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과 새로움, 그 중간에 서다
난 물건에 대한 애착이 많은 편이다. 직업의 특성상 전자제품을 많이 쓰는데, 이따금씩 여러 이유로 새로운 장비를 들이게 되어도 아쉬움이 많이 남아 구형 장비를 수명이 다할 때까지 보조역할로 쓰곤 한다. 캄보디아를 함께 한 캐논의 1D Mark2N이 그렇고, 오늘 글의 주인공인 맥북프로 15인치 2010 Mid도 그렇다. 내 맥북과 카메라. 어쩌면 나의 거의 모든 활동을 함께 한 장비들이 아닐까 한다.
애착이란 건 그래서 생기는 것 같다. 단지 그 기기 자체의 성능이나 기능 때문이 아니라, 그것과 함께한 이야기들과 추억들 때문에. 이제는 추억 저편으로 사라진 017, 018 같은 번호를 아직도 쓰는 사람들도 있고, 젊었을 적 쓰던 필름 카메라를 노인이 되어서도 계속 정비하고 수리해서 쓰는 사람도 있다. 나 또한, 이제는 각각의 2세대 기기들을 새로 들이긴 했지만 이전에 쓰던 것을 팔거나 버릴 생각조차 안 하게 된다. 물론 화소수도 적고, 배터리도 금방 닳아 없어지고, 맥은 무거운 작업에 버벅거리기는 하지만, 만들어진 본디 목적 때문이 아니라 함께한 정 때문에 항상 잘 보이는 곳에 두고 관리하고 가끔은 추억을 떠올리며 오래된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오래된 컴퓨터로 글을 쓰곤 한다.새로움이 주는 편안함, 그리고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 그 둘 사이에서 참 행복한 고민을 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