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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강아지 동반 OK 금요일은 낮 12시 퇴근 “내가 다니고 싶은 회사 만들고 싶었다”

이른 아침 조용한 사무실 한편에서 낯선 소리가 들린다. 이제 막 유치원에 들어간 다섯 살 아이 선이의 웃음소리다. 일에 집중한 엄마 옆 책상 한쪽을 차지한 선이는 그림을 그리며 자신만의 세계를 펼치고 있다. 사무실이 전혀 낯설지 않은 눈치다. 한쪽에선 강아지 한 마리가 푹신한 쿠션 위에서 졸고 있다. 보통의 직장에선 보기 어려운 풍경이 펼쳐진 이곳은 서울 금천구에 있는 회사 ‘소소한소통’이다. 말과 글을 이해하기 어려운 정보 약자를 위해 쉬운 표현과 그림 등을 활용한 콘텐츠를 만드는 사회적기업이다. 직원 수는 20명 남짓이지만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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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 소소한소통 백정연 대표
이른 아침 조용한 사무실 한편에서 낯선 소리가 들린다. 이제 막 유치원에 들어간 다섯 살 아이 선이의 웃음소리다. 일에 집중한 엄마 옆 책상 한쪽을 차지한 선이는 그림을 그리며 자신만의 세계를 펼치고 있다. 사무실이 전혀 낯설지 않은 눈치다. 한쪽에선 강아지 한 마리가 푹신한 쿠션 위에서 졸고 있다.

보통의 직장에선 보기 어려운 풍경이 펼쳐진 이곳은 서울 금천구에 있는 회사 ‘소소한소통’이다. 말과 글을 이해하기 어려운 정보 약자를 위해 쉬운 표현과 그림 등을 활용한 콘텐츠를 만드는 사회적기업이다. 직원 수는 20명 남짓이지만 직원 만족도는 대기업에 뒤지지 않는다.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법적으로 근로자를 위해 보장된 제도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건 물론 피치 못할 경우 아이를 데려와도 된다. 반려동물 동반 출근도 문제없다. 정해진 기준 안에서라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할 수 있는 시차출근제,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도 지원한다. 통상 5년 이상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장기근속 휴가는 3년 이상부터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제도는 주 4.5일제다. 매주 금요일은 낮 12시에 퇴근한다.

정부가 올해 처음 시행한 ‘육아기 10시 출근제’도 선제적으로 도입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월 회사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2025년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성별에 관계없이 동등한 대우를 보장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한 기업에 주어지는 상이다. 2021년과 2024년에도 각각 여가친화기업과 가족친화인증기업으로 선정됐다.

소소한소통에서는 필요한 복지가 생기면 직원들이 먼저 대표의 방을 두드린다. 육아기 10시 출근제도 이런 과정으로 도입됐다. 직원들은 유연한 근무 환경을 누리고 있지만 경영 측면에서 부담은 없을까? 63년 만에 법정 공휴일로 지정된 5월 1일 노동절을 앞두고 백정연 대표를 만났다.

아이나 반려동물과 함께 출근하는 회사가 흔하지는 않은데.
총 세 명의 직원이 아이와 함께 출근한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까지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의 아이들이다. 항상 데려오는 건 아니고 돌봄이 어려운 상황이 생겼을 때 온다. 직원의 반려견 망지와 벤티는 아이들보다는 더 자주 온다.

이 제도를 도입한 배경이 궁금하다.
처음부터 제도가 있었던 건 아니다. 직원 한 명이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키우다 보니 불가피하게 아이를 데려와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가령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가 친정어머니가 데리러 오실 때까지 잠시 데리고 있어야 하는 경우 등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종종 있는 상황 아닌가. 직원들 사정을 고려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도로 자리 잡았다.

시행 첫 해인 육아기 10시 출근제도 빠르게 도입했다.
육아를 하지 않다 보니 회사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제도 외에 정부에서 새롭게 실시하는 제도에 대해서 사실 바로 알지는 못한다. 그래서 직원들이 관련 정보를 찾아서 제안하면 적극적으로 검토해 반영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번 제도 역시 직원 건의로 도입했다.

직원 편의를 먼저 고려하는 리더십이 인상적이다.
내가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2017년 창업 당시에는 회사 규모가 작아 다양한 복지 제도를 마련하기 어려웠지만 최소한 직원들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집중했다. 일의 특성상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이 회사의 성장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직원을 뽑을 때도 신중을 기하는 이유다. 오래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한다.

직원 만족도는 어떤가.
전반적으로 복지 제도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그 결과가 근속이나 업무 집중도로 이어지는 게 눈에 보인다. 특히 주 4.5일제와 오전 8시부터 10시 사이 원할 때 출근하는 시차출근제에 대한 반응이 좋다. 장기근속 직원이 많은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창업 10년 차인 현재, 절반 이상의 직원이 5년 이상 근속자다.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데 대한 부담은 없었나.
직원들이 일하는 시간이 줄면 매출이나 조직 분위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많은 경영자가 공감할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복지 제도를 만드는 건 쉽지만 이를 유지하거나 폐지하는 건 어렵기 때문이다. 내 결정이 회사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두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처음 4.5일제를 시작했을 땐 추가근무수당이 크게 늘었다. 업무시간은 줄었지만 업무량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포괄임금제를 시행하지 않아 추가 근무를 하는 대로 수당을 지급한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신규 인력이 조직의 문화와 업무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시간 또한 비용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오래,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결과적으로 회사의 경쟁력과 매출에도 긍정적이다.

주 4.5일제는 쉽지 않았을 텐데.
우리 회사는 2024년에 도입했다. 하루아침에 만든 건 아니고 단계적으로 접근했다. 창업 직후에는 한 달에 한 번 조기퇴근, 이후에는 두 번으로 확대하는 식으로 점진적으로 늘렸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누릴 수 있게 노동시간 단축은 필요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작은 규모의 회사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제도는 아니다. 우리는 선제적으로 도입했을 뿐이다. 앞으로도 직원을 위한 더 합리적인 선택이 있다면 그 방향에 맞춰 가려고 한다.

고유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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