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바람이 불어온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빠르게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왔다. 예년보다 조금 일찍 핀 꽃 덕분에 주말이면 지역의 유명 하천과 호수공원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고, 봄 꽃놀이를 가기 위해 명소를 검색하는 주변 지인들도 쉽게 마주할 수 있었다. 이처럼 완연한 봄기운이 퍼진 지금은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 전, 여행을 떠나기 가장 좋은 시기다.
대한민국으로 여행을 계획하는 외국인 친구들이 물어볼 때마다 나는 봄과 가을의 대한민국을 가장 추천한다. 가장 덥지도, 또 가장 춥지도 않은 계절인 만큼 가볍게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6 여행가는 봄이 시작됐다. 지난 8일부터 숙박세일페스타 할인권이 발급됐는데, 올해는 더 큰 혜택으로 찾아왔다(출처=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
여행을 좋아하는 국민이라면 나와 같이 올해도 정부의 이벤트를 기다리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코로나 이후 내수경제 및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시행되는 '여행가는 날'과 '숙박페스타' 혜택이 연례 행사처럼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발표가 확정되었고, 이전보다 조금 더 풍성한 혜택이 우리를 찾아왔다.
지난 3월 16일, 정부는 '2026 여행가는 봄'이라는 이름의 관광 캠페인 및 정책을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한국관광공사와 코레일 등의 공기업, 다양한 지자체와 민간 기업까지 참여한 이번 행사는 기존의 관광 정책보다 더 큰 혜택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특히 기존 일정 금액을 할인해주던 방식에서 벗어나 인구소멸지역으로의 여행을 적극 지원하고, 교통 할인의 폭을 크게 확대한 점이 눈에 띈다. 정부는 올 초 확대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지역관광 대도약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예고한 바 있는데, 이번 '여행가는 봄'의 표어를 '여행을 다르게, 곳곳에 다다르게'로 정한 만큼 단순한 근거리 여행을 넘어 지역 곳곳으로의 이동을 유도하려는 방향을 엿볼 수 있다.
여행플랫폼을 통해 취소된 할인권을 발급받았다. 인기 콘서트의 취소표를 확보한 것 처럼 기뻤다.(출처=NOL플랫폼 앱)
인구소멸지역 자유여행 열차 운임 100% 할인 혜택 등 다양한 사업도 매력적이었지만, 내가 특히 관심을 가졌던 정책은 '숙박할인페스타'였다. 4월 8일 오전 10시부터 주요 여행사 채널을 통해 1인 1매씩 선착순으로 발급된 이번 할인권은 4월 30일까지 사용 가능하며, 숙박요금 7만 원 미만 상품에는 2만 원, 7만 원 이상 상품에는 3만 원의 할인이 적용된다.
무엇보다 올해는 기존 1박 할인에 대한 아쉬움을 느낀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지역 체류 확대를 위해 연박 할인권이 신설됐다. 2박 이상 숙박 시 숙박요금 14만 원 미만은 5만 원, 14만 원 이상인 경우에는 7만 원의 할인을 제공하며, 연박 할인권은 약 1만 장이 배포됐다.
올해부터는 지역별 지방비 예산을 함께 투입해 숙박할인페스타를 진행하면서 지역별 배포 수량이 달라졌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이 때문에 숙박할인페스타를 다소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었다. 이번에도 할인권은 매우 빠른 속도로 마감되어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시행 첫날 발급 종료 안내를 확인할 수 있었고, 나 역시 9일 오전 10시, 전날 취소된 할인권을 겨우 확보해 강원 여행을 계획할 수 있었다.(4월 30일 기준 인기 플랫폼인 NOL과 여기어때는 쿠폰 전량 소진, 타 OTA는 지역별로 일부 남아있다)
처음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가고 싶었던 춘천이 포함된 강원 숙박 할인권이었고, 여기에 취소표까지 얻게 되면서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기분이 한껏 들떴다. 기분이 우울할 때마다, 몸과 마음이 지칠 때마다 자주 찾게 되는 춘천. 이번에도 역시 쉼과 맛있는 음식을 기대하며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춘천으로 향했다.
