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가하는 치매 환자, 그들의 재산 관리는 어떻게 하나
치매 환자는 증가하고 가족의 돌봄 부담도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가 발간한 '대한민국 치매현황(2024)'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 수는 2023년 기준으로 약 87만 여 명이며, 이 추세는 계속 증가해 2040년에는 180만 여 명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실태조사(2023)에서는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치매 환자 가족의 45.8%가 돌봄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고,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비용은 지역사회 1733.9만 원, 시설·병원 3138.2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치매는 단순한 개인의 질병을 넘어 가족 전체의 삶과 경제적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치매 환자의 재산 관리와 금융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서 관련 제도 및 지원체계에 대한 정보 부족, 행정적 복잡성, 가족 간 갈등 등의 문제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추정 치매환자 추이(23'-70') '대한민국 치매현황(2024)'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
◆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시범사업이란?
이러한 맥락 속에서 도입된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시범사업'은 치매, 경도인지장애 등으로 인해 재산 관리에 어려움이 있거나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초연금을 받는 어르신의 재산을 관리·지원하는 사업이다. 위탁 재산 범위는 현금성 재산에 해당하는 현금, 지명채권(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 등), 주택연금 등으로 한정하며, 위탁 재산 상한액은 민간 신탁 시장을 고려해 10억으로 제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시범사업 포스터
◆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다
그렇다면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에 대한 가족들의 의견은 어떨까?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30대 여성 A 씨는 치매와 복합 만성질환(고혈압·당뇨·비만·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조부를 10년 넘게 돌본 프리랜서다. 조부의 치매 진단 직후에도 가족 간 충분한 상의가 이뤄지지 않아, 재산 관리를 둘러싼 갈등이 극심한 상황이다. 더불어 조부가 통장뿐만 아니라 옷 주머니에 보관해 뒀던 수백만 원 규모의 현금을 분실하는 등 금전적 손실을 경험한 이후, 가족들은 더 이상 현금을 조부에게 직접 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며, 치매 환자의 재산 관리와 의사결정 지원에 대한 어려움을 체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60대 남성 B 씨는 초로기 치매인 배우자 돌봄을 7년 넘게 수행해 왔다. 아내의 치매 진단 초반부터 가족들과 충분한 상의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재산 관리에 대한 큰 어려움을 표현하지 않았다. 현재는 아내와 핸드폰을 공유하며 내재된 공인인증서 등을 활용해 편리하게 재산 및 금융 전반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치매 환자의 재산 관리 문제는 단순한 금전적인 차원의 문제를 넘어, 가족 관계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뢰성 있는 공공기관이 어르신들의 재산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보호하는 공공 신탁 기반의 사업은 재산 관리를 둘러싼 가족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출발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실효성 있는 제도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우려 사항에 대한 고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다양한 재산 유형에 대한 포괄과 그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 B 씨는 "현금성 자산보다 부동산이나 매매가 필요한 기타 비현금성 자산을 소유한 경우가 더 많은데, 그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 및 지침은 마련되지 않았다"라며 관련 기준의 충분한 정비 및 홍보 없이는 제도가 형식적 수준에 머무를 수 있음을 우려했다.
둘째, 개인정보 노출 위험에 대한 우려 해소 및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과 역량 확보가 필요하다. A 씨는 해당 제도 도입 시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위험'을 꼽았으며, 정보 접근 권한과 관리 절차가 엄격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재산 관리 과정을 투명성 있게 공개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재산 관리에 대한 충분한 전문성 있는 인력이 동원돼야 할 것이다.
더불어,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홍보와 인식 제고 노력 역시 병행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서비스에 대해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라고 언급하며, 제도 자체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B 씨 역시 주변 지인들에게 서비스를 소개하더라도 "굳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라는 반응을 자주 접했다고 밝혔다. 결국 앞서 언급한 다양한 재산 유형의 포괄 및 구체적인 지침 마련, 개인정보 문제,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 확보가 철저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제도 작동에 있어 많은 난관이 예상되는 것이 실정이다. 따라서 향후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 제도 도입을 넘어 국민이 필요성과 기능을 체감할 수 있는 홍보와 교육이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새로운 재산관리지원체계의 도입에 앞서 기존 '성년후견제' 운영에 있어서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성년후견제도'란 장애·질병·노령 등으로 인해 사무 처리 능력에 도움이 필요한 성인에게 가정법원의 결정 또는 후견 계약으로 선임된 후견인이 재산 관리 및 일상생활에 관한 폭넓은 보호와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실제 인터뷰 참여자 모집 과정에서 한 온라인 커뮤니티 한 이용자는 성년후견과 관련한 각종 증명서 발급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행정기관과 관계 기관으로부터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하며, 새로운 제도를 확대하기보다 기존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시범사업 홍보물(리플릿) (1)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시범사업 홍보물(리플릿) (2)
◆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의 정착을 향해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는 올해 4월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년간의 점검 기간을 거쳐 2028년 본사업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하반기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를 착수하고, 본사업 추진을 위한 '치매관리법' 개정을 계획하고 있다. 향후 대상자 및 지원 재산 범위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서비스 신청 및 관리 절차 개선 등도 추진을 예고한바 있는 만큼, 치매 환자 및 가족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해 재산 관리 어려움으로 인한 돌봄 부담을 완화하는 실제적인 제도로 작동하길 기대한다.
☞ (멀티미디어 뉴스) 국가가 함께하는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시작
☞ (보도자료) "치매 어르신 재산관리, 국가가 함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