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투자 💰 지원사업 🚀 K-Startup 🏦 정책자금 🏛 나라장터 📰 보도자료 📋 정책뉴스
📋 정책뉴스

‘간병비 급여화’로 가는 길 ‘4무2탈’ 존엄케어 현장을 찾다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3월 초 경상북도 예천군 경도요양병원. 치매를 앓는 70대 환자가 온돌 바닥에 앉아 몸을 밀며 천천히 이동했다. 30m 남짓 복도를 지나 화장실 앞에 멈춰선 그는 안전손잡이를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느리고 더딘 움직임이었지만 스스로 용변을 마친 뒤 다시 병실로 돌아갔다. 입원 초기만 해도 혼자 움직이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꾸준히 몸을 쓰면서 팔과 다리에 힘이 붙은 결과다.
#K-공감 #정책브리핑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3월 초 경상북도 예천군 경도요양병원. 치매를 앓는 70대 환자가 온돌 바닥에 앉아 몸을 밀며 천천히 이동했다. 30m 남짓 복도를 지나 화장실 앞에 멈춰선 그는 안전손잡이를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느리고 더딘 움직임이었지만 스스로 용변을 마친 뒤 다시 병실로 돌아갔다. 입원 초기만 해도 혼자 움직이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꾸준히 몸을 쓰면서 팔과 다리에 힘이 붙은 결과다.

이 병원이 일찍부터 도입한 ‘존엄케어’를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병원 중심이 아니라 환자의 삶과 회복을 우선에 두고 개인의 상태에 맞춰 돌봄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일본 고령자 돌봄 현장에서 발전한 개념으로 국내 요양병원에도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다. 존엄케어에 대한 공식 기준은 없다. 병원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돌봄을 위해서는 충분한 간병 인력과 안정적인 재원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간병비는 가족 부담으로, 인력 확보가 어려운 병원은 침상 중심 관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정부가 요양병원 간병비를 건강보험에 포함하는 ‘간병 급여화’를 추진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간병을 개인 부담에서 사회적 돌봄체계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경도요양병원은 존엄케어 실천의 핵심으로 ‘4무2탈(4無2脫)’ 간병을 내걸고 있다. ‘4무’는 냄새·욕창·낙상·와상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이고 ‘2탈’은 환자가 기저귀와 억제대(결박장치)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을 뜻한다. 양질의 돌봄을 위해 간병의 공적 지원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현장인 셈이다. 이곳은 지역 우수 요양병원으로 꼽혀 2025년 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정 장관은 ”초고령사회에서 어르신 간병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이 매우 큰 만큼 요양병원 중증환자부터 단계적으로 간병비 부담을 경감하고 지역사회에서 의료·요양 서비스가 환자 중심으로 제공되도록 양질의 간병 인력을 확보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4무2탈’이 병원 풍경을 바꾸다
그렇다면 환자 중심의 ‘4무2탈’ 간병이 병원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경도요양병원을 찾은 날 요양병원 특유의 냄새 대신 통창으로 스며든 바람이 복도를 채웠다. 점심식사가 끝난 시간 병실마다 환기가 한창이었다. 병원 방송으로 ‘체위 변경’ 시간을 알리자 간병인들이 익숙한 듯 빠르게 움직였다. 욕창을 예방하기 위해 두 시간마다 환자의 자세를 바꾸는 시간이다.

환자들 손에는 ‘인형 달린 장갑’이 끼워져 있었다. 환자가 무의식적으로 콧줄을 잡아당기거나 몸을 긁어 상처를 내는 행동을 막기 위한 장치다. 침상마다 천장에 모빌이 달린 것도 같은 이유다. 손을 묶는 대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서다. 창문에는 창살 대신 300㎏ 하중을 견디는 ‘안전 방충망’이 설치돼 있었다.

병실 앞 게시판에는 ‘탈기저귀 현황’이 붙어 있었다. 환자 이름 옆에는 ‘시작’, ‘진행 중’ 표시가 적혀 있고 ‘탈기저귀 성공자’ 명단도 있었다. 이곳에서는 앉을 수 있고 이동이 가능한 환자에게는 기저귀를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한다. 입원 초기 3일간 취침·식사·재활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해 배변 리듬을 되찾도록 돕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복압성 요실금 환자에게는 골반 근육 강화 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목욕은 주 2회. 요실금이 있거나 용변 후 세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간병인과 간호사가 추가로 목욕을 돕는다. 구강을 정기적으로 관리해 구취를 줄이고 음식물 삼킴이 어려운 중풍 환자의 식사를 돕는 치위생사도 상주하고 있다.

