길을 산책하며 사유할 수 있는 공간. 은평구립도서관은 이제 단순한 독서 공간을 넘어, 자연과 환경을 함께 경험하는 장소로 자리하고 있었다.
기후 위기 시대, 건축물은 더 이상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에너지를 절감하고, 환경을 체험하며,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은평구립도서관은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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