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회의에 이렇게 특히 언론이 많이 관심을 가져주신 것은 드문 일인 것 같습니다.
적대의 종식, 평화공존을 위한 한반도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제목에 관심이 집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오늘 기조발제 하시는 분이 지난 몇 년동안 풍파에 시달리시다가 오늘 처음으로 햇빛 아래에서 발제를 하시게 되어서 뉴스메이커가 되신 것 같습니다.
또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한주 박사를 보러 많이 오신 것 같고요.
오늘 또 사회를 봐주시는 한반도 평화학의 대가이자 석학이신 문정인 교수님, 그리고 오늘 발제해주시는 정욱식 소장님, 이정철 교수님, 제가 다 호명드리지 못했습니다만 뜨거운 박수 부탁드립니다.
전쟁터에서의 1시간은 평화 시대에 10년 동안 쌓아올린 노력을 삼켜버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지구 한편에서는 상대를 죽이고 서로의 삶을 파괴하는 전쟁이라는 인류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동전쟁의 잿빛 거울에 비친 한반도의 모습도 참 엄중합니다.
73년간 전후처리를 못한, 전쟁을 끝내지 못한, 그래서 이제 급기야 '적대적 두 국가'라는 현실 앞에서
폐허가 되어버린 남북관계가 참으로 고통스럽습니다.
긴 적대의 종식과 평화를 염원하는 절박한 마음으로 오늘 많은 분들께서 함께 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은 환경의 산물입니다.
구조가 변하면 새로운 질서가 필요합니다.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하고 있습니다.
힘의 논리가 국제 규범을 흔들고, 자국이익 중심의 실용주의가 기존 질서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달라진 환경에서 과거의 패러다임이 힘을 잃고 있습니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반도 문제의 구조적 변동이 현실입니다.
북쪽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라는 구조적 변동의 도전을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서 패러다임을 바꿀 시점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우리는 그동안 상대를 존중하기에 앞서서 상대를 변화시키려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현실을 인정하기에 앞서서 실익 없는 명분과 논리를 앞세웠습니다.
평화는 통일을 위한 수단 정도로 취급되어 왔습니다.
과거의 관념과 우리 중심적 일방적 사고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용기와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평화는 그 무엇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평화적 공존 그 자체가 목표입니다.
그래야만 '신뢰할 수 있고 공존할 수 있는 이웃'이 만들어집니다.
남북관계를 폐허로 만든 적대와 대결을 청산하고 싸울 필요 없는 평화적 공존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거기에 남과 북의 '국익'이 겹치는 공간이 있을 것입니다.
오늘 학술회의 주제가 대북정책도 통일정책도 아닌 한반도 정책인 이유입니다.
한반도는 아직 공식적으로 전쟁 상태이며, 남과 북은 전쟁을 끝내지 못한 당사자들입니다.
평화의 시작은 전쟁을 끝내는 것입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한 출발점은 적대관계의 해소입니다.
그 중에서도 북미 적대관계 해소가 본질입니다.
지금은 궁극적 목표로서의 통일보다, 평화공존 그 자체를 정책의 중심에 두고 한반도 정책의 패러다임을 재설계해야 할 시점입니다.
통일 포기가 아니라 평화의 제도화를 위한 것입니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법적으로 남북 간의 평화 공존 관계가 제도화된다면, 남북 간에 그 어떤 문제도 논의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남북기본협정 체결과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유관국 간 논의가 시작될 때 한반도 문제는 비로소 출구를 찾게 될 것입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김민석 총리의 면담을 통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대화에 대한 높은 관심과 의지가 재확인되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과 함께 북미대화 성사에 대한 기대감의 불씨도 살아났습니다.
우리 정부는 자기중심성을 갖고 북미대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페이스메이커로서의 역할과 함께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의 역할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북미 간 대화를 통해 북미 적대관계 종식의 서막이 열리기를 희망하며, 북측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최근에 북측의 큰 정치행사들이 일단락되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지금까지 평화를 거절해본 적이 결코 없다'면서 '적수국들이, 상대가 대결을 선택하든 평화적 공존을 선택하든 대응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이미 평화적 공존을 선택했습니다.
한반도 평화공존 노선은 이재명 대통령의 철학과 신념을 100% 반영한 정책 노선입니다.
우리 정부의 평화공존 정책은 흔들림이 없을 것이며, 북이 폄하한 '서투른 기만극'이나 '졸작'이 아님을 일관되게 보여줄 것입니다.
지금 이순간 남측에게도 북측에게도, 대한민국에게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게도,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한 책임있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용기있는 방향 전환이 필요합니다.
우리 정부는 북측이 말하는 '주권적 권리와 안전이익, 발전권'을 인정하고 존중합니다.
서로를 '무시하고 배척하는 것'보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입니다.
북측이 평화공존의 새로운 관계 속에서 '국가발전 5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나가길 바랍니다.
그것이 남북관계이든 한국 조선관계, 한조관계이든, 서로에게 이익이 되고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새로운 관계 설정을 통해서 남과 북이 함께 공동이익을 창출해 나가길 강력히 희망합니다.
아울러, 앞으로 미중정상회담 계기 트럼프 대통령의 訪中이 북측에게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적 권리와 안전이익, 발전권'을 논의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길 기대합니다.
오늘 여러분께서 북미관계 개선, 새로운 평화공존의 남북관계,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향한 지혜를 모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