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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S현장] “AI만 키워선 안 된다”…벤처업계가 새 정부에 던진 5가지 주문

[VS현장] “AI만 키워선 안 된다”…벤처업계가 새 정부에 던진 5가지 주문

벤처기업협회가 상반기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 정부의 벤처 육성 정책에 대한 기대와 함께 현장의 보완 과제를 제시했다. 업계는 AI 투자 확대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투자 쏠림, 코스닥 개편, 주52시간제 등에서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벤처업계는 특정 산... The post [VS현장] “AI만 키워선 안 된다”…벤처업계가 새 정부에 던진 5가지 주문 appeared first on 벤처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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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육성은 필요하다. 하지만 AI만으로는 부족하다.”

10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벤처기업협회 상반기 기자간담회에서는 이 같은 메시지가 반복됐다. 벤처업계는 이재명 정부의 ‘글로벌 4대 벤처강국’ 전략과 벤처투자 확대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현장에서는 투자 쏠림과 자본시장 제도, 노동 규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행사에는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을 비롯해 이주완 메가존클라우드 대표,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 권성택 티오더 대표 등이 참석해 벤처 생태계 현안을 공유했다.

10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벤처기업협회 상반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좋은 정책도 현장에서 작동해야 의미 있다”
송병준 회장은 모두발언에서 정부의 벤처 육성 정책 방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연간 벤처투자 40조 원 시장 조성, 법정기금 투자 확대, 국민성장펀드 조성, 규제혁신 추진단 운영 등을 대표적인 정책 성과로 꼽으며 “AI 혁명과 글로벌 산업 질서 재편 속에서 정부가 벤처를 국가 성장 전략의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벤처업계 역시 새 정부 출범 이후 벤처투자 확대와 규제 혁신 기조 자체에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국민성장펀드 조성과 벤처투자 확대 정책은 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과제와 맞닿아 있다.

다만 정책 발표와 현장 체감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금 공급 확대가 실제 스타트업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투자와 인재, 규제, 자본시장 제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송 회장은 “좋은 정책도 현장에서 작동해야 의미가 있다”며 “속도감 있는 추진과 함께 벤처 현실을 반영한 세밀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간담회에서는 AI 투자 편중 현상부터 코스닥 개편, 기술금융 확대, 노동 규제까지 벤처 현장에서 체감하는 다양한 문제가 연이어 제기됐다.

“AI만 보지 말고 다른 혁신도 봐야 한다”
이날 가장 큰 공감을 얻은 화두 중 하나는 AI 투자 쏠림 현상이었다.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는 AI 산업 육성 방향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장에서는 AI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관심에서 밀려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마케팅, ESG, 건설 인프라, 제조 혁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우수한 벤처기업들이 성장하고 있다”며 “혁신을 AI라는 하나의 키워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투자 시장에서는 AI가 사실상 필수 키워드처럼 작동하고 있다. 실제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AI·로보틱스 분야로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비AI 분야 스타트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투자자와의 미팅에서 사업 모델보다 “AI 전략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먼저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일부 스타트업들은 투자 유치를 위해 기존 사업 모델에 AI를 억지로 접목하거나 기업 소개 자료를 AI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협회 역시 AI·딥테크 분야로의 자금 집중이 제조업, 바이오, 소부장, 지역 기반 혁신기업 등에 대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벤처기업협회는 AI 육성 정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AI 외에도 한국이 강점을 가진 제조업과 산업기술, 피지컬 AI, ESG, 건설기술 등 다양한 산업군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협회는 “민간 자본의 투자 선택은 시장 원리에 맡기는 것이 맞다”면서도 “정책금융만큼은 시장이 당장 주목하지 않는 분야를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
“코스닥은 코스피 2부 리그가 아니라 나스닥이 돼야 한다”
코스닥 시장 개편 문제 역시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벤처업계는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코스닥 세그먼트 분리와 상장폐지 기준 강화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시가총액과 외형 중심으로 프리미엄·스탠다드 시장을 구분하는 방식이 성장 단계에 있는 바이오, 헬스케어, 딥테크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최근 논의되는 코스닥 개편 방향이 혁신기업 시장이라는 코스닥의 정체성과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바이오와 딥테크 업종의 경우 현재 매출이나 이익보다 기술 개발과 시장 선점이 중요한 산업 특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단기 실적이나 시가총액 중심 평가가 강화될 경우 성장 단계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벤처기업협회는 “코스닥은 현재 가치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는 시장이어야 한다”며 “미국 나스닥처럼 혁신기업 중심 시장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계기업 퇴출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재 논의되는 기준이 지나치게 획일적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협회 관계자는 “시장 신뢰를 해치는 기업은 정리해야 하지만 업종과 성장 단계, 기술력, 미래 가치 등을 함께 고려하는 정교한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대해서도 벤처기업 특성을 반영한 별도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기업과 달리 벤처기업은 자사주를 전략적 투자나 인수합병(M&A), 사업 제휴 등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일률적인 규제가 성장 전략을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량 코스닥 기업들의 코스피 이전이 이어지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법적으로 이전을 제한할 수는 없지만, 혁신기업들이 코스닥에 남아도 충분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장 환경이 마련되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벤처업계는 코스닥이 ‘코스피의 2부 리그’가 아니라 성장성과 기술력을 평가받는 혁신기업 중심 시장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완 메가존클라우드 대표
“주52시간제, 스타트업 체감은 전혀 다르다”
근로시간 규제 문제도 빠지지 않았다.

