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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불꽃 속에서 태어난 골뱅이의 진화

애주가들이 사랑하는 식재료, 골뱅이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맘때 골뱅이는 살이 유난히 부드럽고 은은한 단맛이 난다. 갓 잡은 골뱅이를 살짝 데쳐 숙회로 즐기거나 직화로 구워 입에 넣는 순간 통조림과는 전혀 다른 매력에 눈이 번쩍 뜨인다. 버터와 마늘, 바질에 소금·후추로 간을 하고 오븐에 구워 화이트와인을 곁들이면 프랑스 고급 요리 에스카르고가 부럽지 않다. 그럼에도 한국인의 기억 속 골뱅이는 결국 ‘통조림’이다. 통조림 골뱅이로 만든 골뱅이무침이 없었다면 오늘의 골뱅이 사랑도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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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들이 사랑하는 식재료, 골뱅이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맘때 골뱅이는 살이 유난히 부드럽고 은은한 단맛이 난다.

갓 잡은 골뱅이를 살짝 데쳐 숙회로 즐기거나 직화로 구워 입에 넣는 순간 통조림과는 전혀 다른 매력에 눈이 번쩍 뜨인다. 버터와 마늘, 바질에 소금·후추로 간을 하고 오븐에 구워 화이트와인을 곁들이면 프랑스 고급 요리 에스카르고가 부럽지 않다. 그럼에도 한국인의 기억 속 골뱅이는 결국 ‘통조림’이다. 통조림 골뱅이로 만든 골뱅이무침이 없었다면 오늘의 골뱅이 사랑도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시대가 남긴 선물
서울 을지로에서 골뱅이무침이 탄생한 배경에는 시대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있다. 조선시대 한양은 북촌과 남촌으로 나뉘었다. 북촌이 왕실과 양반의 구역이었다면 남촌은 을지로와 필동, 남산 북쪽 기슭 일대를 아우르는 서민들의 삶터였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남촌에 공사관과 거주지를 조성하고 직선도로 양옆에 양옥을 세워 ‘황금정(黃金町)’이라 불렀다. 광복 이후 이름이 바뀌며 오늘의 을지로가 됐다.

6·25전쟁 이후 정부는 외화를 벌기 위해 통조림 산업을 적극 장려했다. 골뱅이 통조림도 이 시기에 등장했다. 당시 생산된 골뱅이 통조림의 대부분은 일본으로 수출됐다. 일본과 산업적 연결이 남아있던 을지로에는 수출업체가 모여있었고 규격에 맞지 않거나 남은 통조림은 자연스레 이곳으로 흘러들었다.

한편 전쟁 이후 도시 재건 과정에서 을지로에는 철공소와 인쇄소 등 각종 공장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1970년대에는 ”돈만 주면 탱크도 만든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서울 최대 공업지대로 이름을 떨쳤다.

하루 종일 용접 불꽃 앞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에게 유일한 낙은 퇴근 후의 술 한잔이었다. 뜨거운 작업 환경 속에서 지친 몸은 국밥보다는 시원하고 새콤한 안주를 원했다. 이때 함께 사랑받던 안주가 노가리와 북어포였다.

파채에 북어포를 찢어 무친 ‘북어포무침’에 어느 날 한 술집이 북어 대신 골뱅이를 넣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감칠맛은 그대로이면서 훨씬 깔끔했고 탱글탱글한 식감까지 더해져 을지로 노동자들의 입맛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양이 적었다. 그러자 한 손님이 외쳤다.

”소면 하나만 무쳐 주소.“

이 한마디로 골뱅이무침은 ‘골뱅이소면’으로 진화했다. 안주를 넘어 한 끼 식사가 되었고 맛 또한 화룡점정이었다.

‘귀한 몸’ 골뱅이의 진짜 이름은?
오늘날 한국인의 골뱅이 사랑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연간 소비량은 약 4200톤으로 전 세계 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골뱅이는 이제 국내 바다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가 됐다. 시중에 유통되는 골뱅이 대부분은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수입된다. 영국 브리스틀해협 일대에서는 ”한국 덕분에 먹고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름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롭다. 골뱅이는 정식 명칭이 아니다. 과거에는 소라나 바다고둥으로 불리던 것이 골뱅이무침의 대중화와 함께 ‘골뱅이’로 굳어졌다. 어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껍데기의 나선형 구조에서 ‘구멍’을 뜻하는 ‘골’과 빙글빙글 도는 모양을 뜻하는 ‘뱅이’가 합쳐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는 이메일 기호 ‘@’도 ‘골뱅이’라 부른다. 1990년대 말 생김새가 닮았다는 이유로 붙은 이름이다. 이 기호는 본래 영어 전치사 ‘at’을 의미하며 1971년 미국 프로그래머 레이 톰린슨이 이메일 주소 체계를 만들며 도입했다. 흥미롭게도 이탈리아에서는 같은 기호를 달팽이라 부른다.

한때 서민 안주의 대명사였던 골뱅이는 이제 만만한 식재료가 아니다. 400g 통조림 한 캔 가격이 8000~9000원을 웃돈다. 수요 증가와 남획으로 국내 연안에서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고 양식 또한 쉽지 않다. 서식 환경을 인위적으로 재현하기 어려운 데다 다른 패류 양식장에 피해를 주는 ‘해적생물’로 낙인찍혔다.

전쟁 이후 을지로의 뜨거운 불꽃 속에서 땀 흘린 노동자들을 위로했던 골뱅이. 이제는 누구나 찾는 대중적 미식으로 자리잡았다.

채상우

먹는 게 좋아 미식을 좇는 일간지 기자. ‘헤럴드경제’에 ‘맛있는 이야기 미담:味談’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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