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데이터 주권 논의가 반도체와 플랫폼을 넘어 ‘공간 데이터’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름과 주소를 넘어 생활 패턴과 소비 수준, 공간 동선까지 담고 있는 인테리어·설계 데이터가 글로벌 AI 학습 자산으로 축적되면서, 국내 산업의 데이터 주권 문제도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5월 12일 성수동에서 열린 PRM스퀘어 2회차 행사에서는 아키스케치 김용진 기획팀장이 연사로 나서 ‘데이터 주권과 공간 데이터의 국외 이전’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단순한 인테리어 SaaS 경쟁을 넘어, 공간 데이터가 향후 AI 산업과 제조·유통·부동산 시장까지 연결되는 핵심 산업 데이터로 변화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됐다.
김 팀장은 “개인정보가 ‘누구인가’를 보여준다면 공간 데이터는 ‘어떻게 사는가’를 보여주는 데이터”라며 “도면과 가구 배치, 자재 선택, 생활 동선이 결합되면 단순 이미지가 아니라 좌표화된 정밀 생활 데이터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테리어 산업 자체가 빠르게 데이터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과거에는 상담 후 수기로 도면을 그리고 엑셀로 견적을 내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상담·설계·견적·생산 전 과정이 디지털화되며 AI 학습 데이터로 연결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용진 아키스케치 기획팀장이 PRM스퀘어 2회차 행사에서 ‘데이터 주권과 공간 데이터의 국외 이전’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데이터 생산자는 한국, 축적자는 글로벌 플랫폼”
발표에서는 중국 인테리어 플랫폼 ‘쿠홈(CooHom)’ 사례도 언급됐다. 한국 사용자들의 설계·도면 데이터가 약관 기반으로 해외 서버에 저장·처리되고 있지만, 상당수 이용자는 이러한 데이터 이동 구조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은 개인정보보호법과 공간정보법, AI기본법 등의 규제를 적용받는 반면, 해외 플랫폼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데이터를 축적하고 AI 학습에 활용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두고 “데이터 생산자와 데이터 축적자의 차이”라고 표현했다. 한국 기업과 소비자가 공간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실제 AI 경쟁력과 산업 주도권은 데이터를 장기간 축적한 글로벌 플랫폼 중심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또 공간 데이터는 단순 설계 정보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의 공간 데이터는 AI 학습을 거치며 가구·자재 추천은 물론 제품 설계와 제조, 유통 최적화까지 이어지고, 결국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핵심 자산이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발표 현장에서는 “데이터를 주면 제품이 되어 돌아온다”는 표현도 등장했다. 설계 단계에서 생성된 데이터가 다시 상품과 서비스, 제조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산업 구조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주성 아키스케치 대표가 PRM스퀘어 2회차 행사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글로벌 사업 전략과 공간 데이터 활용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내 넘어 미국·동남아까지…공간 AI 시장 공략
발표 이후에는 아키스케치 이주성 대표가 직접 나서 현재 사업 현황과 글로벌 확장 전략을 소개했다. 아키스케치는 인테리어 설계 자동화와 3D 공간 시뮬레이션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외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으며, 단순 설계 솔루션을 넘어 공간 데이터를 활용한 AI 기반 산업 구조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는 부동산 분야를 중심으로 POC(실증)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현지 기업들과의 협업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표는 “미국 시장은 잠재 고객 규모가 크고 엔터프라이즈 수요가 높은 시장”이라며 “2017년 킥스타터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검증해왔다”고 말했다.
동남아 시장 확장도 본격화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3D 설계 기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베트남에서는 현지 플랫폼과 협업해 인테리어 솔루션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단순 설계 툴 판매를 넘어 공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AI·제조·유통이 연결되는 구조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오는 9월 개인정보보호법 개편 시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데이터 주권은 보호주의가 아니라 한국 산업이 앞으로도 고부가가치 영역에 남기 위한 최소한의 경쟁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도 동일한 룰 안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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