벤처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벤처기업의 82.4%는 핵심 인력에 대한 근로시간 예외 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협회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지만 현실적인 여건은 크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협회 관계자는 “대기업은 인력을 추가 투입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은 그렇지 못하다”며 “같은 규제라도 현장에서 체감하는 부담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개발 중심 스타트업들은 프로젝트 마감이나 제품 출시 시기에 업무 강도가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지만, 현재 제도는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협회는 “근로자의 건강권과 정당한 보상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자발적으로 더 배우고 일하고 싶어 하는 핵심 인력에게까지 일률적인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벤처기업의 성장과 개인의 동기부여를 동시에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노동계와 관련 논의를 이어왔지만 이제는 국회와 정부가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현실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
벤처강국의 조건은 ‘균형’
이날 간담회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벤처업계는 새 정부의 벤처 육성 기조와 투자 확대 정책에 대해 상당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현장에서는 AI 투자 쏠림, 코스닥 개편, 기술금융 확대, 주52시간제 등 현실적인 과제가 여전히 존재하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책 효과 역시 제한적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벤처기업협회가 던진 주요한 메시지는 결국 ‘균형’이었다. AI 육성도 필요하고 벤처투자 확대도 필요하다. 하지만 특정 산업에만 관심이 집중되거나 성장 단계 기업들이 제도 변화로 위축된다면 벤처 생태계 전체의 다양성과 역동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벤처업계가 정부에 요구한 것은 더 많은 지원이 아니라 더 정교한 설계에 가까웠다. AI와 투자, 노동, 자본시장 개혁이 각각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연결될 때 비로소 ‘글로벌 4대 벤처강국’이라는 목표도 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 벤처 생태계가 마주한 질문은 단순히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할 것인가”가 아니다. 어떤 산업에, 어떤 기업에, 어떤 방식으로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가깝다.

AI가 주목받는 시대일수록 비AI 기업의 혁신도 함께 살아남아야 하고, 규제 혁신을 말할수록 성장 단계 기업의 현실도 함께 반영돼야 한다.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다양한 요구 역시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벤처강국은 특정 산업 하나가 끌고 가는 나라가 아니라, 다양한 혁신이 공존하며 성장할 수 있는 나라다. 벤처업계가 정부에 요구한 것은 지원 확대가 아니라 그 다양성을 지켜낼 수 있는 생태계의 설계였다.

* 스타트업 생태계 기자단은 KAIA와 벤처스퀘어가 함께 운영하며 스타트업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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