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DNA는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이다.”
2011년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2를 공개하며 애플의 성공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누구보다 기술의 최전선에 있었지만, 그가 혁신의 본질로 꼽은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었다. 기술이 인간을 이해하고 삶을 변화시킬 때 비로소 혁신이 완성된다는 철학이었다.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 스티브 잡스가 강조했던 혁신의 원칙은 AI 에듀테크 시장에서도 유효하다. 시장은 이제 기술 자체보다 교육적 성과와 인간 중심의 가치를 요구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15년이 지난 지금, 같은 질문이 AI 에듀테크 시장에도 던져지고 있다.
생성형 AI는 더 이상 일부 기업만의 무기가 아니다. 거대언어모델(LLM), AI 튜터, 자동 문제 생성, 맞춤형 학습 추천까지 대부분의 기술은 빠르게 상향평준화되고 있다. 이제 “AI를 적용했느냐”는 차별화 요소가 아니라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 됐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생성형 AI 열풍이 시장을 휩쓸던 시기에는 ‘AI 기반 교육 플랫폼’이라는 설명만으로도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AI 기능 자체에 높은 가치를 부여했고, 기술이 곧 기업 경쟁력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2026년 하반기 시장은 더 이상 가능성만으로 기업을 평가하지 않는다. 투자자는 이제 어떤 AI를 사용하는지보다 AI가 실제 학습 효과를 얼마나 높였는지, 학생들의 성취도와 몰입도가 얼마나 개선됐는지, 그리고 그것이 반복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묻기 시작했다.
기술 거품이 걷히면서 에듀테크 역시 다시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고 있다.
AI 거품은 끝났다…시장도 투자도 ‘효과’를 본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교육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6월 열린 제주포럼 교육세션에서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은 “학생들은 프롬프트를 배우기 전에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성형 AI 시대에도 교육의 중심은 인간이며, AI는 교사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고력과 창의성을 확장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열린 제13회 T.h.e 포럼에서도 김남주 가천대학교 스타트업컬리지 교수는 “대학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인간 고유의 경험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은 교육용 생성형AI R&D 투자에서도 인간의 주도권이 중심이고 언급했다.
두 메시지는 하나로 연결된다.
AI는 교육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투자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과거 투자심사에서 핵심 질문은 “AI 기능이 얼마나 뛰어난가”였다. 하지만 지금은 “얼마나 높은 학습 효과를 데이터로 증명할 수 있는가”가 기업 경쟁력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삼일PwC 경영연구원 역시 에듀테크 산업이 AI 기술 경쟁을 넘어 교육 성과와 운영 역량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 자체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 효과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이를 반복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하는 기업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글로벌 빅테크까지 교육시장에 본격 진입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오픈AI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기반으로 교육 플랫폼을 확대하고 있으며, 기존 교육기업들은 콘텐츠와 운영 경험, 학습 데이터를 무기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결국 AI 에듀테크의 경쟁은 누가 더 뛰어난 AI를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누가 AI를 활용해 더 좋은 교육 경험을 만들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뤼이드의 소크라 AI 캡처
국내 AI 에듀테크, 각기 다른 방식으로 경쟁력을 만든다
국내 AI 에듀테크 시장은 모두 ‘AI 교육’이라는 같은 시장에 있지만, 기업들이 선택한 경쟁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누군가는 AI 엔진 자체를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누군가는 오랜 교육 콘텐츠와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AI를 접목한다. 또 다른 기업은 특정 산업에 특화된 교육 서비스를 만들거나 AI 실습 환경을 제공하는 인프라 사업자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뤼이드다. 뤼이드는 영어 학습 서비스 ‘산타(Santa)’를 통해 딥러닝 기반 학습 분석 기술을 상용화했다. 학습자의 정답률과 풀이 시간, 오답 패턴 등을 분석해 가장 적합한 문제를 실시간으로 추천하는 적응형(Adaptive Learning) AI를 구축하며 개인화 학습 시장을 개척했다. 초기에는 토익 시장에서 성과를 입증했고, 현재는 Socra AI 플랫폼을 중심으로 리얼클래스, 리얼아카데미 등 다양한 교육 서비스로 AI 엔진을 확장하며 ‘학생마다 다른 학습 경로를 설계하는 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키우고 있다.
아이스크림에듀 홈페이지 캡처
반면 아이스크림에듀는 AI보다 교육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에 무게를 둔다. 대표 서비스인 ‘아이스크림 홈런’을 통해 확보한 공교육 콘텐츠와 플랫폼 운영 경험, 방대한 학습 데이터는 후발주자가 단기간에 따라오기 어려운 자산이다. 최근 AI 생활기록부와 학습 분석 기능을 강화하고 있지만, AI는 기존 교육 경쟁력을 더욱 정교하게 만드는 도구에 가깝다.
