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AI가 컴퓨터상에서 그림을 '짠'하고 만들어 내는 것만 보셨지, AI가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은 본 적 없으실 겁니다. 한 번 체험하고 가세요!" 확신에 찬 얼굴로 자신들이 개발한 AI 기술을 홍보하는 직원의 강력한 권유에 당황스러움이 밀려왔다. 이내 AI가 정말 직접 그림을 그려주는지, 그 결과물은 어떤지 확인해 보고자 키오스크에 원하는 상황을 적고 얼굴 사진을 촬영했다.
인공지능이 사진과 상황을 조합해 로봇 팔로 그림을 그려낸다. (본인 촬영)
이윽고 AI가 얼굴 사진과 입력한 상황을 조합해 로봇 팔로 멋진 그림을 그려냈다. 카메라를 들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본인을 쏙 닮은 그림이 1분 만에 그려지자, 저절로 신기하다는 소리가 나왔다. 순간 '이게 바로 피지컬 AI 구나' 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 세상 모든 것이 AI, 2026 월드 IT 쇼
지난 4월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2026 월드 IT 쇼가 개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산업통상부가 후원하는 2026 월드 IT 쇼는 '생각을 넘어 행동으로: 인공지능, 현실을 움직이다'를 슬로건으로 삼았다.
성황리에 개최된 2026 월드 IT 쇼 (본인 촬영)
이는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 인류의 삶과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물리적 인공지능(이하 피지컬 AI)'을 겨냥한 것으로, 실제로 박람회 현장에서는 인간의 삶과 연관된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된 AI를 볼 수 있었다.
코엑스 3개 홀을 가득 채운 규모의 행사였다. (본인 촬영)
행사의 규모도 어마어마했다. 17개국 460여 개에 달하는 국내외 혁신 기업과 기관이 참여해 1400여 개의 부스를 조성했다. 또한, 삼성전자, LG전자, KT, 카카오, 기아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로봇 및 AI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들이 참여해 첨단 기술의 경연장을 방불케 했다.
보고 즐길 것들이 너무 많았던 알찬 박람회였다. (본인 촬영)
또한, 올해는 '어워드테크관', '글로벌관', '엔터테크관', 'K-AI 반도체 생태계 관' 등 4개의 특별관을 새롭게 구성해 전시 콘텐츠를 한층 강화했는데, 그래서 인지 신기한 기술이나 즐길 거리가 너무 많아서 걷다가 지칠 정도의 대형 박람회였다.
◆ 대한민국 AI 기술의 눈부신 진화
전시장에 들어서니 별천지가 따로 없었다. 처음 보는 혁신적인 기술을 적용한 제품들부터 사소하지만 유용한 아이디어가 적용된 일상 속 제품들까지 거의 일상의 모든 부분에 스며든 AI를 접할 수 있었다.
상을 수상한 여러 기업의 부스도 볼 수 있었다. (본인 촬영)
전시장 곳곳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음을 방증하는 다채로운 혁신 기술들이 쏟아져 나왔다. 월드 IT 쇼 개막과 함께 열린 우수기업 시상식은 우리 기업들의 압도적인 기술력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AI를 활용해 음원의 품질을 향상하거나 조정하는 기술이 많았다. (본인 촬영)
영예의 대통령상을 거머쥔 가우디오랩 주식회사의 '가우디오 스튜디오 프로'는 영화나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해외로 수출할 때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음원 분리, 음원 교체, 재녹음(더빙), 자막 제작 등의 복잡한 과정을 AI 기술로 완벽하게 자동화해 작업 소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축시키는 기술은 선보였다.
국무총리상을 받은 로앤컴퍼니(로톡)의 슈퍼로이어 서비스 (본인 촬영)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주식회사 로앤컴퍼니는 과거 '로톡'을 출시할 때 취재를 다녀왔던 기업이었는데 이번 월드 IT 쇼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로앤컴퍼니가 개발한 '슈퍼로이어'는 생성형 AI 기반의 챗봇으로 변호사들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법률 특화 인공지능 서비스였다. 이를 통해 AI가 전문직의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게 됐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여러 지자체에서도 자신들에게 맞는 AI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본인 촬영)
또한, 정부와 지자체에 불어오는 AI 바람도 체감할 수 있었다. 대구의 주도형 AI 대전환 프로젝트를 비롯해 여러 지자체 부스에서 지역의 특성과 필요에 맞게 적용된 AI 기술의 사례를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AI 기술이 접목된 자율 수질 모니터링 기기 (본인 촬영)
환경을 생각하는 AI 기술도 볼 수 있었다. AI 기반 자율 수질 모니터링 기기는 수질 환경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드는 인력을 크게 줄이는 데 기여했고, 향후 더 다양한 기술을 통해 수질 오염 관리 및 개선에 역할을 다할 것으로 보였다.