20㎝ 높이 침대, 온돌 병동…
환자 중심 돌봄은 공간 설계에도 반영돼 있다. 낙상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바닥과의 높이를 20㎝로 낮춘 침대를 별도로 제작해 사용한다. 혼자 걷기 어려운 환자가 있는 곳은 온돌 병동으로 운영된다. 무엇보다 환자를 침상에 머물게 두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침상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근육량이 감소해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다. 회복기 환자는 재활치료실에서 기구 중심의 운동을 하고 치매 환자는 김밥·초밥 만들기 등 일상형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입원 초기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소리를 지르거나 다른 환자를 방해하는 경우를 대비한 ‘심신 안정실’도 마련돼 있다. 방탄유리벽을 설치해 내부에 있어도 답답하지 않도록 했다.

2년 전 오른쪽 편마비로 입원한 이 모 씨는 ”요양병원에 와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집에서 치료받는 기분“이라며 ”열심히 재활을 받아 퇴원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파킨슨 환자 김 모 씨는 2025년 8월 제주에서 이곳으로 옮겨왔다. 당시엔 거동이 어려웠지만 현재는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이 같은 환경이 만들어진 것은 존엄케어 구현이 가능한 간병 시스템 덕분이다. 경도요양병원에는 약 100명의 간병인이 있다. 6인실 기준으로 최소 한 명이 상주하며 격일제로 근무한다. 적게는 5년, 길게는 20년 가까이 장기 근무 중인 간병인이 대부분이다.

한 간병인은 초등학교 시절 은사를 이곳에서 환자로 다시 만나 마지막 순간까지 곁을 지켰다고 했다. 오랜 근속의 이유로 간병인들은 ‘사명감’을 꼽았다. 19년째 근무 중인 70대 간병인 권 모 씨는 ”제2의 삶터다. 보람이 커서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고 말했다. 17년째 근무 중인 또 다른 간병인은 ”존엄케어를 실천하면서 나의 노년도 떠올리게 된다“며 ”사람은 결국 늙는다. 누구나 마지막까지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병원 이익 아닌 환자 권리 위해“
문제는 결국 비용이다. 현재 요양병원 간병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경도요양병원의 간병비는 월 60만 원 정도다. 다른 요양병원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이마저도 부담돼 퇴원을 선택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경도요양병원 이윤환 이사장은 한 환자의 사례를 떠올리며 안타까워했다.

”중증치매 환자 할머니가 입원한 적이 있습니다. 이전에 묶였던 흔적 때문에 멍이 들어 있었고 보이는 사람마다 꼬집으려 했어요. 낯선 병실이 두려웠는지 복도 바닥에 눕기도 했고요. 복도에 이불을 깔고 지내게 한 뒤 이틀을 지켜봤더니 어느 순간 공격성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간병비 부담으로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퇴원을 했고 3개월 만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이사장은 ”간병비 급여화는 요양병원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환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기 위한 문제“라며 ”공적 제도가 마련되면 병원 간 서비스 경쟁이 가능해지고 환자는 더 나은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일본 요양병원을 방문한 경험을 계기로 간병 시스템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2013년 이 병원에 존엄케어를 도입했다. 일본은 2000년 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해 간병 서비스를 공적 영역에서 지원하고 있다.

”당시 일본에 가서 간병 시스템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함께 갔던 간호사에게 ‘부모님을 우리 병원에 모실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일본의 경우를 보고 나니 못하겠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간병 보험이 없어도 우리가 먼저 바꿔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2030년까지 500곳… 간병비 급여화 속도 낸다
정부도 제도화를 검토 중이다. 2030년까지 경도병원 같은 요양병원 500곳을 ‘의료중심 요양병원’(가칭)으로 선정해 간병비 부담을 낮추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2025년 11월 첫 전문가 자문단회의를 열고 제도 설계에 필요한 쟁점과 현장 의견을 점검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1391개 요양병원에 21만 5000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다. 이 중 약 13만 명은 의료필요도가 낮거나 ‘사회적 입원’(의료적 필요보다 돌봄을 이유로 한 입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정부는 의료필요도가 높은 환자가 많은 병원부터 단계적으로 제도를 적용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환자 1인당 간병비를 월 200만~267만 원 수준으로 책정하고 본인부담률을 현행 100%에서 약 30%까지 낮춘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환자 4인당 간병인 한 명을 배치하고 3교대 근무 체계를 도입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인력 확보도 과제다. 비수도권의 인력난을 고려해 외국인 인력 활용을 검토하고 표준 교육과 언어·소통·위생 교육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역 우수대학을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으로 지정해 유학생을 유치하는 방안도 담겼다. 복지부는 하반기까지 월 1회 이상 전문가 자문단회의를 정례 개최하고 현장간담회도 열어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간병을 개인의 부담이 아닌 사회적 권리로 바꿀 수 있을지가 그 논의에 달려있다.

이근하 기자

🔗 원문 공고 바로가기

외부 기관의 공식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최신 정보는 원문을 확인하세요.

← 목록으로
🔗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