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 각종 자재를 짊어지고 장비를 갖춰야 하는 목수가 되기에는 작은 체구일 수 있다. 그러나 청년 목수 김연서 씨는 ”체구 때문에 일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보통 석고 한 장이 7㎏ 정도거든요. 선배들이 석고 네댓 장을 이고 나르면, 저도 똑같이 짊어지고 나릅니다. 물론 더 힘들죠. 그래도 어떻게든 같은 양의 일을 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태권도 국가대표를 꿈꾸던 어린 시절부터 김 씨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고민해왔다. 태권도로 대학에 진학했지만 어느 순간 ”세상에는 많은 일과 직업이 있는데 태권도 하나밖에 모르는 채로 살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었다“고 했다. 질문의 끝에서 학교를 그만두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기 시작했다. 처음 선택한 일은 방충망 수리였다. 고객의 의뢰를 하나씩 해결해가며 얻은 성취감은 김 씨를 목수의 길로 이끌었다. 이제 23세. 어린 여성 목수를 찾아보기 힘들다보니 김 씨는 ‘특이한 직업을 가진 청년’으로 알려졌다. ‘목수 김연서’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1만 명을 훌쩍 넘었고 방충망 수리 시절과 목수로 전향한 이후 출연한 유튜브 영상들은 조회수가 수만에서 수십만 회에 이른다. 지난해 9월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2030 청년 소통·공감 토크콘서트’에서 청년 일자리에 대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자신의 길을 주도적으로 개척해나가는 김 씨의 ‘일’은 청년의 도전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한다. 그에게 일과 직업은 어떤 의미인지를 들어봤다.
목수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대학을 자퇴한 뒤 무엇을 할지 고민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직업은 요식업이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방충망 사업이 눈에 들어왔어요. 접해보지 못했던 분야라 흥미로웠고 유튜브에 성공 사례도 많더라고요. 다른 기술직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아보인 것도 이유였습니다. 결심이 서자 행동이 빨라졌습니다. 교육을 받은 뒤 곧바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방충망 일도 수입이 괜찮았는데 왜 목수로 전직했나요.
방충망 일은 기술을 계속 발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어요. 어느 순간 ‘무언가를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알아보던 중 목수라는 직업을 알게 됐는데 끊임없이 배우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체력이 허락하는 한 오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고요.
목수 일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일을 가르쳐줄 사람을 먼저 찾았어요. 지금의 반장님을 소개로 만나 일을 시작했고 초기부터 지금까지 따라다니며 배우고 있습니다. 목수 일은 책으로 익히기보다 현장에서 몸으로 체득하는 부분이 많거든요.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현장을 경험했나요.
아파트 건설 현장도 경험했고 고깃집 같은 상업 공간 인테리어도 해봤어요. 2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상가, 아파트, 주택 등 다양한 현장을 두루 경험했어요. 현장마다 분위기도 다르고, 쓰는 자재도 다르고, 필요한 기술도 달라 늘 배울 것이 많습니다.
기억에 남는 현장이 있다면.
키즈카페 현장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특히 힘들었거든요. 방화 석고가 한 장에 18㎏ 정도 나가는데 그걸 하루에 100장씩 날랐어요. 몇 시간 동안 자재만 나르다 보면 ‘힘들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몸이 녹초가 되는데 공간이 완성됐을 때의 성취감은 정말 컸습니다.
체구가 작은 편이라 더 힘들지 않나요.
처음에는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결국 해내더라고요.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여성 목수라고 해서 한계가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이 일에서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인가요.
맞아요. 성별에 따라 잘하는 영역은 있을 수 있지만 어떤 직업이든 다양한 역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강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여성 목수가 늘고 있다고요.
목수 일 중에서도 여성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가 있어요. 특히 가구 작업이 그렇습니다. 가구는 매우 정밀한 작업이라 1㎜ 오차가 나면 나중에는 5~6㎜까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목수는 초목, 중목, 기공, 반장으로 나뉘는데 보통 기공이 가구 작업을 맡을 정도로 집중력이 요구됩니다. 저 역시 손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꼼꼼하게 하는 편이라 그런지 반장님이 저에게 가구 작업을 자주 맡기세요.
