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 시장이 ‘측정’ 중심에서 ‘행동 변화’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면과 심박수, 운동량을 기록하는 것은 일상이 됐지만, 정작 수집된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삶에 적용할 것인지는 여전히 개인의 몫으로 남아 있다. AI 기반 롱제비티(Longevity) 스타트업 탭제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의 생체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건강 개입 시점을 제안하는 ‘퍼스널 디지털 트윈(Personal Digital Twin)’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탭제로는 카카오벤처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8일 밝혔다. 투자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탭제로, Fasting Works (자료 제공: 탭제로)
퍼스널 디지털 트윈으로 건강 행동 변화 유도
최근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며 수명을 연장하는 ‘롱제비티’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오우라 링(Oura Ring),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의 보급으로 개인 건강 데이터 수집은 과거보다 훨씬 쉬워졌다. 특히 심박변이도(HRV)는 스트레스와 회복 상태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주목받으며 건강수명 관리의 핵심 데이터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비스는 데이터를 보여주는 데 그치고 있다. 사용자는 수치를 확인할 수 있지만, 그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를 받기 어렵다.
탭제로는 이 지점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현재 회사는 HRV 기반 생체나이 추적 앱 ‘HRV 웍스(HRV Works)’와 AI 영양 분석 앱 ‘패스팅 웍스(Fasting Works)’를 운영하고 있다. HRV 웍스는 웨어러블 기기에서 측정한 HRV 데이터를 분석해 회복 점수와 행동 가이드를 제공한다. 수면 패턴과 운동 부하를 분석해 사용자가 번아웃 없이 건강한 루틴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안정 시 심박수와 수면 품질을 종합해 생체 나이를 산출하고 노화 속도를 추적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패스팅 웍스는 식사 사진만으로 영양 성분을 자동 분석하는 서비스다. 향후에는 HRV 데이터와 식단 정보를 결합해 연속혈당측정기(CGM) 없이도 개인의 대사 상태를 추정하는 AI 모델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탭제로가 궁극적으로 구축하려는 것은 퍼스널 디지털 트윈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의 객체를 디지털 공간에 복제해 상태를 예측하는 기술로, 탭제로는 이를 개인 건강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수면, 운동, 영양, 혈당, HRV 등 다양한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특정 행동 변화가 미래 건강 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는 것이 목표다. 회사는 온톨로지(Ontology) 기반 데이터 모델을 활용해 단순 상관관계 분석을 넘어 인과관계 기반 건강 시뮬레이션을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수면 시간을 늘리거나 특정 식단을 유지했을 때 HRV와 회복력, 생체 나이가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예측해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탭제로는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AI 분석 정확도를 높이고 온디바이스 AI 기술 고도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에 집중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건강 데이터뿐 아니라 자산 데이터까지 결합한 ‘개인 의사결정 인텔리전스(Personal Decision Intelligence)’ 플랫폼으로 확장한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탭제로를 이끄는 김태호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적인 엑싯 경험을 보유한 연쇄 창업가다. 이후 쿠팡, 뱅크샐러드, 당근 등에서 엔지니어링 조직과 데이터 기반 운영 체계를 구축해 왔다. 카카오벤처스는 김 대표가 오랜 기간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고 분석하며 롱제비티 분야에 대한 실행력을 검증해 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장동욱 카카오벤처스 상무는 “혈당 스파이크가 식탁을 바꾸고 저속노화가 식습관을 바꿨다면, 다음은 HRV가 하루 전체를 바꾸게 될 것”이라며 “김태호 대표는 누구보다 많은 수면·영양·운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삶에 적용해 온 창업가”라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김태호 대표는 “탭제로는 손목 위 데이터로 오늘의 행동을 설계하고 나아가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누구나 자신의 몸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롱제비티의 대중적 진입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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