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한 상황에는 비상한 대응을“ ▶ 생활 밀착 품목 수급·가격 매일 모니터링 ▶ 차량 5부체 참여 차량에 보험료 할인
중동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가 에너지·금융·물가 전 분야를 아우르는 현장 밀착형 대응책을 본격 가동했다. 유류 가격 동결,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 차량 5부제 참여 자동차 보험료 할인 등 가계 부담을 낮추는 조치를 동시에 추진하며 체감형 위기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이재명 대통령은 4월 28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18회 국무회의 겸 제6차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 대응을 집중 점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중동 전쟁의 여파가 우리 경제에 가하는 위협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며 ”비상한 상황에는 그에 걸맞은 비상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무엇보다 중동 전쟁의 여파에 따른 리스크의 선제적 관리와 투명한 정보 공개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전 부처에 전쟁 영향이 예상되는 모든 품목을 리스트화하고 수급 상황과 가격 동향을 일 단위로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을 지시했다.
정부는 생활 밀착 품목의 재고 상황에 따라 신호등 체계를 도입했다. 재고 2주 미만은 빨간색, 1개월 미만은 주황색으로 분류해 선제 대응하고 종량제봉투·주사기 등 품귀현상이 우려됐던 품목은 특별연장근로와 납품기한 단축을 통해 한 달 내 ‘안정’ 단계인 녹색·황색 등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유류 가격 상승이 물가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관 부처와 업계 간 ‘핫라인’을 구축하고 주요 품목의 수급 현황과 정부의 조치 내용을 국민에 공개해 시장 불안을 차단하기로 했다.
물가·소비 동시 방어
정부는 고유가 충격 완화를 위해 석유가격 4차 동결 조치를 시행했다. 산업통상부는 4월 24일부터 2주간 적용될 4차 석유 최고가격을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지난 회차와 동일하게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동결로 발생하는 정유사의 손실을 재정으로 보전해 주기로 했다. 석유 제품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고유가 피해지원금 1차 지급은 4월 27일부터 시작됐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국민 70%에 최대 60만 원을 지급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본격적인 신청 및 지급 단계에 들어감에 따라 정부는 선불카드 수급 문제 등 현장 혼선을 최소화해 신속하게 지원금을 집행, 민생 경제에 버팀목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위기 상황을 악용한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도 칼을 빼들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4월 27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연 직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최근 주사기 매점매석 업체 32곳과 가짜 석유 판매 주유소 등을 적발했다고 밝히며 ”위기 속에서 부당 이익을 취하는 행위는 신속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시장 교란을 목적으로 한 허위 정보나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수사기관과 공조해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에너지 절약 인센티브화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한 금융 인센티브도 도입된다. 금융위원회는 ‘차량 5부제 특약’을 신설해 참여 차량에 연간 보험료 2%를 할인한다. 약 1700만 대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되는 이 정책은 5월 중 정식 출시되며 4월 1일 가입분부터 소급 적용된다. 영업용 1톤 이하 화물차까지 ‘서민우대 할인특약’ 대상을 확대해 생계형 운전자 부담도 낮춘다.
정부는 이번 위기를 단기 대응에 그치지 않고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이 대통령은 과거 오일쇼크 사례를 언급하며 ”특정 지역에 편중된 에너지 수급처를 다변화하고 화석연료 중심의 산업 구조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IMF 외환위기를 IT 강국 도약의 기회로 삼았듯 이번 중동발 위기를 재생에너지와 신산업 강국으로 나아가는 ‘경제·산업 대전환’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다.
금융시장 안정 조치도 병행된다. 정부는 국내 주식시장의 저평가 해소를 위해 제도 개선을 지속 추진하는 한편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대응체계를 유지할 계획이다. 중동 사태의 전개 양상을 예의주시하며 필요할 경우 헌법상 ‘긴급재정경제명령’ 등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민생 경제를 지켜내겠다는 계획이다.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