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부트캠프를 사용하는 건 진정한 맥이 아니라구?
어디서 이상한 거 배워 와서 사실인 양 전파하고 다니는 사람들 좀 사라졌음 좋겠다. 아니 왜 남이 잘 쓰고 있는 작업환경 가지고 이러네 저러네 말들이 많을까. 윈도우와 OSX가 해리포터와 볼드모트처럼 양립 불가능한(한쪽이 살면 한쪽은 죽으리라) 존재도 아니고, OSX와 맥 하드웨어가 성스럽고 윈도우는 불경한 물건도 아니고 한데, 괜히 종교 비슷한 논점을 가지고 궤변을 풀어놓고들 있다. 그러니까 앱등이라는 소리를 듣지… 부트캠프 혹은 패러렐즈를 통한 윈도우 사용은 한국의 IT 환경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고, 직업적 특성에 따라 필수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하드웨어 완성도로만 보면, 맥북에 윈도우를 올리는 순간 굉장히 견고하고 잘 만들어진 윈도우 노트북이 되기도 한다. 링크- 맥의 사용자 경험 이야기 솔직히 윈도우 노트북 중에 맥북의 기계적 완성도를 따라올 만한 기기는 별로 없는 게 사실이긴 하다. 예쁘기도 하고.
다들 알다시피 애플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6년에, 맥에 전통적으로 사용해 오던 Power PC를 버리고 인텔의 X86 명령어를 사용하는 쪽으로 넘어왔다. 그때 인텔은 외계인을 고문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받을 정도로 제조한 CPU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외계인을 고문하는 건지 외주를 주는 건지는 몰라도, 인텔은 지구 상에서 가장 대단한 반도체 기업임에는 틀림없는 듯하다…) 그 순간부터 윈도우와 OSX는 같은 하드웨어 안에서 양립 가능한 존재로 변했고, 애플은 공식적으로 자사의 제품에 윈도우를 설치해 이용하는 것을 지원한다. OSX의 기본 유틸리티에 “부트캠프 지원”앱이 들어가 있고, 애플 홈페이지에서도 관련된 기술 자료들을 찾을 수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애플은 WWDC 키노트 발표 때마다 윈도우를 열심히 까지만, 그 아래에는 윈도우를 증오하는 마음이 깔려있는 게 아니다. 그건 고객들을 위한 일종의 쇼맨십이고 마케팅 전략인 것이다. 마치 프로야구에서 감독이 심판과 설전을 벌이고, 선수들이 벤치 클리어링을 하는 것과 같달까. 그런 사실을 간과한 채 애플 공화국의 얼리어댑터가 되는 것을 너무나도 자랑스럽게 여긴 일부의 사람들이 윈도우를 불경스러운 것으로 여기면서, 선량한 애플 유저들을 향한 세간의 여론만 나빠졌다. 카페에서 맥으로 작업을 하고 있으면 된장질로 싸 잡힌다든지.. 왜 그 된장질의 표본이라고들 놀려먹는 거 있지 않는가. 별다방에서 커피 마시면서 레티나 맥북에 윈도우 깔아서 네이버 블로그 하는 거.
내가 이런 얘기를 한다고 해서 세간에 잘못 풀린 오해가 사라질 것 같지는 않지만, 맥에 윈도우를 세팅하는 것은 대단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90세 노인부터 세 살 꼬맹이까지 다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세상이라 모바일 환경이 엄청나게 좋아져서(뭐든 맥에서는 안 돼도 아이폰에선 대부분 된다) 뭔가를 사거나 돈을 보낼 때 반드시 PC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정부 홈페이지 접속과, 모바일에서 지원하지 않는 뱅킹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윈도우+익스플로러+액티브X(이런 망할 액티브…) 조합이 필수적이다. 또, 웹이나 서비스 개발자 그리고 블로그를 진지하게 운영하는(네이버 블로그 말고..) 블로거들에게는 멀티 플랫폼을 통한 오류와 디자인 검수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난 이 쪼그만 블로그를 운영하면서도 글을 하나 올리고 나면, 맥에서는 크롬과 사파리, 윈도우로 부팅해서 크롬과 IE, 책상에 놓인 아이폰을 집어서 사파리와 크롬, 그 옆에 갤럭시를 집어서 거기서도 확인한다. 글꼴, 모양, 문단 편집이 제대로 들어갔는지 말이다. 완성도에 대한 고집이랄까. 아니 내가 가지고 있는 기기들의 가능성을 끝까지 끌어내어 사용하고 싶어서랄까. 개인적으로 게임을 꽤나 좋아하기도 하는데, 기존에 쓰던 2010에서 2011 맥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나선 데스크탑을 맞출까 하는 생각을 별로 안 하게 된다. 일단 윈도우를 올리고, 옵션 타협만 조금 하면 배틀필드 4나 스타크래프트 2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내가 맥에 윈도우를 올리는 건 불경스러운 짓이라고 믿었다면 가끔 하는 게임을 위한 PC에 최소한 60만 원은 써야 했을 거다.
맥은 그 자체로 훌륭한 도구이고 윈도우는 그 자체로 컴퓨터의 거의 전부다. 윈도우는 전 세계적으로 90% 정도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항상 참인 명제는 아니지만, IT 세계에서 대중적이란 것은 곧 표준이라는 얘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본인이 쓰는 맥과 OSX에 자부심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남들 다 쓰는 걸 쓴다고 해서 욕먹을 짓이 아니란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기 컴퓨터를 이용하든 당신이 주제넘게 참견할 바가 아니란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 맥과 윈도우는 거대한 두 라이벌 회사의 역작이기는 하지만, 언제까지나 각각은 완벽하지 않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아니, 그전에 그런 행동은 예의 없고 몰상식한 꼰대질의 표본이기 때문이다. 윈도우 기기에 맥을 올리는 건 어렵다. 다만 맥에 윈도우를 올리는 건 굉장히 쉽다. 그러니 맥을 쓴다는 것 자체로 맥 유저들은 양쪽의 장점을 잘 뽑아서 사용할 수 있는 큰 가능성을 얻은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 노트북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의 한계를 끝까지 사용하는, 현명하고 예의 바른 맥 유저가 되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