여성 목수의 장점을 더 꼽는다면.
기술적인 부분 외에도 장점이 있습니다. 고객과 소통할 때 작업 과정을 차분하게 설명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데 유리하다고 느낍니다. 현장은 결국 사람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일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성격이 꼼꼼한 편인가요.
오랫동안 운동을 해서 스스로는 대범한 성격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일을 하면서 제가 꼼꼼하고 섬세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일을 통해 몰랐던 역량을 발견했어요. 성취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성향도 그렇고요.
태권도를 통해서도 성취감을 충분히 느꼈을 텐데요.
어릴 때부터 제 안에는 결핍이 있었어요. 하지만 결핍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면 원동력이 되니까요.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고 늘 ‘내가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태권도를 사랑하지만 어느 순간 그 안에서 제가 보여줄 수 있는 것에 한계를 느꼈습니다. 더 다양한 일을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목수 일을 통해 느끼는 성취감은 무엇인가요.
현장마다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벽을 세우고 천장을 만들고 마감까지 이어지면서 형태가 완성되는 모습을 직접 보는 것이 큰 매력입니다. 특히 맡은 작업을 정확히 끝냈을 때 결과가 바로 드러난다는 점이 좋습니다. 반장님이나 팀원들에게 ”잘했다“는 말을 들으면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고 그게 다음 현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목수에게 필요한 자질을 꼽는다면.
체력도 중요하지만 계산능력과 공간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천장 높이가 3m라면 자재 길이를 어떻게 나눌지 석고보드가 몇 장 들어갈지 빠르게 계산해야 합니다. 또 자재가 들어갔을 때 구조가 어떻게 완성될지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어야 하고요. 이런 감각은 책보다는 현장에서 몸으로 익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장에서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아침에 현장으로 이동해 작업을 시작합니다. 자재를 나르고 구조를 세우고 석고보드를 붙이고 마감까지 이어지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요. 매일 다른 현장을 오가기 때문에 반복된다는 느낌이 적고 공간이 완성되는 과정을 직접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작업을 할지 기대하면서 현장에 나갑니다.
혼자 일하던 방충망 사업과 가장 큰 차이는.
방충망 일은 대부분 혼자서 모든 과정을 책임져야 했습니다. 반면 목수 일은 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역할을 나누고 서로 도와가며 합니다. 함께 힘을 모아 하나의 공간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큰 성취감을 느낍니다. 체력적으로도 덜 부담되고 심리적으로도 훨씬 안정감이 있습니다.
팀 분위기는 어떤가요.
현장 분위기는 생각보다 밝습니다. 노래를 틀어놓고 이야기를 나누며 일합니다. 힘든 작업을 할 때도 서로 ”조금만 더 하자“고 격려하면서 버텨요. 특히 여성 목수가 한 명 더 있어서 같이 이야기하고 웃으면서 일하다 보면 체력적으로 부담도 덜 느껴집니다. 혼자 일할 때보다 훨씬 활기 있는 환경입니다.
목수 일을 하면서 사람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겠어요.
함께 일하는 사람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습니다. 좋은 사수를 만나면 성장 속도가 달라지고 현장 분위기도 크게 좌우됩니다. 서로 존중하는 팀에서는 배우는 것도 많고 힘든 작업도 수월하게 느껴집니다. 반대로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같은 일도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누구와 일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목수라는 직업을 청년들에게 추천하나.
물론입니다. 다만 꼭 목수라는 직업에 국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청년들에게는 다양한 직업을 경험해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저 역시 목수가 되기 전과 이후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고 스스로 몰랐던 재능도 발견했습니다.
목수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선 3년 안에 기공 타이틀을 달고 싶습니다. 그다음에는 반장이 돼서 팀을 이끌어보고 싶어요.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공간 전체를 설계하고 책임지는 역할을 맡고 싶습니다. 나아가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공간을 만드는 목수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 계속 배우고 경험을 쌓아갈 생각입니다.
또래 청년이나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10대와 20대는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꼭 대학이나 정해진 길만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다양한 일을 직접 경험해보며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역시 여러 시도를 거쳐 지금의 길을 찾았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김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