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연휴를 앞두고 아이들과 유럽으로 떠나게 됐다.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터라 취소할 수 없었지만, 여러모로 불안한 상황에서 떠나려니 걱정이 앞섰다. 게다가 요즘 치솟은 환율과 유류할증료 때문에 여행 경비가 만만치 않아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아이들과의 약속이었기에 용기를 냈다.
설레는 기분을 담아 캐리어를 밀고 있다. (본인 촬영)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그렇지만 막상 일상에 치여 크게 준비하진 못했다. 가는 장소와 숙소, 식당도 아이들이 정해 나는 이름도 몰랐다. 그나마 미술 관련 책과 영상을 저장한 핸드폰을 챙기는 정도였달까. 그렇지만, 무엇보다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 있었다. 비행기로 해외여행을 할 때 유의할 점들이다. 이건 당장 큰일인 만큼 내가 맡아 꽤 꼼꼼히 들여다봤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달라진 점도 몇 가지 보였다.
일단 내가 확인한 최근 달라진 5가지는 이것이다.
◆ 보조배터리는 최대 2개까지 기내 반입 가능
기내 모니터에 보조배터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본인 촬영)
우선 신경 쓸 것은 보조배터리다. 볼 곳이 많은 유럽에서는 사진 촬영과 앱 사용이 빈번한 만큼 보조배터리는 필수다. 다만 4월 20일부터 새로운 국제기준이 적용돼 보조배터리는 1인당 최대 2개(160Wh 이하)까지만 기내 반입 가능하다. 보조배터리는 반드시 기내에 직접 들고 타야 하며, 위탁 수하물로 부칠 수 없다. 기내에서의 충전과 사용도 전면 금지된다.
내 보조배터리는 투명 지퍼백에 넣어 뒀다. (본인 촬영)
출국 전 하나하나 비닐에 넣거나 절연테이프를 붙였다. 더욱이 우리가 출국한 후 허용 개수가 바뀌는 바람에 입국 때 아이들 것까지 다시 한번 확인해야 했다.
"죄송하지만 손님, 혹시 무선 충전하시는 건 아니시죠?"
목적지에 도착하면 야경을 찍을 생각이라 핸드폰을 충전하고 있었다. 좌석 밑 콘센트에 어댑터를 꽂아 충전 중이었는데, 승무원이 다가와 물었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연결선이 길어 승무원 위치에서는 잘 안 보여 오해한 듯싶다. 보조배터리가 아니라 유선으로 충전하고 있다고 말하니, 알겠다고 끄덕였다. 규정이 강화되면서 승무원들이 꼼꼼히 살펴보고, 방송으로도 공지가 나온다. 좌석 앞에도 보조배터리 주의 사항이 붙어 있었다. 아예 기내에서는 보조배터리와 마주치지 말자.
◆ 현금 등 1만 달러 넘으면 반드시 신고
이번에는 여행이라 카드를 주로 사용했다. 그렇지만 현금이 필요한 경우들이 있다. 만약 1만 달러가 넘게 가져간다면 꼭 신고하는 걸 잊지 말자.
1만 불 이상 가지고 나가면 꼭 신고하자. (본인 촬영)
오래전 미국에서 지낼 때가 떠올랐다. 주변 유학생 중에는 초기 정착을 위해 현금을 많이 들고 오는 경우가 있었다. 미화 환산 합계 1만 달러를 넘게 들고 출국할 때는 반드시 세관에 신고해야 한다. 여기서 1만 달러는 외화 현찰만이 아니라 원화 현찰, 원화 자기앞수표, 여행자수표까지 전부를 합산한 금액이다.
신고하지 않고 적발되면 꽤 강한 처벌을 받는다. 위반 금액이 3만 달러 이하라면 해당 금액의 5% 과태료, 3만 달러 초과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을 물 수 있다. 신고 방법은 어렵지 않다. 보안 검색대 통과하기 전에 세관 외국환신고대에 들러 신고하면 된다. 해외 유학생이나 해외 체재자는 출국 전에 지정 외국환은행에서 외국환신고(확인)필증을 미리 받아둬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자.
☞ (보도자료) 해외여행 시 1만 달러를 초과하는 현찰은 반드시 신고하세요!
자동 수하물로 가방을 위탁하고 있다. (본인 촬영)
관세청 발표를 보니 2025년 한 해 동안 외화 밀반출입 적발 건수가 691건, 금액으로는 2326억 원에 달했다고 한다. 단속이 해마다 강화되고 있는 만큼 미리미리 확인하는 게 좋겠다.
◆ 공항에서 누군가의 짐을 잠시라도 맡으면 안 돼
이건 꽤 예전부터 있었지만, 인터넷을 보다 보니 아직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가방을 맡아줬다가 마약 운반 혐의로 공항에서 체포된 사례다. 더욱이 친분을 쌓은 후 부탁하니 주의해야 한다. 내용물을 몰랐다고 해도 현지 당국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분들이 있다. 범죄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 이유 불문하고 거절하는 게 맞다.
