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유럽의 첨단 녹색 기술이 서울 코엑스에 대거 상륙했다. 5월 20일부터 22일까지 코엑스 A홀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환경·에너지 전시회인 제47회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ENVEX 2026) 현장. 전시장 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EU 파빌리온’은 개막 첫날부터 첨단 기후테크를 확인하고 협력 기회를 모색하려는 한국 기업 관계자들로 북적이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번 대규모 참가는 유럽연합(EU)이 지원하는 글로벌 산업 협력 프로그램인 ‘EU 비즈니스 허브(EU Business Hub)’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2024년부터 2027년까지 한국과 일본을 대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녹색 저탄소 등 3대 핵심 분야의 비즈니스 파트너십 확대를 목표로 하는 이 이니셔티브는, 이번 엔벡스 무대를 통해 총 41개의 유럽 유망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을 한국 생태계에 소개했다.
서울 코엑스 A홀에 대규모로 마련된 ‘엔벡스 2026’ 내 EU 비즈니스 허브 파빌리온 전경
“유럽의 녹색 기술을 직접 보고, 만지고, 협의하다”
‘EU 파빌리온’ 내부는 순환경제, 에너지 시스템, 청정에너지 기술, 환경 모니터링 및 분석장비 등 네 가지 분야로 구성됐다. 세부적으로는 수처리 솔루션부터 재생에너지 기술, 배터리 저장 시스템, 바이오가스 플랜트, 수소 생성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유럽 각국의 최신 녹색 기술이 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각 부스에서는 유럽에서 직접 방한한 담당자들이 한국 바이어 및 관계자들과 마주 앉아 기술 사양을 설명하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EU 파빌리온 내부 전경. 유럽 혁신 기업들의 부스에서 국내 관계자들과의 활발한 비즈니스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다.
41개 참가사의 면면도 다채로웠다. 이탈리아의 ‘AECI Srl’은 약 40년의 R&D 경력을 바탕으로 폐수 처리 및 산업 배출 제어에 특화된 생명공학 솔루션을 선보였고, 라트비아의 딥테크 스타트업 ‘스노우 리사이클(Snow Recycle)’은 곡물 껍질·식물 섬유 등 농업 부산물을 원료로 한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로 국내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독일의 ‘컨테이너그리드(ContainerGrid GmbH)’는 배터리·변압기 등 산업 자산의 수명 종료 관리를 자동화하는 AI 기반 순환경제 플랫폼을 소개하며, 글로벌 순환성 규제 대응에 나선 한국 배터리·자동차 업계를 직접 겨냥한 전략적 메시지를 부스 전면에 내걸었다.
에너지 저장 분야에서는 독일 ‘STOFF2’의 ZZE(아연 중간단계 전기분해 장치)가 단연 눈길을 끌었다. 기존 수전해 장치와 배터리를 하나의 장치로 통합해 24시간 그린 수소 생산이 가능한 데다, PFAS(과불화화합물) 등 유해 물질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설계라는 점에서 방문객들의 발길이 오래 머물렀다. 네덜란드 ‘솔루포스(SoluForce B.V.)’는 수소·CO₂ 운송에 특화된 비금속 유연 복합 파이프 시스템을, 아일랜드 ‘럼클룬 에너지(Lumcloon Energy)’는 대용량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과 CO₂ 기반 장주기 에너지 저장 기술을 각각 선보이며 에너지 전환 인프라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
환경 모니터링 분야 역시 볼거리가 풍부했다. 스웨덴의 ‘BPC 인스트루먼츠(BPC Instruments AB)’는 바이오가스 잠재력 측정을 자동화한 분석 플랫폼으로, 독일 ‘스마트가스(smartGAS Mikrosensorik GmbH)’는 가스 누출 감지부터 탄소 포집 지원까지 폭넓게 활용되는 고정밀 NDIR 가스 센서로 각각 주목받았다. 체코의 ‘아그데이터 스마트(Agdata Smart)’는 IoT와 센서 기술을 결합해 도시 내 대기질·소음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스마트시티 모니터링 솔루션을 소개하며 한국 지자체와의 협력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피칭 세션서 유럽 기업들 기술력 직접 ‘어필’
21일 오후 2시, EU 파빌리온 인근 세션 공간에서는 참가 기업들이 자사 기술을 직접 소개하는 피칭 세션(Pitching Session)이 열렸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 온 기업 대표들이 순서대로 무대에 올라 수분 간 자사 기술과 한국 시장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발표했다.
21일 열린 참가기업 Pitching Session 무대에 선 덴마크 기업 달룸(Dalum Beverage Equipment)의 프레데릭 달룸(Frederik Dalum) 담당자가 수제 맥주용 소형 이산화탄소(CO2) 회수 시스템의 기술적 특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스웨덴 ‘헥시콘(Hexicon AB)’의 문무바람 프로젝트 관계자는 울산 해역에서 개발 중인 750MW급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2026년 하반기 입찰 참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에스토니아 ‘인스타 글로브(Insta Globe)’의 담당자는 한국에 이미 자회사를 두고 있다며 현지화 전략을 강조했다. 독일 ‘하이클리너(hyCLEANER GmbH)’의 요샤 크나이버(Josha Kneiber) 대표는 “태양광 패널 오염으로 인한 발전 효율 손실이 최대 30%에 달한다”며 자사 로봇 청소 솔루션의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유통 파트너를 적극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칭 세션 후에는 개별 비즈니스 미팅이 이어졌다. EU 비즈니스 허브는 한국 기업·기관 관계자와 유럽 참가 기업 사이의 맞춤형 1:1 매칭 미팅을 주선했으며, 현장에서 원활한 비즈니스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문 통역 서비스도 지원했다.
▲ 성황리에 막을 내린 이번 행사에 이어, 차기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인 ‘엔벡스 2027(ENVEX 2027)’은 내년 6월 9일부터 11일까지 동일하게 코엑스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친환경 기조를 실질적인 산업 솔루션으로 구현하다”
이번 행사에서는 ‘유럽 기술 소개’ 이상의 흐름도 읽혔다. EU 측은 한국을 녹색·저탄소 산업 협력의 핵심 파트너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으며, ENVEX 같은 산업 전시회를 홍보 및 장기 협력 접점으로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유럽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환경 규제의 파도가 거세지는 가운데,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글로벌 기술 동맹의 최전선이 이곳 엔벡스 2026 현장에 마련되어 있었던 셈이다.
ENVEX 2026 현장에서 만난 유럽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기술은 이미 준비돼 있고, 이제 필요한 것은 현지 파트너십”이라고 강조했다. 전시장을 채운 핵심 키워드는 구호로 소비되는 친환경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실행 가능한 산업 전환’에 가까웠다. 한국과 유럽 기업들이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공통 과제를 중심으로 어떤 협력 모델을 만들어갈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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