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이 빛의 광장에 모이신 사부대중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부 장관 정동영입니다.
방금 우리는 묘향산 보현사의 '8각 13층 석탑등'에 불을 밝혔습니다.
어스름 속에서 피어난 저 밝은 불빛을 보십시오.
얼마전 광화문에서 열린 BTS의 아리랑이 전 세계에 울려퍼졌듯이 오늘 보현사 13층 석탑의 불빛이 남과 북을 고루 비추기를 기원합니다.
묘향산(妙香山)은 그 이름처럼 '묘하고 그윽한 향기'가 머무는 산입니다.
저는 20년 전 2005년 9월, 제16차 남북장관급회담 당시 묘향산 그 산자락에 서 있었던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그때 평양에서는 남북 장관급회담이 열리고 있었고, 베이징에서는 남·북,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여섯 나라가 한 자리에 모여서 6자회담을 열고 있었습니다.
보현사의 고요한 품에 안겨서, 저는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이 묘향산의 향기가 평양을 넘어 베이징으로, 그리고 온 한반도로 퍼져나가 평화의 열매를 맺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 간절함이 닿았을까요.
회담은 결실을 보았고, 남북 관계는 봄날의 꽃등처럼 환하게 피어났습니다.
불교계 또한 호국(護國)의 상징 서산대사께서 남과 북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신뢰의 가교가 되어주셨습니다.
비록 합동다례재의 온전한 봉행은 기다림의 영역으로 남아있습니다만, 그때 남과 북이 서로 주고받았던 추도사와 서신 속에 '우리는 본래 하나'라는 변치 않는 진리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존경하는 불자 여러분, 우리는 지금 잠시 멈춰 서 있습니다.
하지만 멈춤이 곧 포기는 아닙니다.
정부는 부처님의 '자리이타(自利利他)' 정신을 나침반 삼아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습니다.
내가 이롭기 위해서 상대를 이롭게 하고, 상대를 위함으로써 나를 완성하는 그 지혜로운 자비의 길을 가야합니다.
얼어붙은 땅 아래서도 물길은 흐르듯, 폐허가 된 남북관계 위에도 신뢰라는 벽돌을 하나하나 다시 쌓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아이들이 묘향산의 그윽한 향기를 맡으며 보현사 석탑을 자유롭게 마주할 수 있는 날, '한반도 평화공존'의 그날 새 아침을 반드시 열겠습니다.
연등은 어둠을 걷어내는 지혜이며, 너와 나를 구별 없이 비추는 자비의 상징입니다.
오늘 이 귀한 자리를 마련해주신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여러 대덕 스님들, 그리고 함께 마음을 모아주신 모든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광화문에 밝힌 이 따뜻한 빛이 북녘의 산천까지 고루 닿아서 한반도에 평화의 시간이 힘차게 다시 맥동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부처님의 가피와 광명이 늘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