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은 혼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 편집자 강윤정
Q. 처음 이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요?
A. 제가 처음 출판계에 들어올 때만 해도 지금처럼 다양한 경로에서 여러 정보를 접하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평생 좋은 텍스트 곁에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뿐이었고, 편집자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도 잘 몰랐습니다. 이 일을 업으로 삼으며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책이 더 이상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Q.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편집자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A. 작가가 쓴 작품을 그 작품을 선택할 독자에게 맞춤한 방식으로 정리해 '책'이라는 꼴을 가진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지요. 단순히 교정 교열을 보는 업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울리는 책의 크기를 결정하고 한 페이지에 어느 정도 분량의 작품이 담기면 가독성이 좋을지 고민하고, 디자이너와 함께 제목과 표지를 디자인해갑니다.
시나 소설 같은 문학 작품이 아닌 경우, 편집자의 아이디어에서 책이 시작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독자에게 어떤 책이 필요할까를 고민하는 것도 편집자의 중요한 일이지요.
Q. 다양한 분야를 다루면서 편집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요?
A. 책의 분야마다 기준은 달라지지만 제가 주로 작업한 한국문학 도서의 경우, 그 작품을 쓴 작가를 한국문학 출판 시장에서 어떻게 포지셔닝하면 좋을지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작가와 작품의 고유성과 개성을 독자에게 어떻게 하면 정확히 전달할 수 있을지를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편집 경험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편집자로 살면서 했던 경험 중 특별히 인상적인 것으로 노벨문학상 시상식 참석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한강 작가님의 담당 편집자로서 초청을 받아 스웨덴으로 출장을 갔었는데요, 화려한 시상식과 만찬, 다양한 행사들도 물론 기억에 남지만 저에게 더 특별했던 자리는 전 세계 한강 작가님 편집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던 것입니다.
Q.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A.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책을 더 많이 권하는 일이 아니라, 책이 자연스럽게 삶 속으로 스며들 수 있는 시간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서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속도와 효율을 잠시 멈추고 타인의 문장 안에서 머무르는 행위이기에 독서문화는 개인의 의지보다 사회의 리듬과 생각보다 더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잘 갖춰진 공공도서관 시스템은 언제고 중요하겠습니다. 사유와 대화가 일상적으로 가능한, '생활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합니다.
Q. 지금의 나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한 권의 책'을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A. 20년 가까이 회사원으로 살다 퇴사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인생의 한 페이지가 넘어간 기분입니다.
"새로운 페이지에 어떤 내용이 쓰여 있을까요?"
그런 요즘의 제가 자주 생각하는 책은 클레르 마랭의 [제자리에 있다는 것]입니다. 익숙했던 자리에서 스스로 탈주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지금, 자리를 갖는다는 것이 끊임없이 흔들리고 이동하며 더 자기다운 자리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라고 말하는 이 책에 많이 의지하고 있습니다.
'책과 사람 사이' 연재는 앞으로도 다양한 출판 현장의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다음 이야기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