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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부터 진료기록 작성까지 AI가 병원을 바꾸고 있다

#1. 서울의 한 종합검진센터에서 겉으로 이상이 없던 한 남성이 ‘인공지능(AI) 심전도 조기 진단 솔루션’ 결과 ‘이상’ 신호가 포착되면서 곧바로 응급실로 이송됐습니다. 실제로 환자는 응급실 도착 직후 심장마비를 겪었지만 사전에 위험을 감지한 덕분에 빠른 후속 조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AI 심전도 검사가 환자의 ‘골든타임’을 지켜낸 겁니다. #2.연세암병원 박형석 유방외과 교수는 지난해 ‘AI 딥러닝 로봇 수술 보조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유방암 환자를 로봇으로 수술할 때 AI가 수술 절개선을 어떻게 그어야 하는지 실시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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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의 한 종합검진센터에서 겉으로 이상이 없던 한 남성이 ‘인공지능(AI) 심전도 조기 진단 솔루션’ 결과 ‘이상’ 신호가 포착되면서 곧바로 응급실로 이송됐습니다. 실제로 환자는 응급실 도착 직후 심장마비를 겪었지만 사전에 위험을 감지한 덕분에 빠른 후속 조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AI 심전도 검사가 환자의 ‘골든타임’을 지켜낸 겁니다.

#2.연세암병원 박형석 유방외과 교수는 지난해 ‘AI 딥러닝 로봇 수술 보조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유방암 환자를 로봇으로 수술할 때 AI가 수술 절개선을 어떻게 그어야 하는지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입니다. AI가 그린 절개선을 토대로 수술하면 불필요하게 조직을 많이 잘라내는 실수를 줄이고 신경이나 혈관 같은 중요한 조직을 건드릴 위험도 줄일 수 있습니다. 박 교수는 ”환자들의 수술 예후도 크게 좋아졌다“고 말합니다.

AI가 의료 현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AI가 질병 판독과 진단, 수술까지 돕는 ‘AI 닥터’로 진화한 덕분입니다. 의료 인력 부족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병원들은 적극적으로 ‘AI 보조 의사(AI assistant doctor)’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의사의 경험과 직관에 AI 보조 닥터의 정확성과 속도가 더해지면서 의료 질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사람 살리는 인공지능
AI가 응급 환자를 살렸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습니다. 올해 초 광주한국병원에선 AI 기반 스마트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이 85세 입원 환자의 심정지 전조를 감지해 의료진이 즉각 심폐소생술을 시행, 생명을 구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급성 심정지의 골든타임이 약 4분이고 119로 이송한 환자의 생존율이 7.8%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AI의 조기 감지가 생존율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된 셈입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박용석 올림픽파크365의원 원장은 2년 전 대형병원 응급실 근무 당시 AI기반 뇌출혈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덕분에 6세 소아 환자의 뇌경막 아래 미세한 출혈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박 원장은 ”늦은 밤 대형 교통사고가 나서 환자들이 밀어닥칠 때 AI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어떤 환자부터 응급 수술을 해야 하는지 가려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술 돕고 질병 가려내고
AI는 이제 수술실에서도 효과적인 보조 의사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국내 의료 AI 기업 ‘루닛’의 영상 판독 보조 시스템은 국내 주요 병원은 물론이고 해외 유명 병원도 앞다퉈 도입하고 있습니다. 유방암이나 폐암 같은 각종 암이나 폐질환, 관상동맥질환의 심각도를 상당히 정확하게 가려냅니다.

가령 루닛의 ‘루닛 인사이트 CXR’은 수백 개의 흉부 촬영 영상을 빠르게 판독, 기흉이나 결절, 흉수 등 이상 소견을 짚어냅니다. 전 세계 40개국 3000여 기관이 도입했다고 하죠. 루닛 시스템은 해외 주요 국가 주도 검진 사업에도 도입됐습니다. 호주 최대 주(州)인 뉴사우스웨일스가 유방암 검진에 이 회사 시스템을 도입했고 유럽 주요 나라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중동에서도 국가 암 검진 사업에 도입한 상태입니다. 영상 판독 시간을 절반가량 줄이면서도 진단 정확도를 높였다는 평가입니다.

