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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S기획] ‘잘 만드는’ 시대 끝났다…콘텐츠 산업, ‘생태계 전쟁’ 본격화 됐다

[VS기획] ‘잘 만드는’ 시대 끝났다…콘텐츠 산업, ‘생태계 전쟁’ 본격화 됐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콘텐츠 산업의 경쟁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완성도 높은 작품 자체보다 팬덤과 데이터, 플랫폼과 커뮤니티를 누가 소유하고 운영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콘텐츠 산업이 ‘잘 만드는 경쟁’에서 ‘생태계를 설계하는 경쟁’으... The post [VS기획] ‘잘 만드는’ 시대 끝났다…콘텐츠 산업, ‘생태계 전쟁’ 본격화 됐다 appeared first on 벤처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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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좋은 작품을 만드느냐.’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이 무엇인지는 오랫동안 선명했다.

정교한 그래픽, 빠른 편집, 감각적인 디자인, 완성도 높은 영상 연출이 시장의 기준이었다. 더 뛰어난 결과물을 더 높은 완성도로 만드는 것이 곧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생성형 AI 이후 그 질서는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업계는 이제 다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빨리 만들 수 있는가, 얼마나 넓게 확산시킬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데이터와 팬덤, 플랫폼을 누가 소유하는가다.

이 변화는 단순히 제작 툴 하나가 늘어난 수준이 아니다. 콘텐츠 산업 전체의 가치사슬이 재편되는 흐름에 가깝다. 콘텐츠 자체의 희소성이 낮아지는 대신, 유통 구조와 팬덤 운영, 관계 설계의 중요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콘텐츠 산업의 경쟁 축이 ‘잘 만드는 기술’에서 ‘팬덤과 생태계를 운영하는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AI 기반 제작 환경 속에서 창작자와 플랫폼, 커뮤니티가 연결되는 새로운 콘텐츠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사진 출처: AI 생성 이미지)
“좋은 콘텐츠”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

이 변화를 압축적으로 드러낸 말이 있다. 패스커 최현석 대표는 최근 “AI로 인해 콘텐츠 단가가 내려간 게 크다”고 말했다. 짧은 문장이지만, 지금 콘텐츠 산업이 겪고 있는 구조 변화 전체를 담고 있다.

생성형 AI는 시나리오 초안 작성부터 콘셉트 아트, 영상 편집, 자막·번역, 음악·음성 작업까지 제작 전반에 침투했다. 제작 시간은 짧아졌고 생산량은 폭증했다. 과거에는 수일에서 수주가 걸리던 작업이 몇 시간 안에 가능해졌고, 소규모 팀도 이전보다 훨씬 많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문제는 그다음 단계다. 시장은 이제 낮은 비용과 빠른 속도를 기본 조건처럼 요구하기 시작했다. “AI를 쓰면 빨리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산업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것이다.

숙련 노동의 가치도 흔들리고 있다. 최근 레딧의 3D 아티스트 커뮤니티에는 비슷한 불안이 반복적으로 올라온다. “수년간 모델링과 라이팅, 조형과 렌더링 기술을 익혔지만, 사람들은 프롬프트 몇 줄이면 결과물이 나온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AI 툴을 활용하는 소수 인력으로 더 많은 결과물을 요구하고, 세분화됐던 제작 직군은 빠르게 압축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창작자가 사라진다”는 공포가 아니다. 창작 노동의 시장 가치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과거에는 손기술과 숙련도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무엇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설명하고 방향성을 설계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한류 4.0, ‘작품’에서 ‘생태계’로 이동한다
전병극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최근 홍익대학교 특강에서 한류의 진화를 단계별로 설명했다. 드라마 중심의 한류 1.0, K-팝 중심의 2.0, OTT 중심의 3.0을 지나 지금은 AI와 팬덤이 결합한 4.0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강조한 핵심은 명확했다. 앞으로의 경쟁은 개별 작품이 아니라 ‘생태계 설계 능력’에서 갈린다는 점이다.

그는 ‘오징어 게임’을 대표 사례로 언급했다.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한다는 사실은 증명했지만, 동시에 유통 주권과 시청 데이터, 플랫폼 권력이 글로벌 기업에 집중되는 구조 역시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반면 BTS는 다른 흐름을 보여줬다. 팬을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홍보와 확산, 참여의 주체로 끌어들였고, 콘텐츠를 넘어 커뮤니티와 세계관 자체를 자산으로 만들었다.

그가 “좋은 콘텐츠를 만드느냐보다, 그 콘텐츠의 가치와 데이터를 누가 소유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한 이유다.

실제로 생성형 AI 시대에는 콘텐츠 자체보다 관계와 반복 방문, 체류 시간이 더 중요한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AI가 이미지와 영상, 음악, 번역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콘텐츠의 희소성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남는 것은 취향과 관계, 팬덤이다. 누가 더 강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더 오래 머물게 하며,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된다.

콘텐츠 산업은 ‘공장’에서 ‘도시’로 변하고 있다
안지훈 소셜혁신연구소장은 “그래서 콘텐츠 산업은 ‘공장’보다 ‘도시’를 닮아가고 있다”며 “더 많이 찍어내는 시스템보다 사람들이 왜 계속 돌아오는지를 설계하는 구조가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작품 하나로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 뉴스레터와 커뮤니티, 캐릭터와 밈, 2차 창작과 팬 활동이 서로 연결되며 살아 움직이는 형태라는 설명이다.

콘텐츠의 경쟁력도 단일 작품 완성도보다 얼마나 다양한 접점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지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전까지는 개별 작품 흥행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작품 이후에도 팬들이 머무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창작자의 역할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손기술 자체가 경쟁력이던 시대에서, 이제는 세계관과 감정선, 커뮤니티 흐름까지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AI는 장인의 자리를 위협하지만 동시에 한 사람이 하나의 스튜디오처럼 움직일 수 있는 환경도 만들고 있다.

김현정 백석예대 극작과 겸임교수는 “앞으로 살아남는 창작자는 단순 제작자가 아니라, 세계관을 운영하고 팬덤을 관리하며 콘텐츠를 지속 확장할 수 있는 ‘디렉터형 창작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금 콘텐츠 산업은 ‘잘 만드는 경쟁’에서 ‘생태계를 소유하는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플랫폼과 데이터, 팬덤과 AI를 결합한 구조를 누가 먼저 구축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승자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아니다. 이미 창작자들의 단가표와 견적서, 댓글창과 커뮤니티 안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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