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산업이 성장할수록 더 많은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그러나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것과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으로 수익을 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대규모 전력을 확보해야 하고, 까다로운 인허가와 높은 건설비를 감당해야 하며, 준공 이후에는 시설을 이용할 임차인까지 확보해야 한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사업 일정이 지연되고 예상 수익도 달라질 수 있다.
최근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는 오피스와 물류센터에 이어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AI와 클라우드 산업의 성장으로 데이터 처리와 저장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행사와 자산운용사, 전문 운영사 등이 관련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추세다. 다만 산업의 성장 전망만으로 개별 부동산의 투자 가치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AI 시대의 유망 자산으로 떠오른 데이터센터가 과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을지, 개발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살펴봤다.
AI·클라우드 산업 성장으로 데이터센터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주거지 인근 데이터센터 개발 과정에서는 전력 사용과 냉각시설 소음 등을 둘러싼 주민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 (출처: AI 생성형 이미지)
AI 수요 늘어도 전력 확보 못 하면 개발 어렵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 관심이 높아진 배경에는 AI 산업의 가파른 성장이 있다.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할 시설이 필요해지면서 데이터센터 개발부지와 사업권도 투자 대상으로 거래되고 있다. 토지와 전력을 확보해 시설을 개발한 뒤 운영사나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식도 활용된다.
알스퀘어 리서치센터가 발표한 ‘2025 데이터센터 리포트’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국내 민간 데이터센터 공급은 연평균 20.3% 증가했다. 5G와 AI 확산 이후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도 늘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3년 3,728억 달러에서 2029년 6,241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모든 개발사업의 수익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조건은 전력이다. 대형 데이터센터에는 수십에서 수백 메가와트(MW)의 전력이 필요하지만, 수도권에서는 사업자가 원하는 용량을 필요한 시점에 공급받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2023년 기준 서울의 전력 자립도는 10.4%, 경기도는 62.5%에 그쳤다. 다만 전력 자립도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개별 사업장의 전력 공급 가능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실제 개발에서는 송배전망 여건과 계통 연결 가능성, 전력 공급 시점이 중요하다. 전력 공급 일정이 늦어지면 착공과 준공 계획을 조정해야 하며, 토지 보유비와 금융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
입지에 따른 개발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는 10MW 미만의 중소형 엣지 데이터센터가 대안으로 거론되는 반면, 대규모 전력 공급이 가능한 지방에서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울산과 호남권, 대구·경북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데이터센터를 지역 투자와 첨단산업 육성의 기회로 보고 유치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고 전력 공급 여력이 충분한 지역이 반드시 유리한 투자처인 것은 아니다. 데이터센터는 전력 외에도 통신망과 고객 접근성, 운영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 주요 고객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지방 데이터센터가 충분한 임차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지도 검토해야 한다. 전력 확보에 유리한 입지와 임대·운영에 유리한 입지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급 확대에 따른 위험도 있다. 알스퀘어의 ‘2025~2026 부동산 시장 종합 분석 보고서’는 개발 중인 데이터센터가 잇따라 준공되면 단기적인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전력과 인허가, 환경 규제 등으로 중장기 공급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데이터센터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더라도 입지와 시설 사양, 공급 시점에 따라 개별 사업의 성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인허가 이후에도 변수…주민 갈등부터 임차인 확보까지
데이터센터 개발에서 전력만큼 중요한 문제는 인허가와 지역사회 수용성이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과 경기 고양시 식사동, 과천시 주암지구 등에서는 주거지 인근 데이터센터 건립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했다. 주민들은 대규모 전력 사용과 냉각시설 소음, 열 배출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나타났다. 미국 버지니아주 라우던 카운티는 데이터센터 개발에 따른 지역사회 우려가 커지자 2025년 신규 개발에 공청회와 특별승인 절차를 도입했다. 국내 부동산 업계 자료에 따르면 완공됐거나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 112곳 가운데 주민설명회나 공청회를 한 차례라도 개최한 시설은 26곳으로, 전체의 23.2%에 그쳤다.
다만 주민 반발이 모든 데이터센터 개발 지연의 주된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사업마다 전력 공급과 인허가, 자금 조달, 시공 일정 등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일정 지연의 원인이 무엇인지, 민원 대응 과정에서 설계 변경이나 추가 비용이 발생했는지 등을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상준 알스퀘어 컨설팅팀장은 “국내 데이터센터 6곳에서 측정한 전자파는 인체보호기준의 1% 수준”이라면서도 “반면 24시간 가동되는 냉각시설의 소음과 열 배출은 입지와 설계에 따라 주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 우려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실제 생활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설계 단계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다.
개발사 입장에서 사업 일정의 지연은 곧 비용 증가를 의미한다. 건축허가를 받았더라도 전력 공급이나 자금 조달이 늦어져 착공하지 못하면 토지 보유비와 금융비용이 계속 발생한다. 공사 과정에서 설계 변경이나 설비 조달 문제가 생기면 총사업비도 증가한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전력·냉각·통신 설비가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일반 오피스보다 개발과 운영에 필요한 기술적 조건이 까다롭다.
개발사와 투자자가 주목하는 위험에도 차이가 있다. 개발사는 공사비와 사업 일정, 자금 조달에 집중하지만 투자자는 준공 이후의 임대수익과 자산가치, 매각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시설을 완공하고도 임차인을 확보하지 못하면 당초 예상했던 현금흐름을 얻기 어렵다. 반면 장기 임대차 계약을 사전에 확보한 사업은 수익을 예측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운영 효율도 투자 수익을 결정하는 요소다. 데이터센터의 전력사용효율(PUE)뿐 아니라 용수사용효율(WUE), 탄소사용효율(CUE), 폐열 재활용 여부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2023년 PUE는 1.76으로 분석됐다. 전력 소비가 큰 시설인 만큼 에너지 효율은 장기 운영비에 영향을 미치며, 실제 비용 부담은 전력요금 계약과 설비 구조, 운영 방식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결국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을 평가할 때는 부지 확보나 인허가 여부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필요한 전력을 언제 공급받을 수 있는지, 공사비와 금융비용을 포함한 총사업비는 얼마인지, 준공 이후 시설을 이용할 고객과 계약이 체결됐는지, 자금 조달 구조는 안정적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김성숙 경희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데이터센터 투자의 성패는 건물을 얼마나 많이 짓느냐보다, 고객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전력 공급과 인허가 가능성, 개발 일정, 환경 비용, 지역사회 수용성까지 따져야 비로소 사업성 판단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박종열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 교수는 “AI 산업의 성장은 데이터센터 시장에 분명한 기회”라면서도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개별 부동산의 투자 수익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투자자가 확인할 것은 화려한 성장 전망보다 전력과 고객, 그리고 사업을 끝까지 완수할 수 있는 조건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준 알스퀘어 컨설팅팀장도 “데이터센터는 AI 시대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지만, 모든 시설이 같은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다”라며 “개발에 필요한 전력을 제때 확보하고, 사업비를 통제하며, 안정적인 고객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투자자산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AI 산업의 성장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분명한 기회다. 그러나 투자 수익은 시장 전체의 성장률보다 개별 사업의 개발 조건과 운영 성과에 따라 결정된다. 전력 확보와 인허가, 건설비, 임차인 계약 등 사업의 핵심 조건을 검증하지 않은 투자는 AI 열풍과 별개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 스타트업 생태계 기자단은 KAIA와 벤처스퀘어가 함께 운영하며 스타트업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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