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프라방, 아침을 여는 사람들
이 세상 어느 도시, 어느 마을에나 새벽을 여는 사람들은 항상 존재한다. 버스 기사님들이라든지, 새벽시장 상인이라든지. 아직 모두가 잠들어 있을 시간에, 새벽을 깨우고 아침을 열어가는 사람들. 수면욕은 인간의 3대 기본 욕구 중 하나라는데, 매일 새벽 그 본능과 싸우며 고요한 투쟁을 이어가는 사람들. 이곳 루앙프라방에도 그렇게 조용히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동틀녘, 루앙프라방.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아침.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사원에서 주황색 승복을 곱게 차려입은 승려들이 하나 둘씩 줄을 지어 거리를 걸어간다. 모두들 비에 젖은 길을 묵묵히, 맨발로. 우산을 쓴 주지승이 앞서가고 그 뒤로 청년 승려들이 따른다. 그리고 대열의 끝부분엔 여러 명의 동자승들도 눈에 띈다.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출가하는 것이 이 나라의 전통이라고 한다. 열 살쯤은 되었을까, 이른 아침에 졸릴 법도 한데, 똘망똘망하고 사뭇 진지한 표정을 하고 매일 아침, 탁발에 나선다.
전 국민의 대부분이 소승불교를 믿는 나라 라오스. 그래서인지 매일 아침 승려들보다도 일찍 길거리에 나와 돗자리를 깔고 경건한 마음으로 이들에게 나눠 줄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찰밥과 과일, 간식 그리고 돈을 건네는 이들도 있다. 밥 조금과 천원짜리 한 장을 건네는 것이겠지. 새벽을 여는 승려들, 그들 모두는 또한 누군가의 아들들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음식을 나누면, 다른 이들도 내 아들에게 음식을 나눠 줄 것이기에. 출가한 아들을 생각하며, 이 나라의 아들들에게 음식을 건넨다.
꽃보다 청춘에 방송되면서 이젠 한국 사람들도 잘 아는, 유명해진 곳이지만 역시 루앙프라방은 한국 여행객들의 입맛에 맞는 곳은 아닌가보다 싶다. 액티비티와 파티가 가득한 방비엥이 어느 순간엔가 라오스판 대성리가 되어버린 이유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