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관광은 회복을 넘어 '3000만 시대'를 향하고 있다. 이제 과제는 숫자가 아니라, 어디에서 머물고 어디에서 소비하느냐다. 이런 변화 속에서 공항은 단순한 입국 관문을 넘어 여행의 출발점으로 바뀌고 있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바로 여행이 시작된다.
'2025 APEC 정상회의' 주간인 지난해 10월 30일 내외국인 관광객이 경주 첨성대를 배경으로 곱게 물든 핑크뮬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를 위해 정부가 지방공항을 외래관광객의 유입 거점으로 육성하고 40년 넘은 관광법제 전면 개편에 착수했다. 문체부는 공항과 지역관광을 연계해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이 소비하는 체류형 관광을 확대하고, 1970~1980년대 틀에 머문 법체계도 다시 손보겠다는 구상이다.
지방공항의 활성화는 수도권에 쏠린 방한 관광 흐름을 지방으로 분산하고 공항 입국이 곧바로 지역 체류와 소비로 이어지게 하려는 목적이 있다. 지난 1975년 제정한 관광기본법과 1986년 이후 단일법 체계로 운영해 온 관광진흥법은 40년이 지난 현재의 관광 환경을 담기엔 낡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공항이 곧 관광 관문"…대구서 첫발 뗀 '지방 시대' 인바운드
문체부와 국토교통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지방공항 연계 지역관광 활성화 협력 포럼'을 순차 개최한다. 이번 포럼은 지난 2월 확대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발표한 '지방공항 지역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여행) 거점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마련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첫 포럼은 지난달 21일 대구시청에서 열렸다. 문체부와 국토부, 대구시와 경북도, 한국관광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항공사, 여행업계가 한자리에 모였다. 참석 기관들은 공항 슬롯과 편의 서비스, 숙박과 교통 같은 지역 수용 태세, 볼거리·먹을거리·즐길 거리로 이어지는 관광 콘텐츠, 온라인 여행사 연계 판촉과 업계 애로를 함께 점검했다.
논의의 방향은 명확하다. 지방공항을 단순한 입국 창구가 아니라 지역관광의 관문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외래관광객이 입국 후 곧바로 서울로 이동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지방에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이 쓰게 만드는 동선을 새로 짜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항공과 관광이 따로 움직이던 방식 대신 '항공-관광 원팀' 체제를 내세웠다.
정부는 현장에서 곧바로 실행할 과제도 구체화하고 있다. 국토부는 국적 항공사가 가진 해외 영업망을 활용해 외래관광객을 더 끌어오고, 외항사의 지방공항 신규 취항 여건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항에서 도심과 관광지로 이어지는 교통 편의도 개선한다. 이동망이 빈약하면 체류형 관광도 힘을 받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지난 2월 1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모습.(ⓒ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대구에 이은 후속 일정도 잡혔다. 정부는 5월 김해, 6월 청주에서 협력 포럼을 이어가고, 하반기에는 '관광-항공 정책협의회'를 공동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포럼에서 나온 과제를 일회성 논의로 끝내지 않고 상시 협력 체계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양양 등 다른 지방공항까지 논의가 넓어질 가능성도 거론됐다.
김대현 문체부 제2차관은 이날 "지방공항은 외래관광객을 지방으로 유입시키는 최적의 통로"라며 "민관협력 체계를 구축해 지방공항을 기점으로 외래관광객 입국을 확대하고 단순한 방문을 넘어 외래관광객이 더 오래 체류하고 더 많이 소비할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 40년 묵은 관광법제 대수술…'산업'·'지역' 투트랙으로 분법
문체부는 공항 전략과 별도로 관광 정책의 틀도 개편하고 있다.
지난 23일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는 '관광 법제 개편 방안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1975년 제정한 관광기본법과 1986년 이후 단일법 체계로 운영해 온 관광진흥법이 지금 관광 환경을 담기엔 낡았다는 판단에서다. 문체부는 이를 40년 만의 전면 개편이라고 규정했다.
개편 방향의 핵심은 3개 체계다. 현행 법제를 '관광기본법', '관광산업법', '지역관광발전법'으로 나누는 안이 공개됐다. 기존 관광기본법은 16개 조항에서 27개 조항으로 늘려 선언적 규범에서 실행할 수 있는 기본법으로 바꾸는 방향이 제시됐다. 관광안전, 관광객 권익 보호, 공정한 거래질서 같은 조항도 새로 담는 방안이 거론됐다.
지난해 9월 25일 열린 '제10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관광 혁신 3대 전략'에 담긴 관광법제 전면개편안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광진흥법'은 사실상 해체 수준의 분법이 논의됐다. 산업 육성은 '관광산업법'으로, 지역 주도 발전은 '지역관광발전법'으로 각각 떼어내자는 안이다.
반복 개정 끝에 규제와 진흥, 개발과 사업이 뒤섞인 '누더기' 구조가 됐다는 진단이 배경이다. 창업 지원, 투자 금융, 전문 인력 양성, 디지털 전환, 업종 구조 개편 같은 산업 정책도 별도 법에 담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제도 개편의 폭만큼 보완 요구도 적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정부 책무를 지나치게 세세히 적으면 법의 포괄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아웃바운드 산업이 논의에서 비켜나 있다는 점, 인공지능과 플랫폼 중심의 디지털 환경을 더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지역 주도 관광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려면 지자체 권한과 책임도 더 선명하게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앞으로 문체부는 하반기 국회 발의를 목표로 보완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올해 1분기에만 476만 명으로 같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한 상황에서 낡은 법과 수도권 집중 구조를 그대로 두고는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개편은 외래객 숫자를 늘리는 차원을 넘어 지방공항과 지역관광, 산업 육성, 법체계를 함께 재설계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책브리핑 최선영
※ 이 글은 뉴스통신사 <뉴스1>의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종합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