집에서 두시간을 달려 도착한 춘천, 수도권과 가까우면서도 우수한 자연경관과 다양한 맛집이 있어 매우 만족하는 관광지다.(본 사진은 차량 내에서 동행자가 안전하게 촬영했습니다.)
집에서 나와 약 두 시간을 달려 도착한 춘천은 방문할 때마다 큰 만족감을 주는 곳이다. 이번 일정의 시작은 평소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수목원이었다. 과거 모니터링 활동으로 방문했을 때는 제대로 즐기지 못한 채 외관만 살펴보고 돌아갔던 터라, 봄이 내려앉은 수목원의 모습이 더욱 기대됐다.
내가 좋아하는 이끼들. 근래에 이렇게 잘 정리된 이끼를 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이끼를 바라보며 잠깐의 사색을 즐겼다.
푸르른 꽃과 나무도 아름다웠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이끼원이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왠지 모르게 이끼를 참 좋아한다.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예쁘게 가꾸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훨씬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고, 꽃이나 씨앗이 없어도 어디에서든 살아남을 만큼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존재라는 점이 나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잘 가꿔진 이끼원에서 잠시 여유와 사색을 즐긴 뒤, 수목원의 숨은 아름다움을 따라 천천히 걸어 나왔다. 다음 목적지는 출출함을 달래 줄 맛집들이었다. 춘천에 방문할 때마다 찾는 구황작물 모티브의 빵과 입맛에 맞는 밀크티, 그리고 닭강정까지 간식을 알차게 즐기니 만족감이 한층 더 높아졌다.
숙소에서 반겨주는 안마의자와 스타일러가 반갑게 느껴졌다. 그렇게 넓진 않지만, 알찬 숙소 환경에 숙박 할인권이 주는 가벼움까지, 너무 만족스러웠다.
여행인 만큼 평소보다 조금 일찍 하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평소라면 저렴한 펜션 위주로 숙소를 골랐겠지만, 숙박페스타 할인권을 발급받은 만큼 가심비가 높은 풀빌라 중 한 곳을 찾아 예약을 마쳤다. 문을 열자마자 마주한 것은 여행의 피로를 풀어줄 안마의자와 스타일러, 그리고 방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기였다.
객실에 준비된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며 하루의 마지막은 펜션의 꽃이라 불리는 BBQ 파티로 정했다. 춘천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숙소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을 주는 풀빌라에서의 시간까지 더해지며, 그렇게 나의 '여행가는 봄' 첫 번째 날이 마무리됐다.
펜션 여행의 꽃은 BBQ가 아닐까? 든든하게 배까지 채우니 비로소 여행이 완성된 것 같았다.
이튿날, 아침 일찍 가벼운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일정이 허락했다면 올해부터 새롭게 배포된 연박 숙박할인권을 사용했겠지만, 개인 일정으로 1박 여행만 계획했기에 춘천에서의 여유를 조금 더 느끼고자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한 것 같다. 숙소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소양강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동행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숙박 할인권의 인기는 높지만, 아직 지역사회에서 체감되는 분위기는 크지 않은 듯했다. 실제로 간식을 구입했던 매장의 근무자와 펜션 사장님 모두 숙박페스타 시행 이후 방문객이 특별히 늘었다고 느끼지는 못했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다만 펜션 사장님은 "지역에 와서 숙박하는 것만으로도 체류 시간이 늘어나고, 음식점은 물론 다양한 관광지에도 방문하게 되는 만큼 정부의 관광 장려 정책은 언제나 환영"이라는 의견을 전해주었다.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4월 17일 기준, '2026 여행가는 봄' 숙박페스타 쿠폰은 대부분 선착순 발급이 종료된 상태다. 현재는 제주 지역 7만 원 이상 숙소에 대한 3만 원 할인권만 일부 발급 가능한 상황으로, 이마저도 언제 소진될지 알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따뜻한 봄날의 여유와 보다 가벼운 여행을, 지역사회에는 방문객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국민의 삶에 많은 도움이 되어 주는 '여행가는 봄'과 '숙박페스타'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