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모델 경쟁의 초점이 얼마나 큰 모델을 만들 수 있는지에서 이미 만들어진 대규모 모델에 필요한 능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추가할 수 있는지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AI가 답변을 생성하는 단계를 넘어 화면을 읽고 버튼을 누르거나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컴퓨터 유즈(Computer Use)’ 영역에서는 시각적 인식과 실제 행동을 연결하는 후학습 기술이 중요해진다. 문제는 수천억 개 파라미터를 가진 초거대 모델을 다시 학습시키는 데 필요한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다. 제논이 엔비디아 B200 GPU 8장으로 3970억 파라미터 규모 공개 모델을 후학습해 컴퓨터 조작 능력을 강화한 모델을 내놨다.
생성형 AI 솔루션 전문기업 제논(대표 고석태)은 컴퓨터 화면을 인식하고 직접 조작해 업무를 수행하는 AI 모델 ‘훈민(Hunmin) VLM 397B’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훈민 VLM 397B는 3970억개 파라미터 규모 공개 모델 ‘Qwen3.5-397B’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제논은 지난해 ‘훈민 32B’, 올해 초 ‘훈민 VLM 235B’를 공개한 데 이어 기존 범용 모델의 역량을 유지하면서 실제 업무 수행에 필요한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훈민 시리즈를 확장했다.
이번 모델은 컴퓨터 화면에서 버튼이나 입력창 등 조작해야 할 대상을 찾아내는 ‘그라운딩(Grounding)’부터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에서 실제 과업을 수행하는 컴퓨터 조작 능력까지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제논에 따르면 훈민 VLM 397B는 화면 속 조작 대상 위치를 식별하는 5개 벤치마크에서 기반 모델 Qwen3.5-397B와 컴퓨터 조작 특화 모델 Qwen-CUA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고난도 화면 인식 평가인 ‘ScreenSpot-Pro’에서는 정확도 75.6점을 기록해 공개 당시 허깅페이스 공식 리더보드 2위에 올랐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제논이 엔비디아 B200 GPU 8장으로 3970억 파라미터 규모 공개 모델을 후학습해 컴퓨터 화면 인식과 조작 능력을 강화한 ‘훈민 VLM 397B’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자료 제공: 제논)
3970억 파라미터 모델을 B200 8장으로…화면 읽기에서 실제 실행까지
화면을 인식하는 능력은 실제 컴퓨터 환경에서 과업을 수행하는 평가로도 이어졌다. 제논에 따르면 리눅스 데스크톱에서 360개 과제를 수행하는 ‘OSWorld’ 평가에서 훈민 VLM 397B는 70.5점을 기록해 기반 모델보다 22.3점 높았다. 윈도우 환경의 ‘WindowsAgentArena’에서도 기반 모델 대비 9.1점 높은 결과를 기록했다.
제논은 실행 능력을 추가하면서 기존 언어 성능의 저하를 줄이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KMMLU와 K-MMBench 등 한국어 벤치마크 8종에서 기반 모델 대비 2점 이내의 성능 차이를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회사에 따르면 동일한 기반 모델에 컴퓨터 조작 능력을 추가한 비교 모델은 일부 평가에서 최대 6점의 성능 하락을 기록했다.
이번 모델 개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후학습에 투입한 컴퓨팅 자원이다. 제논은 공개된 컴퓨터 조작 모델의 능력을 저랭크 방식으로 이식한 뒤 FP8 양자화 상태에서 지도학습(SFT)과 강화학습(RL)을 진행했다. 전체 후학습 과정에는 엔비디아 B200 GPU 8장을 사용했다.
이는 새로운 초거대 모델을 처음부터 학습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공개 모델의 범용 성능을 기반으로 특정 업무 능력을 추가하는 접근이다. 제논은 지난 7월에도 7430억 파라미터 규모 모델을 소규모 GPU 환경에서 학습하는 방법을 기술 보고서로 공개했으며 이번 훈민 VLM 397B 개발에 관련 방법론을 적용했다.
제논은 훈민 VLM 397B의 화면 인식과 컴퓨터 조작 기술을 실행형 AI ‘원에이전트(OneAgent)’ 고도화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기존 훈민 VLM 235B를 통해 컴퓨터 유즈와 브라우저 유즈 역량을 강화한 데 이어 실제 기업 업무에서 AI가 직접 수행할 수 있는 과업 범위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모델뿐 아니라 개발·평가 방법도 공개한다. Apache 2.0 라이선스로 원본 모델과 용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인 FP8 버전을 제공하고 비교 모델을 동일 환경에서 재평가한 조건과 방법론도 함께 공유한다.
명대우 제논 부사장(CTO)은 “AI 모델 경쟁의 무게중심이 단순히 파라미터 규모를 키우는 데서 벗어나 대규모 모델에 필요한 능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더하고 실제 활용 가능한 수준으로 고도화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며 “훈민 VLM 397B는 제한된 컴퓨팅 자원으로 컴퓨터 조작 능력을 강화하면서 기존 한국어 성능까지 유지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훈민 시리즈를 통해 액셔너블 AI의 기반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한편 개발 과정과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공유해 오픈소스 AI 생태계 발전에도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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