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개발자 생산성을 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 전체의 개발 성과로 연결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4일 서울 여의도 IFC 한국IBM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마이클 쿽(Michael Kwok) IBM Bob 솔루션 부사장 겸 IBM 캐나다 연구소장은 생성형 AI 시대 소프트웨어 개발의 새로운 과제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2년 동안 생성형 AI는 코드 생성과 자동화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지만, 실제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는 여전히 보안과 거버넌스, 레거시 시스템, 운영 복잡성 등 다양한 요소가 개발 생산성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IBM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엔터프라이즈 AI 개발 파트너 ‘IBM Bob’을 국내에 처음 공개했다.
IBM의 기업용 AI 기반 개발 파트너 IBM 밥(Bob) 솔루션
“AI 코딩 도구는 늘었지만 기업 개발은 여전히 복잡하다”
IBM이 이번 발표에서 강조한 핵심은 AI 코딩 도구의 한계였다. 현재 시장에는 수많은 AI 코딩 어시스턴트가 등장했지만 대부분은 코드 생성이나 특정 작업 자동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발자 개인의 생산성은 향상됐지만 실제 기업 환경에서는 시스템 운영과 보안 정책, 비용 관리, 규제 준수, 복잡한 애플리케이션 구조 등 개발자가 직접 보지 못하는 영역에서 병목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쿽 부사장은 “AI는 맥락이 명확할 때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지만 엔터프라이즈 환경은 수많은 팀과 시스템이 얽혀 있어 맥락 자체가 매우 복잡하다”며 “기업이 직면한 문제는 코드 생성이 아니라 여러 조직과 시스템에 걸친 개발 과정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에 있다”고 말했다.
IBM은 기업들이 AI 기반 개발 환경을 구축하는 방식이 크게 세 가지라고 설명했다. 자체적으로 AI 모델과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방식, 다양한 AI 도구를 연결해 운영하는 방식, 그리고 SDLC(Software Development Lifecycle·소프트웨어 개발 수명주기) 전 과정을 지원하는 AI 파트너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IBM은 세 번째 방식을 선택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IBM Bob이다.
IBM Bob은 단순한 코드 생성 도구가 아니다.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전체 코드베이스를 분석하며 기획과 개발, 테스트, 배포, 운영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AI 기반 SDLC 파트너를 지향한다. 개발자가 사용하는 IDE와 깃허브(GitHub), CI/CD 환경 등 기존 업무 환경 안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하며, 개발자가 통제권을 유지한 상태에서 반복 업무와 복잡한 분석 작업을 대신 수행한다.
마이클 쿽(Michael Kwok) IBM 밥 솔루션 부사장 겸 캐나다 연구소장
“신입 개발자도 하루 만에 생산성 확보”
IBM이 가장 강조한 부분은 온보딩(Onboarding) 혁신이었다. 대기업이나 금융권, 제조업처럼 복잡한 시스템을 운영하는 조직에서는 신규 개발자가 기존 애플리케이션 구조와 업무 흐름을 이해하는 데 수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된다. IBM은 이 과정이 기업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숨은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IBM Bob은 전체 코드베이스를 분석해 문서와 설계 구조, 아키텍처 다이어그램을 자동 생성한다. 개발 과정에서 생성된 코드뿐 아니라 기존 레거시 시스템까지 분석해 맥락을 정리해주기 때문에 신규 인력이 프로젝트를 훨씬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IBM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Bob은 문서 생성 속도를 기존 대비 10배 이상 향상시켰고, 코드 전반에 대한 문서화와 구조 분석을 자동 수행한다. 또한 시각적 아키텍처 다이어그램을 생성해 프로젝트 구조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쿽 부사장은 “기존에는 신규 인력이 프로젝트를 이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지만 Bob을 활용하면 하루 만에 평균적인 생산성을 낼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IBM은 Bob을 자사 개발 조직에 먼저 적용했다. 10만 명 이상의 IBM 개발자가 사용한 결과 평균 생산성이 45% 향상됐고, 애플리케이션 현대화 속도는 최대 93% 빨라졌다. SDLC 전 과정에서의 활용률은 95%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서 진행된 데모에서는 자바(Java) 애플리케이션 현대화 사례도 공개됐다. Bob은 기존 코드의 구조와 의존성을 자동 분석해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부분을 찾아내고 수정 방안을 제안했다. 개발자가 직접 모든 코드를 검토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AI가 먼저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IBM은 이러한 기능이 메인프레임과 자바, 코볼(COBOL) 등 레거시 시스템 현대화 과정에서 특히 강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고객 사례에서는 수주 이상 소요되던 현대화 프로젝트 기간을 대폭 단축한 사례들도 소개됐다.
제이 탈레카(Jay Talekar) IBM 밥 선임 기술 책임자
보안·비용까지 관리하는 ‘엔터프라이즈 AI 파트너’
IBM은 AI 시대 개발 환경에서 보안과 비용 관리 역시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안 분야에서는 ‘시프트 레프트 보안(Shift-left Security)’ 전략을 강조했다. 기존에는 개발이 완료된 이후 보안 검증이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기획과 개발 단계부터 보안 정책과 규제 준수가 자동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IBM Bob은 개발 전 과정에서 정책 적용과 검증을 수행하며, 보안을 개발 이후에 추가하는 요소가 아니라 개발 과정 자체의 일부로 만든다.
실제 발표에서는 미국 연방 클라우드 보안 인증인 FedRAMP 관련 사례도 공개됐다. IBM은 Bob을 활용해 규제 준수 문서화와 검증 과정을 자동화한 결과 기존 30일이 걸리던 인증 준비 기간을 2일 수준으로 단축했고, 규제 준수 프로세스 속도는 93%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AI 도입 비용 관리도 주요 기능 중 하나다. IBM은 많은 기업이 AI 성능에만 집중하지만 실제로는 비용 통제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IBM Bob은 ‘보발리틱스(Bobalytics)’라는 분석 기능을 통해 모델 사용량과 비용, 성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어떤 업무에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지, 어떤 모델이 효율적인지, 프롬프트 최적화가 가능한지 등을 파악해 AI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IBM은 현재 Bob을 SaaS 형태로 제공하고 있으며, 오는 9월에는 온프레미스(On-premise) 환경 지원도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발표에서 IBM이 보여준 방향은 단순한 AI 코딩 도구 경쟁이 아니었다. 생성형 AI가 개발자 개인의 생산성을 높이는 단계를 넘어, 이제는 보안과 거버넌스, 운영, 현대화, 비용 관리까지 포함한 소프트웨어 개발 전 과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IBM은 Bob을 통해 AI 비서가 아닌 ‘AI 개발 파트너’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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