중앙대병원은 재작년부터 척추 수술을 할 때 로봇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수술을 할 때는 보통 아주 작은 나사(척추경 나사)를 심어 척추를 고정하는데 나사가 뼛속 신경이나 혈관을 조금만 건드려도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이때 AI 수술 로봇을 이용하면 AI가 환자의 CT나 엑스레이 사진을 판독하고 어디에 어떤 각도로 나사를 넣을지 알려준다는 겁니다. 병원 측은 ”AI가 가장 까다로운 부분을 가이드해줘 수술 시간이 40%가량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레지던트 노릇도 AI가
AI는 진료기록 작성과 같은 서류 작업까지 척척 해내면서 ‘레지던트’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은 AI가 의료진과 환자의 대화를 실시간 기록·요약하고 의무기록까지 작성하는 시스템을 2024년 3월부터 도입해 약 20개 진료과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은 ”AI가 의사와 환자 대화를 인식할 때 정확도는 96.1% 정도였고 문서 요약 정확도는 92.8%였다“면서 ”AI 덕분에 반복 서류 업무 부담을 크게 덜었다“고 했습니다.

연세의료원도 2024년 11월부터 환자의 진료기록 작성을 지원하는 AI 기반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AI가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덜어준 덕분에 의사는 진료와 치료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해외에서도 AI 레지던트 도입이 활발합니다. 미국 전역에 병원 40곳과 의원 600여 곳을 운영하는 미국 최대 비영리 민간 의료 서비스 제공업체 카이저퍼머넌트도 2024년 AI 보조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캐나다 오타와병원은 마이크로소프트의 AI 레지던트를 도입하면서 환자 한 명의 진료시간을 평균 7분가량 절약했다고 합니다. 조사 결과 의료진은 ”업무 피로도가 70%가량 줄었다“고 했고 환자의 93%는 ”예전보다 나은 진료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집에서도 AI 도움 받는다
AI는 병원 밖으로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한 개인병원은 국내 최초의 ‘AI 데이터 기반 의원’입니다. AI 앱에 저장된 환자 수백 명의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동법·식단제공 등 환자의 건강을 실시간 관리합니다. 이상 소견이 보이면 방문 진료도 갑니다. 병원 측은 ”AI 덕분에 더 많은 환자의 정보를 세심하게 살피고 제때 맞는 진료를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병원에 가기 쉽지 않은 환자가 집에서 자신의 상태를 진단할 때도 AI는 큰 역할을 합니다. 고려대 의대 김응주 교수팀은 최근 환자의 기침·호흡 소리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폐에 혈액이나 체액이 쌓이는 울혈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AI 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울혈이 있는지 빨리 알수록 호흡곤란이나 심장수축을 막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병원과 연계, 위험한 상황에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은 외국에 있는 환자가 검사 자료를 올리고 상담을 신청하면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부터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AI 챗봇 맹신과는 구분해야
다만 전문가들은 AI 의료 기술과 일반 AI 챗봇을 혼동해선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사례는 모두 병원과 전문 AI 의료 기업이 직접 개발하거나 고도화한 AI가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경우입니다. 의료진의 판단을 전제로 작동하고 있고요.

반면 일반적인 대화형 AI 챗봇은 의료 정보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 AI 기업인 오픈AI에 따르면 매주 2억 명이 넘는 이용자가 챗GPT에 건강 관련 질문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중 상당 경우는 검증되지 않은 답을 내놓기도 합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UCLA)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BMJ 오픈’에 공개한 분석에 따르면 제미나이나 챗GPT 같은 인기 AI 챗봇 5종에 각종 건강 관련 질문을 했을 때 들은 답변 250개 중 절반가량(49.6%)은 허위 정보였다고 합니다. 이 중 49개는 ‘임상적으로 심각한 오류로 이어질 수 있는 수준’의 엉터리 답변이었고요. 많은 의료진이 ”전문 AI 의료 시스템이 아닌 AI 챗봇과의 대화만 믿고 병원에 오지 않거나 잘못된 약을 자체적으로 구해서 먹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분명한 것은 AI가 의료의 속도와 정확성을 바꾸고 있지만 사람을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판단을 더 정교하게 만드는 기술이라는 점입니다.

송혜진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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