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을 앞둔 지금, 결혼은 멀게 느껴지면서도 점차 현실로 다가왔다. 자연스레 결혼을 떠올리면 설렘보다 비용이 먼저 떠오른다. 예식장 대관부터 스드메, 식대까지 더해지면 부담은 빠르게 커진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예식 규모를 줄이거나 의미를 강조하며 결혼식 형태도 변하고 있다. 자연이나 야외 예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인 중에는 예식 대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작은 전시 파티로 결혼을 대신한 사례도 있었다.
한국소비자원 통계자료
이런 흐름 속에서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이 운영하는 '야외 결혼식 지원사업'은 조금 특별한 선택지로 다가온다.
◆ 고궁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선택
정책브리핑 '국립고궁박물관 '야외 결혼식장' 무료 제공…비품비 100만 원 지원'
국립고궁박물관은 가을철 은행나무가 아름답게 물드는 야외 쉼터를 결혼식 장소로 개방해 문화유산 공간에서 특별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선정된 예비부부에게는 예식장과 실내 피로연장(별관) 무료 대관, 비품비 100만 원 지원 등 실질적인 혜택이 제공된다. 결혼식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도 일반 예식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예식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은행나무 야외 쉼터 모습 (본인 촬영)
실제로 현장을 방문해 보니 경복궁 인근에 있어 유동 인구가 많은 공간이면서도, 한복을 입은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모습 속에서 은행나무와 전통 건축이 어우러진 풍경이 주는 여유로움이 인상적이었다.
◆ 소규모 결혼식, 더 의미 있는 선택으로
누리집 공지사항 '국립고궁박물관 야외 결혼식 지원사업' 대상자 선정 알림 (본인 촬영)
모집은 2026년 4월 8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됐으며, 선정 결과는 4월 17일에 발표됐다.
이번 사업을 통해 진행되는 결혼식은 오는 10월 첫째 주부터11월 둘째 주까지 매주 토·일요일에 운영된다. 또 10월 5일(월)과 9일(금)도 추가되었다. 당초 4주간 16쌍을 지원할 계획이었으나,일주일의 접수 기간 중 293쌍이 지원하는 폭발적 호응에 힘입어 6주간 28쌍으로 지원 일정과 인원을 대폭 확대하였다.
하루 두 차례(오전 11시, 오후 3시), 하객 약 100명 규모의 소규모 예식으로 진행되며, 일반 결혼식뿐 아니라 전통 혼례 방식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누구나 신청할 수 있지만, 사회 공헌 기여자나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게는 우선 기회가 주어졌다. 특히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경우 피로연을 제외한 예식 비용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어 실질적인 비용 부담 완화 효과도 기대된다.
◆ 문화유산 공간이 주는 특별한 경험 경복궁 사진 (본인 촬영)
고궁이라는 공간은 그 자체로 상징성을 지닌다. 오랜 시간 축적된 역사와 분위기 속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은 단순한 행사를 넘어 오래 기억에 남을 경험이 된다.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 (본인 촬영)
필자가 방문했던 날에도 오후 2시 수문장 교대식이 진행돼 많은 관람객이 머물며 고궁의 문화를 함께 즐기고 있었다. 이처럼 공간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 된다는 점은 일반 예식장과 다른 매력으로 느껴졌다.
해외에서는 자연이나 관광 명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사례가 흔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선택지가 많지 않아 이번 사업은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다. 동시에 박물관 역시 전시 공간을 넘어 시민의 삶과 연결되는 '열린 공간'으로 확장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 관계자 인터뷰
인터뷰이 답변: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운영과 김대현 사무관 인터뷰
국립고궁박물관의 '야외 결혼식 지원사업'은 예상과 달리 거창한 기획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었다. 박물관 관계자에 따르면, 직원들과의 자리에서 나눈 대화 속에서 "고궁 야외에서 결혼식을 올려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됐고, 그 이야기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게 됐다.
이처럼 일상적인 대화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는 '궁궐을 국민에게 돌려드린다'는 정책 방향과 맞물리며 빠르게 구체화됐다. 문화유산을 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고민이, 새로운 형태의 결혼식이라는 방식으로 연결된 셈이다.
인터뷰이 답변: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운영과 김대현 사무관
행사 장소로 선택된 은행나무 쉼터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의미가 있다. 가을철이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보기 위해 많은 관람객이 찾는 이 공간은 자연과 전통 건축, 그리고 도심 풍경이 함께 어우러지는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곳이다.
과거에는 왕의 말과 수레를 관리하던 '내사복' 자리였던 이곳은 현재 관람객들이 쉬어가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경복궁 내부이면서도 비교적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문화 행사를 시도하기에 적합한 장소로 꼽힌다. 이러한 공간적 특성이 결혼식이라는 특별한 순간과 맞물리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인터뷰이 답변: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운영과 김대현 사무관
운영 방식 역시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현실적인 부분까지 고려해 설계됐다. 예식은 하객 100명 내외의 소규모로 진행되며, 공간을 구획해 일반 관람객의 동선과 겹치지 않도록 계획했다. 여기에 안내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고, 야외 결혼식 경험이 있는 전문 업체와 협업해 준비 단계부터 운영까지 세심하게 점검하고 있다.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만큼 관람객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과 동시에 예식의 완성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기준이 됐다.
인터뷰이 답변: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운영과 김대현 (본인 제작)
이번 사업은 기존에 운영되던 문화유산 활용 프로그램과 공공 웨딩 사업이 결합된 형태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궁중문화축전이나 각종 문화유산 활용 사업이 이미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결혼식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확장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영역의 장점을 결합해 또 다른 경험을 만들어낸 '융합형 시도'인 셈이다.
인터뷰이 답변: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운영과 김대현 (본인 제작)
예상보다 큰 관심과 반응 역시 이어졌다. 당초 기대를 뛰어넘는 참여와 호응 속에서, 향후에는 운영 시기를 봄과 가을로 확대해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박물관이 보유한 문화유산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문화상품 개발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단순히 공간을 개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문화유산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경험되는 방향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다. 결국 이번 사업은 '결혼식'이라는 하나의 이벤트를 넘어, 문화유산을 어떻게 더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생각보다 가까운 일상에서, 예상하지 못한 계기로 시작되고 있었다.
◆ 결혼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변화
실제 현장 사진 (본인 촬영)
결혼식은 결국 '어디서 하느냐'보다 '어떤 기억으로 남느냐'가 더 중요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인생의 새로운 시작점이자 오래 기억될 순간이지만, 비용 부담이 커질수록 그 시작이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처럼 새로운 방식의 선택지가 생긴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변화다.
국립고궁박물관의 야외 결혼식 지원사업은 공간 제공을 넘어 결혼이라는 경험을 조금 더 가볍고, 그리고 더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시도에 가깝다. 이러한 변화들이 쌓인다면 앞으로의 결혼 문화도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보도자료) 국립고궁박물관 '야외 결혼식장' 무료 제공…비품비 100만 원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