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식품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식품안전은 국민 일상과 직결된 과제다. 식품안전정보원은 AI 기반 해외제조업소 서류 자동검토, 수입 전자심사 24시간 체계, 직구식품 피지컬AI 검사 시스템을 구축하며 수입식품 안전관리를 혁신하고 있다. 기술의 목적지는 국민의 안심 식탁이다.
이재용 식품안전정보원장
먹거리가 풍요로워질수록 식품 안전을 지키는 일은 오히려 더 어려워진다. 165개국에서 들어오는 수입식품이 연간 1933만 톤, 소비자가 직접 해외 플랫폼에서 사들이는 직구 식품이 2492만 건—공급망은 전 세계로 뻗어 있다. 매년 국민의 식품소비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식품산업도 지속적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식품산업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안, 그 안전을 담보해야 할 대상도, 방식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특히 수입식품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수입식품 안전관리가 국민의 안전하고 건강한 일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최근 인공지능(AI)은 산업과 일상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으며, 식품안전 분야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과거의 식품안전 관리가 인력 중심의 수기 검토와 경험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위험요소를 신속하게 찾아내고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지능형 안전관리'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AI 기반의 수입 식품안전 혁신을 추진하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심 먹거리 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
◆ 책임 있게 AI를 사용하다
수입식품 안전관리의 시작은 수입식품 해외제조업소를 등록하게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해외제조업소는 192개국 약 12만 개에 이르며, 연간 약 4만 건의 등록 서류가 접수된다. 기존에는 국가별로 언어와 제출 양식이 모두 달라 담당자가 외국어 서류를 일일이 확인하고 번역하며 수작업으로 검토해야 했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증빙서류 이미지의 문서 변환, 외국어 번역, 증빙서류-신청서 간 교차검토가 가능한 'AI 기반 자동검토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결과 민원인 기준 처리기간이 3일 걸리던 업무가 1일 이내로 단축되었다. 또한 불필요한 민원 신청 방지 기능도 추가함에 따라 관례적으로 해왔던 민원 보완 요청 건수도 연간 약 6천 건 이상(2.4만 건→1.8만 건) 감소하는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단순한 행정 효율화를 넘어 신속하고 정확한 민원처리로 국민의 불편을 획기적으로 덜어주는 식품안전 관리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5년 11월, 국내 공공기관 최초로 ISO/IEC 42001 인증을 획득했다. AI 리스크 평가 체계, 영향 평가 절차, 윤리적 운영 방침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국제적으로 확인받은 것이다. AI가 식품 안전을 지키되, 그 AI를 또 사람이 책임 있게 관리하는 이중 안전망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인천시 중구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직구 물품을 살펴보고 있다. 인천공항본부세관은 해외직구나 개인수입 형태의 건강기능식품 구매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민의 안전한 소비를 위해 수입 제한 기준과 주의사항을 반드시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2025.11.20(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빠르고 정확하다
AI기반 수입식품안전관리는 매년 85만 건 이상의 수입식품 신고를 처리하는 '수입안전 전자심사24' 시스템 운영으로 빛을 발한다.
식품안전정보원이 운영 중인 '수입안전 전자심사24'는 AI 자동검토와 위험도 기반 심사 체계를 활용하여 수입식품 안전관리를 수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검사 담당자의 수기와 경험에 의존해 1~2일 이상 소요되던 심사가 이제는 5분 이내로 단축되었으며, 검사관이 퇴근한 이후에도 24시간 365일 상시 운영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보다 촘촘한 안전관리가 가능해졌다. 특히, AI 수입식품 위험예측 모델의 부적합 선별 정확도는 수기검토(0.32%) 대비 약 2배 높은 수준(0.66%)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속도만 높인 것이 아니라 위해 우려가 있는 식품을 더욱 정밀하게 차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OECD 공공혁신협의체는 '수입안전 전자심사24'를 정부혁신 우수사례로 선정했으며, 국무조정실도 2025년 10대 적극행정 우수사례로 꼽았다.
AI 예측모델 기반 '수입안전 전자심사24' 통관검사 프로세스
◆ 공공의 기술을 민간과 나누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자체 인력으로 AI 기반 직구식품 표시검사 자동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판매 사이트에서 상품 이미지를 자동 수집하고, AI가 텍스트를 추출·번역한 뒤 국내 반입 차단 성분 목록과 자동으로 대조한다. 최근에는 AI 기술과 물리적 장비를 결합한 '피지컬 AI' 기반 검사체계로까지 혁신을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수작업으로 진행되어 온 제품 촬영부터 결과 입력까지의 전 과정에 AI와 360도 자동촬영 장비를 결합한 것이다. 그 성과는 수치로 나타난다. 25년 기준 연간 1250시간이 걸리던 표시검사 업무는 83.3시간으로 줄었고, 현재 피지컬 AI 도입으로 건당 시간은 27분에서 1분 30초 수준으로 단축됐다. 위해식품 적발률은 8.4%에서 14.0%로 높아졌다.
책임 있는 AI 활용의 정신은 기관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이 프로그램을 민간 시험·검사기관 2곳에 무상으로 제공하며 민간으로의 확산에 첫발을 내딛었다. AI기반의 수입식품 안전관리의 혁신을 민간부문으로 확산하여 민관 협업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식품안전망을 더 단단하게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해외직구제품 피지컬AI 자동 검사 시스템 ◆ AI 혁신의 목적지는 국민의 안심 식탁
식품안전정보원이 추진하는 AI 혁신은 기술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행정을 자동화하고, 신뢰 체계를 갖추고, 민간과 역량을 나누는 이 모든 것의 목적지는 하나다. 국민이 매 끼니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환경이다.국가 식품안전관리의 수준을 높이는 일은 어느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공과 민간이 함께 디지털 전환에 나서야 비로소 촘촘한 식품안전 생태계가 완성된다.
식품안전정보원은 AI 혁신의 성과를 국민의 안심으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그 가교 위에서 정부와 민간이 함께 걸어갈 때, 진정한 안심 먹거리 환경이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