세타랩은 일반 교육시장이 아닌 보건·의료 전문인력 교육이라는 버티컬 시장을 선택했다. 대표 서비스 ‘유폴리오’를 통해 의료인을 위한 교육과 포트폴리오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문직 교육에 필요한 실무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전문성이 높은 만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엘리스그룹은 AI 교육 인프라 구축에 강점을 두고 있다. 대학과 기업,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AI 실습 환경과 클라우드 기반 교육 플랫폼을 제공하며, AI를 실제 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교육 콘텐츠보다 AI를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이처럼 네 기업은 모두 AI를 활용하지만 접근 방식은 서로 다르다. 뤼이드는 AI 엔진, 아이스크림에듀는 콘텐츠와 운영 경험, 세타랩은 전문 분야 특화, 엘리스는 교육 인프라를 중심으로 각자의 경쟁력을 구축해왔다.
하지만 이들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변화도 있다. 더 이상 AI 기술 자체를 앞세워 경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AI 모델의 성능보다 학생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학습 효과가 실제로 얼마나 개선됐는지, 그리고 축적된 교육 데이터를 다시 서비스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운영 역량이다. AI는 이제 차별화의 출발점이 아니라 교육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기반 기술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흐름은 특허 동향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발표한 ‘주요국의 에듀테크 기술동향 및 시사점’에 따르면, 특허 분류(CPC) 기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분야는 AI 알고리즘 자체가 아니라 ‘교육 운영 또는 지도(G06Q50/205)’였다. 이는 시장의 경쟁이 AI 기술 개발에서 학습 운영과 효과 관리 체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앞으로 에듀테크 기업의 경쟁력은 어떤 AI를 보유했느냐보다 AI를 통해 교육 효과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그 성과를 데이터로 증명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AI가 교육을 대신하는 시대가 아니라, 교육의 본질을 더 잘 구현하는 기업이 선택받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사진: Unsplash의 Markus Winkler
기술보다 사람…AI 시대에도 교육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던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은 오늘날 AI 에듀테크 시장에서도 다시 의미를 갖는다.
생성형 AI는 이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됐다. 거대언어모델(LLM)은 빠르게 평준화되고 있고, 문제를 만들고 영상을 제작하며 맞춤형 커리큘럼을 설계하는 기능 역시 더 이상 특정 기업만의 경쟁력이 아니다. 기술의 진입장벽이 낮아질수록 시장은 오히려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학생은 정말 성장했는가. 교사는 더 좋은 교육을 할 수 있게 되었는가. AI는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성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돕고 있는가.
결국 AI가 교육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구현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투자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 AI를 도입했다는 사실만으로 기업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AI가 학습 효과를 얼마나 높였는지, 그 성과를 어떤 데이터로 증명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더욱 중요하게 살펴보고 있다.
다시 말해 앞으로의 에듀테크 경쟁은 누가 더 뛰어난 AI를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누가 AI를 통해 더 나은 교육을 만들어내느냐의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AI는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은 여전히 사람을 위한 일이다. 학생이 성장하고, 교사가 더 좋은 수업을 만들며, 배움이 삶을 변화시키는 경험을 만드는 것. 이처럼 교육이 지향해야 할 본질은 AI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는 혁신의 출발점을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에서 찾았다. 오늘날 에듀테크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기술은 결국 사람을 향해야 하며, 교육은 사람의 성장을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AI 시대에도 가장 오래 살아남는 에듀테크 기업은 가장 뛰어난 AI를 보유한 기업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을 가장 깊이 이해하고 사람의 성장을 가장 효과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기업일 가능성이 크다. 기술은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지만, 교육을 이해하는 철학과 사람을 성장시키는 경험은 쉽게 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출처: 가천대학교 스타트업칼리지 GCS 제13회 T.h.e 포럼(2026.05.21), 아이스크림에듀(i-Scream Edu) 홈페이지, (사)한국인공지능협회, 삼일PwC 경영연구원의 ‘에듀테크 보고서’, 세타랩 홈페이지,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주요국의 에듀테크 기술동향 및 시사점 – AI 접목 교육을 중심으로’, Business Research Insights의 ‘Edtech 스타트업 시장 규모, 점유율, 성장, 산업 분석, 유형별(튜터링, 언어, MOOC), 애플리케이션별(모바일, 데스크톱), 지역 통찰력 및 2035년 예측’
* 스타트업 생태계 기자단은 KAIA와 벤처스퀘어가 함께 운영하며 스타트업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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