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한 달은 박물관·미술관 주간 행사가 열리는 달이다.
'세계 박물관의 날'을 기념해 매년 진행되며, 올해 2026년 박물관·미술관 주간 행사는 '뮤지엄x즐기다', '뮤지엄x거닐다', '뮤지엄x만나다' 등 3개 대표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된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뮤지엄x즐기다'였다. 뮤지엄x즐기다는 '분열된 세상을 하나로 잇다'를 주제로 전시, 교육·체험, 공연 등 다양한 장르를 즐길 수 있는 16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전시와 공연, 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어, 평소 미술관이 어렵게 느껴졌던 사람들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사비나미술관 전시 설명 (본인 촬영)
나는 그중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있는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는 고상우 기획전 'Still Breathing: 아직 숨 쉬고 있다' 관람에 참여해 봤다.
사실 사비나미술관은 이전부터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사진으로 봤던 독특한 삼각형 외관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사비나미술관 외관 (본인 촬영)
집에서 버스로 15분 거리지만 좀처럼 방문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박물관·미술관 주간을 계기로 드디어 직접 찾아가게 됐다. 은평구 최초의 현대미술관인 사비나미술관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성인 입장료는 7000원이지만 이번 박물관·미술관 주간 동안 진행되는 'Still Breathing: 아직 숨 쉬고 있다' 전시는 무료다. 이번 전시는 인간 중심 사회에서 상처 입은 동물의 삶에 관한 전시다. 특히 국내 제1호 거점동물원인 청주동물원과 협력했다는 소식에 궁금증이 생겨 방문을 결심했다.
동물을 예쁘게 표현하거나 환경 보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보호와 치료를 받고 있는 동물들의 서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인간과 동물이 어떤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깊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전시 구성이었다.
사비나미술관 작품 (본인 촬영)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얼룩말 세로를 담은 '런 어웨이 Run Away' 작품이다.
이번 전시의 모든 작품의 특징은 동물 특유의 깊은 눈빛 표현과 숨겨진 하트 포인트들이었는데, 런 어웨이 작품 역시 그 포인트들이 인상 깊었다.
그림 속 얼룩말은 2023년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했던 얼룩말 '세로'다. 부모를 잇달아 잃고 홀로 남겨진 4살의 세로는 혼자 사육장 울타리를 부수고 탈출했는데, 이 작품에서 세로가 부순 울타리는 하트 모양으로 표현돼 있다. 울타리 형태를 통해 생명력에 대한 회복의 의미를, 정면을 응시하는 세로의 눈빛을 통해 자유와 평화를 향한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자 했다고.
얼룩말은 원래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인데,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좁은 공간에서 혼자 지냈을 세로의 외로움이 담긴 작품이라 인간 중심적 사육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전시장에는 세로 외에도 다양한 동물들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 있었다.
사비나미술관 작품 (본인 촬영) 사비나미술관 작품 (본인 촬영)
코뿔소, 치타, 앵무새 등 여러 동물이 작품 속 주인공으로 등장했는데, 단순한 종의 이름이 아니라 각자의 이름과 사연이 존재했다. 그래서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동물들을 대상화하거나 소비하는 시선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생명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이 이 전시를 더욱 특별하게, 마음에 와닿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또,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공감'의 메시지였다.
이번 전시는 타인의 고통을 단순히 안타깝게 바라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을 나의 감정처럼 받아들이는 '공감의 실천'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이 전시가 2026 박물관·미술관 주간의 주제인 '분열된 세상을 하나로 잇는 박물관(Museums Uniting a Divided World)'과 잘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
사비나미술관 (본인 촬영)
미술관을 나오면서 5월을 맞아 푸르게 물든 자연을 다시 보는데, 너무 빠르고 복잡하게, 인간 중심으로 흘러가는 사회 속에서 나는 얼마나 많은 생명의 존재를 잊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동물뿐 아니라, 내가 평소 지나는 길에 있는 식물 등 생명의 소중함과 함께 공존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이처럼 바쁜 일상 속, 잠시 멈춰 생각해 보지 못했던 주제를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다는 것.
이게 바로 박물관과 미술관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5월 한 달 동안 전국에서 열리는 박물관·미술관 주간 프로그램은 공식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까운 미술관과 박물관의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이 계절에, 또 다른 재밌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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