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더 이상 누가 최고의 AI 모델을 가지고 있는가가 아니다. 누가 통제권을 유지하는가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테크(VivaTech) 2026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문장 중 하나다. 생성형 AI 경쟁이 본격화된 지난 2년 동안 글로벌 빅테크들은 더 크고 더 강력한 모델 개발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올해 비바테크는 완전히 다른 질문을 던졌다. AI를 누가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AI를 누가 통제하고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비바테크는 ‘AI: Impact, Not Illusion(환상이 아닌 실질적 영향)’을 주제로 열렸다. 행사장을 찾은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 투자자들은 AI의 가능성보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적용과 성과에 주목했다. AI 주권(AI Sovereignty)과 오픈소스, 에이전트 AI(Agentic AI), 그리고 에너지 문제가 올해 비바테크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였다.
‘2026 비바테크’ 배너 (사진 및 자료 출처 : VivaTech 2026 Official Media Center)
“최고의 모델보다 중요한 것은 통제권”… AI 주권 전면 부상
올해 비바테크에서 가장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 주제는 단연 AI 주권이었다.
프랑스 최대 통신기업 오렌지(Orange)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텔 에데만(Christel Heydemann)은 행사에서 “질문은 더 이상 누가 최고의 모델을 가지고 있는가가 아니다. 누가 통제권을 유지하는가다”라고 말했다. AI 기술 자체보다 데이터와 인프라, 운영 환경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유럽연합(EU) 역시 같은 메시지를 반복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기술주권과 안보 정책을 담당하는 부위원장 헤나 비르쿠넨(Henna Virkkunen)은 “유럽은 미래 기술을 사용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은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한 ‘칩스 액트(Chips Act) 2.0’과 AI 데이터센터 확대, AI 기가팩토리 구축 등을 통해 독자적인 AI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오픈소스 논쟁으로도 이어졌다. 글로벌 오픈소스 AI 플랫폼 허깅페이스(Hugging Face)의 공동창업자 토마스 울프(Thomas Wolf)는 “두세 개 기업이 지능 계층 전체를 소유하는 것은 인류에게 매우 좋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특정 국가에서 일부 폐쇄형 AI 모델 접근이 제한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유럽에서는 오픈소스를 대안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Alibaba)의 공동창업자이자 현 회장인 조 차이(Joe Tsai) 역시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며 특정 국가나 기업의 AI 모델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경계했다.
알리바바 공동창업자이자 회장인 조 차이(Joe Tsai)가 비바테크 2026 무대에서 중국 AI 산업의 성장 전략과 기술 주권에 대한 견해를 공유하고 있다. (사진 및 자료 출처 : VivaTech 2026 Official Media Center)
생성형 AI를 넘어 에이전트 AI 시대
AI 주권 논의가 기술 통제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비바테크는 동시에 AI 활용 방식의 변화도 보여줬다.
챗GPT(ChatGPT) 개발사 오픈AI(OpenAI)는 이번 행사에서 생성형 AI 이후의 다음 단계로 에이전트 AI를 제시했다. 오픈AI 프랑스 총괄인 티보 소티오(Thibault Sottiau)는 “현재 모델이 할 수 있는 것과 사람들이 실제로 활용하는 것 사이의 격차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말했다.
오픈AI 제품 총괄 티보 소티오(Thibault Sottiaux)가 비바테크 2026에서 에이전트 AI의 미래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AI가 할 수 있는 것과 사람들이 실제 활용하는 것 사이의 격차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며 현재 AI 시대의 가장 큰 과제로 상상력을 꼽았다. (사진 및 자료 출처 : VivaTech 2026 Official Media Center)
그는 최근 프랑스에서 AI 코딩 에이전트 ‘코덱스(Codex)’ 사용량이 1년 새 9배 증가했으며,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사용자는 개발자가 아니라 일반 직장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메일 분류와 투자 검토, 자료 조사, 펀드레이징 준비 등 다양한 업무가 이미 AI 에이전트로 대체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에이전트 AI가 지향하는 미래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부킹닷컴(Booking.com)의 CEO 글렌 포겔(Glenn Fogel)은 “AI가 내가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해야 한다는 사실을 나보다 먼저 알고 모든 일정을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AI를 넘어 스스로 업무를 수행하고 다른 AI와 협업하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노동력이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AI의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실행”… 결국 남는 것은 운영
하지만 행사에서 가장 현실적인 메시지는 따로 있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 & Company)는 현재 글로벌 대기업의 80%가 AI에 투자하고 있지만 실제 수익 개선 효과를 체감하는 기업은 6%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AI 모델 성능 경쟁은 치열하지만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되는 경우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비바테크 곳곳에서는 “AI는 더 이상 도구가 아니라 노동력”이라는 표현이 등장했지만, 동시에 조직 문화와 업무 프로세스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AI 확산에 따른 에너지 문제 역시 주요 이슈였다. 중동 기반 에너지·인프라 기업 K&K 그룹(K&K Group)의 최고경영자 타제딘 세이프(Tajeddine Seffar)는 “에너지는 AI 경제의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행사에서는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냉각 기술이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아마존(Amazon) 창업자이자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Blue Origin)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가 비바테크 2026에서 우주 산업과 AI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우주를 위해 우주에 가는 것이 아니라 지구를 위해 우주에 간다”고 말하며 우주 자원과 에너지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및 자료 출처 : VivaTech 2026 Official Media Center)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인물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Amazon) 창업자이자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Blue Origin)을 이끄는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였다. 베이조스는 이번 행사에서 물리 엔지니어링에 특화된 AI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를 소개하며 AI의 활용 영역이 언어 모델을 넘어 우주·제조·에너지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비바테크 2026은 AI가 더 이상 기술 자체로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더 뛰어난 모델을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AI를 얼마나 안전하게 운영하고 실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이번 비바테크에 참가한 한국 스타트업들의 전략에서도 확인됐다. AI 신뢰 검증 플랫폼을 선보인 야타브(YATAV), 디지털 치료기기를 공개한 비욘드메디슨(Beyond Medicine),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기술을 선보인 하이온(HIGHON) 등은 모두 새로운 AI 모델 개발보다 실제 산업 현장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며 유럽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이는 비바테크 2026이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던진 가장 현실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The post [비바테크 2026 리포트①] AI 경쟁의 승부처는 모델이 아니라 ‘운영’이었다 appeared first on 벤처스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