티켓을 받고 수하물을 위탁할 카운터 (본인 촬영)
나도 학생 때 갑자기 어떤 여성이 와서 자기 가방이 많다며 내 카트에 하나만 실어달라길래 머뭇거렸더니 몇 번 이야기하다가 그냥 가버린 경우가 있다. 그 여성의 진위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위험한 경우가 많으니 거절하는 게 맞다.
◆ 해외에서 위험할 때 찾는 영사콜센터, 이제 '영사안전콜센터'로
각 국가에 도착하면 바로 주의, 안내 문자들이 온다. (본인 촬영)
"엄마 독일인가 봐. 문자 왔어"
국경을 넘을 때마다 나보다 더 빨리 그 사실을 알려주는 게 있다. 외교부 등에서 오는 문자다. 열차에서 아이가 하는 말을 듣고 핸드폰을 보니 어느새 독일인 모양이다. 외교부에서 문자가 와 있다. 문자를 보니 단순한 센터 연락 번호가 아니라 각 국가에 맞춘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독일에서는 입국 시 어떤 점을 신고해야 한다거나 식음료 중 대마 유사어에 유의해 섭취하라며 독일어 단어를 알려줬다. 이런 친절함은 타지에서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
'영사안전콜센터 무료전화' 앱이나 카카오톡 '외교부 영사안전콜센터'에서 상담할 수 있다. (외교부)
물론 여행 중 사용할 일이 없길 바라지만 예상치 일도 일어나는 게 여행 아닌가. 그럴 경우 당황하지 말자. '영사안전콜센터 무료전화' 앱이나 카카오톡 '외교부 영사안전콜센터'에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핸드폰에는 영사안전콜센터 무료 전화번호(82-2-3210-0404)가 나와 있다. 외교부는 지난해 12월부터 기존 영사콜센터가 영사안전콜센터로 확대 개편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사건·사고 접수 및 전파 기능이 강화됐고 AI 기반 STT(음성인식) 기술이 도입돼 상담 내용이 실시간 문자로 변환되면서 대응 속도도 빨라졌다고 한다.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건 물론,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을 포함해 7개 외국어 통역도 지원된다.
또한 소방청의 '재외국민 119 응급의료상담서비스'를 이용해도 좋겠다. 지난번에는 해당 서비스를 통해 약에 관해 알게 됐다. 그리고 이번 여행 중 아이가 코감기에 걸렸을 때, 예전 기억을 떠올려 우리는 역 근처 약국을 찾아 약을 사서 먹을 수 있었다.
따라서 출발 전에 번호를 저장해두고 가는 게 좋다. 해외에서 갑작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한국어로 상담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큰 위안이 되니까.
◆ 면세품 환불, 이제 세금 먼저 안 내도 된다
이 점은 필자와 그다지 접점이 없지만, 신혼여행을 떠나는 부부나 면세품을 자주 사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두자. 올해 4월 1일부터 불가피한 사유로 항공기가 회항하거나 결항했을 때 면세품 처리 방식이 간편해졌다.
면세 한도인 800달러 이내로 샀다면 공항에서 면세품을 회수하지 않는다. 예전처럼 장시간 대기하며 반납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만약, 면세 한도를 초과해 구매했다면? 예를 들어 1200달러를 샀다면 800달러까지는 가져갈 수 있고, 초과분인 400달러만 회수한다.
공항 내 면세점이 곳곳에 있다. (본인 촬영)
이미 뜯어서 쓴 면세품은? 개봉하거나 사용한 면세품은 우선적으로 800달러 한도에 포함시켜준다. 즉, 회수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한 지난 2월부터 면세품 반품 절차가 훨씬 간편해졌다. 면세품을 샀는데 입국 후 마음이 변해 환불하고 싶다고 가정해 보자. 예전에는 세금부터 먼저 내야 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짜리 면세품에 세금 10만 원을 먼저 낸 뒤, 면세점에 가서 100만 원을 환불받고, 다시 세관에 가서 세금 10만 원을 돌려받아야 했다. 총 세 번이나 왔다 갔다 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면세점이나 세관에 바로 환불 신청만 하면 세금 고지 자체를 취소해 준다.
쉽게 말하면, 예전에는 돈을 먼저 내고 나중에 돌려받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애초에 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 (보도자료) 관세청, 적극행정으로 면세점 환불 및 세금 환급 절차 간소화하여 국민 편익 제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려면 안전이 최고다. (본인 촬영)
요즘 유류할증료 증가와 환율 상승으로 해외여행 경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예전 같으면 가볍게 떠났을 여행도 이제는 한 번 더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떠날 때도, 여행 중에도 마음 한편에 불안감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인천공항 (본인 촬영)
5월 연휴에 해외로 나가는 여행자라면 위의 사항들을 미리 숙지하자.
조금이라도 알고 가면 불필요한 불안은 덜 수 있다. 정책과 규정을 지키는 것은 단순히 벌금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와 가족, 그리고 함께 여행하는 모든 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어렵게 계획한 여행이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자.
안전한 여행이 있어야 진정으로 행복한 추억이 남는 법이니까. 모두의 여행길이 편안하고 기쁨으로 가득하길 바란다.
☞ (보도자료) "인천공항 출입국 서비스 개선을 위해 '원팀'으로 협력"
☞ (보도자료) 해외에서 타인의 부탁으로 수하물을 운반하면 절대 안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