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뚜껑과 포장 소재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이취는 원료 오염이나 생산 공정의 이상을 확인하는 품질관리 지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후각에 의존한 검사는 작업자의 상태와 주변 환경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냄새를 센서로 측정하고 AI가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로 전환하려는 ‘디지털 후각’ 기술이 제조 현장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배경이다. 국내 후각 AI 스타트업 일리아스AI가 일본 병뚜껑 제조사의 연구 현장에서 원료와 완제품의 이상 여부를 자동 판별하는 실증에 들어갔다.
일리아스AI는 지난 11일 일본 닛폰클로저스(Nippon Closures·NCC)의 히라츠카 연구 거점에 AI 후각 시스템 ‘ILI Desktop No.9’을 설치하고 약 3개월간의 현장 실증(PoC)을 시작했다.
NCC는 금속·플라스틱 병뚜껑 등을 생산하는 일본 기업이다. 이번 PoC에서는 병뚜껑 생산에 사용하는 산업용 수지(Resin) 원료와 완제품인 캡(CAP)을 대상으로 미세 화학잔존물과 이취, 불량 배치를 AI가 구분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양사는 지난 6월 국내에서 2차 기술검증을 마치고 일본 생산 현장 적용을 위한 운영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일리아스AI의 AI 후각 시스템 ‘ILI Desktop No.9’이 일본 NCC 히라츠카 연구 거점에 설치돼 산업용 수지와 병뚜껑 시료의 화학잔존물 및 이취를 측정한다. (사진 제공: 일리아스AI)
기화 가스 패턴으로 정상·불량 판정…환경 변화도 학습
검사는 밀폐 용기에 수지 또는 병뚜껑 시료를 넣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장비가 시료에서 기화된 가스를 센서 챔버로 자동 흡입하면 다채널 센서 어레이가 화학물질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의 반응 패턴을 데이터로 수집한다.
AI는 측정값을 기존 학습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시료를 정상(OK) 또는 불량(NG)으로 판정한다. 장비에는 온도와 습도 모니터링, 공기 유량 제어, 앞선 시료의 잔류 가스를 제거하는 고속 퍼지 기능도 적용됐다. 회사가 제공한 설치 단계 자료에는 측정 환경이 25.4℃, 상대습도 60%로 기록됐다.
초기 시료 시험에서는 Resin #2 불량 시료와 TCA 미세 오염원을 주입한 Resin #3 시료에 대해 모델이 각각 99%의 판정 신뢰도를 산출했다. 정상 시료인 Resin #6은 임베딩 모델에서 스코어 0.04로 정상 판정을 받았으며, 제공 자료상 오경보는 기록되지 않았다. 병뚜껑 시료에서도 정상과 불량을 구분할 수 있는 판정 간격을 확인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다만 이때 제시된 99%는 개별 시료에 대해 모델이 산출한 신뢰도다. 전체 검사 시스템의 정확도나 민감도·특이도를 의미하는 수치와는 구분되며, 종합적인 성능과 운영 안정성은 3개월간의 현장 PoC를 거쳐 확인해야 한다.
현장 환경에 따른 냄새 변화에 대응하는 드리프트 보정과 연속학습 기능도 시험한다. 산업용 수지는 생산 시기와 보관 상태, 온도·습도 등에 따라 냄새 특성이 달라질 수 있다. 일리아스AI는 새로 입고된 원료와 기존 데이터베이스의 차이를 보정하는 ‘러닝 모드’를 적용하고 데이터베이스 버전별 판정 기록과 임계값을 조정할 예정이다.
PoC 범위는 원료·완제품 품질검사와 미세 오염물질 탐지, 정상·불량 자동 판정, 데이터베이스 업데이트, 드리프트 보정 등이다. 실증 결과가 확보되면 실시간 판독 속도와 장비 내구성을 추가로 점검해 NCC 양산 제조라인에 직접 연결하는 인라인 검사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구상이다.
일리아스AI는 병뚜껑과 플라스틱 소재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식품·포장·화학·산업안전 등 냄새와 화학물질 검사가 필요한 제조 분야를 공략한다.
일리아스AI 관계자는 “이번 NCC와의 PoC는 AI가 냄새를 감지하는 기술을 제조 현장의 품질검사에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중요한 단계”라며 “3개월간 축적할 현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NCC 생산라인 적용과 일본 제조시장 진출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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