AI 대화 상담 기반 맞춤형 정책 추천 시스템 (본인 촬영)
정책 소통 및 청년정책 등 정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반가운 AI 기술도 볼 수 있었다. AI 대화 상담 기반 맞춤형 정책 추천 시스템은 스마트 미러와의 통신을 통해 사용자가 고민을 입력하면 AI가 해당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찾아 알려주는 기술이었다.
AI로 레시피 분석까지 가능한 세상이 됐다. (본인 촬영)
우리의 실생활을 바꿔줄 AI 기술들도 많았다. 최근 AI를 활용해 식단의 칼로리를 계산해 주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었는데, 해당 기술이 좀 더 고도화돼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는 레시피를 추천하거나, 차려진 식탁의 음식을 분석해 적합 여부를 알려주는 서비스가 있어 흥미로웠다.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 공공기관 모두 디지털 휴먼을 선보였다. (본인 촬영)
또 한 가지 눈길을 끈 것은 '디지털 휴먼' 기술을 선보이는 부스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디지털 휴먼은 컴퓨터 그래픽(CG)과 AI 기술을 결합해 실제 사람과 같은 외모, 표정, 목소리, 행동을 구현한 가상 인간을 뜻한다.
지자체, 대기업, 스타트업할 것 없이 많은 부스에서 디지털 휴먼을 이용한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대부분 사람과 이야기하듯 자연스럽게 필요한 정보를 안내하는 기능이 주를 이뤘다. 이 역시 AI 기술이 보편화된 미래의 모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기업들이 참여해 더 풍성한 월드 IT 쇼가 됐다. (본인 촬영)
AI 기술의 최전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기업의 부스들도 큰 관심을 받았다. AI 기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비전을 제시하는 부스도 있었고, 일반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AI를 활용한 재미있는 기술 체험을 제공하는 부스도 있어 즐거웠다.
스마트폰의 카카오톡과 연동돼 비서와 같은 역할을 해준다. (본인 촬영)
카카오 AI 통합 브랜드인 Kanana 역시 월드 IT 쇼에서 처음 접하게 됐는데 기대 이상으로 편리했다. 휴대폰에 설치하면 카카오톡과 연동돼 카카오톡으로 나눈 대화를 요약해 주거나, 대화를 분석해 사용자가 지금 궁금해하거나 필요로 하는 정보를 먼저 캐치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
월드 IT 쇼를 통해 이제 AI가 없는 일상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아직 불완전하고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AI답게 이제는 인간에게 충분히 유용한 도구가 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피지컬 AI, IT 서비스, 강연들까지!
이번 월드 IT 쇼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피지컬 AI 관련 전시도 흥미로웠다. 피지컬 AI 란 기존의 정보 검색, 문서 작성 등을 돕던 AI가 신체를 얻어 현실 세계에서 활약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율주행 자동차, AI가 적용돼 일을 대신하는 로봇 등 다양한 형태를 가진다.
자율주행은 피지컬 AI의 대표적인 사례다. (본인 촬영)
월드 IT 쇼에서도 다양한 피지컬 AI의 사례를 볼 수 있었다. 에스더블유엠이 선보인 '도심형 자율주행 로보택시'는 라이다, 카메라, 레이더 등 다종의 센서에서 수집되는 방대한 실제 도로 주행 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판단해 주행하는 대한민국 최초 상용화 모델로서 융합 모빌리티의 미래를 보여줬다.
AI가 적용된 로봇이 무인 편의점을 운영한다. (본인 촬영)
AI와 로봇을 결합해 로봇이 운영하는 무인 매장을 선보인 롯데이노베이트의 부스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사람처럼 옷을 입은 인간형 로봇이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매장을 관리하는 모습에 많은 관람객들이 발길을 멈추고 흥미를 보였다.
