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량'의 그늘에서 벗어나 정책의 햇살 아래로
매년 5월의 문턱에서 교육공무원인 나는 늘 묘한 소외감을 견뎌야 했다. '근로자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온 국민이 휴식을 즐길 때, 교사와 공무원은 언제나 그 휴식의 테두리 바깥에 머물러야 했다.
재직 중인 학교 학사일정 일부
필자가 재직 중인 학교를 비롯한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는 이날을 '학교장 자율 재량 휴업일'(이하 재량 휴업일)로 지정해 운영해 왔다. 하지만 재량 휴업일은 제도가 보장하는 당연한 권리가 아닌 학교장의 결단이나 행정적 편의에 의해 주어지는,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유동적인 휴식이었다.
◆ 정책이 바꾼 풍경: 63년 만의 '공휴일' 지정과 명칭 복원
이런 와중에 들려온 '공휴일에 관한 법률' 개정 소식은 정책 수혜자인 나에게 꽤 반가운 변화였다. 1963년 '근로자의 날'이 만들어진 지 63년 만에 노동절이 공식 공휴일이 된 것이다. 단순히 하루 더 쉬게 됐다는 점보다 더 큰 의미가 있었다. 바로 명칭을 '노동절'로 바꿨기 때문이다. 그동안 '근로'라는 단어 안에서 수동적으로만 느껴졌던 나의 일이, 이제야 '노동'이라는 제 이름을 찾고 사회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은 기분이 들었다.
정부가 이번에 노동절을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강조한 핵심은 '형평성'이었다. "노동의 가치를 온 국민이 함께 기념해야 한다"는 말처럼, 그동안 민간과 공공부문 사이에 존재했던 휴식의 차이를 없애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늘 남들 쉴 때 일하거나 재량 휴업일이 되기만을 기다려야 했던 소외감이 비로소 해소된 셈이다.
◆ 노동절에 가족과 함께 즐긴 평택 내리문화공원 나들이
평택 내리문화공원 (본인 촬영)
올해 노동절, 역사적인 첫 공식 휴무를 기념하며 가족과 함께 평택 '내리문화공원'을 찾았다. 일반 기업에 다니며 평생을 성실한 근로자로 살아오신 아빠와, 이제야 비로소 노동절의 당당한 주인공이 된 필자가 온전하게 일정을 맞춘 첫 번째 나들이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빠가 쉬는 날 나는 출근을 하거나 학교의 재량 휴업 여부를 확인하며 눈치를 봐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온 가족이 '노동절'이라는 공통된 약속 아래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내리문화공원 (본인 촬영)
내리문화공원의 산책길은 유난히 푸르게 느껴졌다. 평택강의 잔잔한 물결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풍경 속에서, 우리 가족은 그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일해온 서로의 시간을 공유했다. 아빠는 직장 생활의 고단함을 강바람에 실어 보내며 여유를 즐기셨고, 나 역시 교실에서의 고민과 행정 업무의 압박을 잠시 내려놓았다.
◆ 정책이 선사한 재충전, 더 단단해진 공직의 사명감
이번 노동절은 나에게 단순히 업무를 멈추는 날이 아니었다. 공직에서의 노동을 잠시 내려놓음으로써, 내가 수행하는 이 일이 우리 사회와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하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성찰의 시간'이었다. 쉼이 없는 봉사는 결국 소진과 무력감을 낳지만, 정책적으로 보장받는 휴식은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줬다.
공원에서 가족과 즐기는 행복한 시간 (본인 촬영)
공원의 벤치에 앉아 가족들과 나누었던 대화들, 그리고 시원한 강바람 속에서 느꼈던 해방감은 앞으로 내가 학교에서 아이들을 마주할 때 더욱 건강하고 밝은 에너지를 쏟게 할 밑거름이 될 예정이다.
가족과 함께한 노동절 (본인 촬영) ◆ 노동 존중 사회를 향한 발걸음
노동의 가치와 존엄이 사회적 상식으로 자리 잡은 오늘, 나는 재충전된 마음으로 다시 교실의 문을 열 준비를 한다. 이번 정책 변화가 일시적인 만족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모든 일터에서 노동의 의미를 되새기는 문화로 뿌리내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쉬는 노동자가 더 가치 있는 노동을 할 수 있다"라는 말처럼 이번 연휴를 통해 가벼운 마음으로 학생들을 더 열심히 가르쳐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 (보도자료) 노동절 제정 63년 만에 공휴일 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