행사장의 운영을 지원하고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휴머노이드 로봇 (본인 촬영)
휴머노이드 로봇 'Woochi Bot'을 선보인 마음AI의 부스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Woochi Bot'은 행사 및 전시의 현장 운영을 지원하는 퍼포먼스형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퍼포먼스와 인터랙션(사용자와 시스템간 상호작용)을 통해 행사 현장의 분위기를 만들고 관람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VR로 생생하게 즐기는 아이돌 콘서트 (본인 촬영)
피지컬 AI 외에도 기존의 IT 기술을 발전시킨 여러 사례도 만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VR을 통해 K-POP 아이돌 콘서트를 실감 나게 볼 수 있는 체험 부스가 인기를 끌었다. K-POP에 관심을 가진 외국인 관람객들이 상당한 흥미를 보였는데, VR 기기를 착용하고 큰 반응을 보이며 콘서트를 즐기는 모습이 긍정적이었다.
초실감 XR 기술 연구 부스도 흥미로웠다. (본인 촬영)
단순한 VR을 넘어 실-가상 연계 메타버스를 구현하기 위한 '초실감 XR 기술 연구' 부스도 흥미로웠다. 시청각에 집중된 현재의 기술을 넘어, 다양한 감각기관과 운동자율신경 등을 연결해 초실감형 XR(확장현실)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체험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핸드드립 하듯 물줄기가 원을 그리며 나오는 정수기 (본인 촬영)
쿠쿠의 부스에서 만난 수전 형태의 정수기도 인상 깊었다. 원두의 종류에 따라 적당한 온도의 물을 설정하면 원을 그리며 뿌려줘 바리스타가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는 것처럼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 있어 인상적이었다.
합리적이고 뛰어난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인상적이었다. (본인 촬영)
그 밖에도 회사 실무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만날 수 있었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자연스레 고민하게 되는 것이 보안인데, 악성코드 방어와 DLP가 한 번에 가능한 올인원 PC보안 서비스를 합리적으로 제공하는 엑소스피어랩스의 '엑소스피어' 서비스가 인상 깊었다.
IT 기술을 이끌어가는 기업 리더들의 강연도 들을 수 있었다. (본인 촬영)
이러한 전시들 외에도 다양한 부대 행사도 월드 IT 쇼의 즐거움이었다. 22일 진행된 '글로벌 ICT 전망 콘퍼런스'에서는 산업 현장의 혁신을 주도하는 리더들의 열띤 강연이 이어졌다. LG유플러스 정성권 전무, 삼성 SDS 이태희 부사장, 오현식 롯데이노베이트 상무 등 여러 리더의 AI 관련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밖에도 정부 지원 연구개발 성과를 민간에 이전하여 사업화를 촉진하는 '2026 ICT 기술사업화 페스티벌'과, 전국 대학의 우수한 인재들이 일궈낸 연구 성과를 전시하는 'ITRC 인재양성대전 2026'도 함께 개최돼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튼튼한 기초체력을 입증했다.
VR 기술을 이용해 즉석에서 화면에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 (본인 촬영)
지금까지 즐거움과 열정이 가득했던 2026 월드 IT 쇼 현장을 소개했다.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국정과제인 '세계에서 인공지능을 가장 잘 쓰는 나라 구현'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월드 IT 쇼 현장에서 목도한 대한민국의 AI 융합 생태계는 결코 타국에 뒤처져 있지 않았다. 혁신에 목마른 기업들의 연구개발, 그리고 학계와 연구 기관의 헌신이 조화를 이뤄 견고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다.
세계에서 인공지능을 가장 잘 쓰는 나라가 되는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본인 촬영)
이제 AI 기술은 '피지컬 AI'라는 이름으로 로봇을 걷게 하고, 자동차를 스스로 달리게 만들고 있다. 이번 월드 IT 쇼는 '인공지능 3대 강국'을 향해 질주하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저력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치열하고 빠르게 발전하는 글로벌 AI 패권 싸움에서 대한민국의 AI 기술이 정상으로 자리매김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또한, 그렇게 맞이할 미래의 AI 기술이 인간의 삶에 긍정적 발전을 가져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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