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최종 의사결정자라면 내일이라도 고객 한 명에게 직접 연락해 보셨으면 합니다.”
브랜드 빌더 아임웹이 처음 개최한 대규모 브랜드 컨퍼런스에 4천여 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약 1천 명 규모의 행사에 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신청자의 62%는 대표와 임원, 리드·파트장·본부장 등 조직 내 의사결정권자로 집계됐다. 브랜드를 빠르게 알리는 방법보다 오래 성장시키는 전략에 대한 현장의 관심을 보여준 성적표였다.
아임웹은 28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첫 브랜드 컨퍼런스 ‘브랜드콘 26’을 열었다. 올해 주제는 ‘DEEP: 깊은 브랜드만 남는다’였다. 행사는 시장의 변화를 읽는 ‘트렌드’, 남들과 다른 성장을 만드는 ‘전략’, 고객의 기억에 오래 남는 ‘브랜딩’ 등 세 개 세션으로 구성됐다.
송길영 작가와 김봉진 그란데클립 의장, 이형진 마이노멀 대표, 양정호 앳홈 대표 등 다양한 산업에서 브랜드를 만들어 온 리더들이 무대에 올랐다. 강연장 밖에서는 아임웹과 구글, 틱톡, 페이팔, 토스페이, 슬릿, 리메인레이어 등이 참여하는 ‘딥 컨설팅’도 운영됐다.
아임웹 이수호 대표가 아임웹의 첫 브랜드 콘퍼런스 ‘브랜드콘 26’ 오프닝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다.
깊은 브랜드의 출발점은 고객이다
이수모 아임웹 대표는 행사 시작과 함께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을 찾는 출발점으로 ‘고객’을 제시했다. 그는 기업 대표가 고객의 어려움과 고민을 직접 알지 못하면서 회사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겠느냐는 한 투자자의 질문을 계기로 고객을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아임웹 창업 초기에는 고객과 직접 통화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제품의 우선순위를 정했지만, 조직이 커지고 담당자가 생기면서 어느 순간 고객을 숫자로만 바라보게 됐다고 돌아봤다. 이후 현재 고객뿐 아니라 잠재 고객과 서비스를 떠난 고객까지 찾아가면서 내부에서 세운 가설과 실제 현장의 문제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체감했다고 했다.
고객들의 고민도 성장 단계에 따라 달랐다. 연매출 50억 원에서 100억 원 규모로 성장한 기업은 기존 방식으로 200억 원과 300억 원을 넘어설 방법을 물었고, 연매출 500억 원 이상의 브랜드는 더 대중적인 브랜드가 되기 위한 변화를 고민했다. 여러 소비재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 관계자는 단순한 장사를 넘어 고객과 관계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과제를 털어놨다.
이 대표는 이 같은 고객들의 목소리가 브랜드콘을 기획한 출발점이었다며 “깊이 있는 브랜드는 고객을 얼마나 깊게 이해하는가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오 아임웹 CPO는 고객이 브랜드와 상품을 발견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퍼포먼스 마케팅과 검색엔진최적화가 여전히 중요한 수단이지만 광고 효율 하락과 검색 영향력 변화, AI 확산이 기존의 성장 공식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아임웹이 분석한 국내 자사몰에서도 AI 답변을 거쳐 유입되는 구매 트래픽은 1년 전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 과거에는 ‘지성 피부 선크림 추천’처럼 단어 중심으로 검색했다면, 이제는 피부 상태와 사용 상황, 화장과의 궁합 등 여러 조건을 담아 AI에 질문한다. 브랜드 역시 제품명이나 광고 문구를 넘어 어떤 고객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태오 아임웹 CPO가 ‘브랜드의 다음 성장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주제로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유행을 좇기보다 시장을 만들고 실행하라
송길영 작가는 브랜드가 성장하려면 소비자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뷰티와 패션, 음식, 공간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소비되는 시대인 만큼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실제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스크린 속에 있지 말고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말로 현장에서 답을 찾는 실행의 중요성을 전했다. 발표 말미에는 “뭐라도 좀 하라”는 특유의 직설적인 한마디로 공감을 이끌어냈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이형진 마이노멀 대표는 속도보다 깊이에 무게를 두면서, “빠른 브랜드가 성공한다는 말은 없지만 깊은 브랜드가 성공한다는 이야기는 있다”며 소비자를 깊게 이해한 브랜드가 결국 시장에 남는다고 말했다.
마이노멀은 2018년 ‘저칼로리’ 시장에서 ‘저당’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미 있는 트렌드를 쫓기보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전략이었다. 이 대표는 일시적인 유행과 문화로 자리 잡는 트렌드의 차이도 분석했다. 높은 효용과 낮은 심리적 저항, 기존 제품 대신 선택해야 할 명확한 이유, 특정 상황마다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계기가 있을 때 제품은 유행을 넘어 소비자의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봤다.
양정호 앳홈 대표는 자본금 500만 원으로 시작해 연매출 1천억 원 이상 기업을 만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으로 ‘생존력’을 꼽았다. 제품 소싱과 포장, 디자인, 마케팅, 고객 응대까지 모든 일을 혼자 감당했던 창업 초기에는 화려한 전략보다 하루를 버티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일이 먼저였다는 경험을 전했다. 특별한 배경이나 자원보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태도와 노력의 양에 집중했고, 작은 실행을 반복하며 사업을 키워왔다고 돌아봤다.
그는 창업 과정에서 가장 큰 경쟁 상대는 다른 회사가 아니라 어제의 자신이었다고 말했다. 시장과 경쟁 환경은 바꿀 수 없지만, 배우는 속도와 실행하는 태도만큼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오후에는 김동욱 와이즐리 대표가 ‘마케팅 없이 100억에서 800억까지’를 주제로 기존 마케팅 공식과 다른 성장 전략을 공유했다. 이어 김명수 매거진B 대표, 이승환 해브해드 대표, 김시연 일광전구 이사 등이 브랜드를 보는 관점과 자사몰 실험, 오래된 기업이 새로운 세대와 관계를 맺는 과정 등을 다뤘다.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브랜드콘 26’ 행사장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
오래 남는 것은 브랜드가 아니라 조직이다
김봉진 그란데클립 의장은 변화한 미디어 환경을 강과 배에 비유했다. 과거 미디어가 크고 일정한 강이었다면 지금은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그램, 커뮤니티 등 수많은 지류와 급류가 생겨났고 알고리즘도 끊임없이 바뀌는 환경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는 하나의 큰 콘텐츠에 모든 자원을 투입하기보다 작은 시도를 반복하며 반응을 확인하고 확장하는 방식이 더욱 중요하며, 새로운 미디어를 두려워하기보다 직접 배우고 활용하는 태도 역시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김 의장이 가장 오래 이야기한 대상은 브랜드가 아니라 조직이었다. 브랜드는 시장 변화에 따라 언제든 사라질 수 있지만, 조직은 구성원의 삶과 다음 도전을 이어가는 기반이라는 것이다. 결국 브랜드를 만드는 일보다 오래 살아남을 조직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핵심 메시지였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고객의 기억에 오래 남는 브랜드의 조건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풀어냈다. 김명수 매거진B 대표는 브랜드를 바라보는 관점을, 이승환 해브해드 대표는 감각의 산업에서 자사몰을 실험하며 쌓아온 경험을, 김시연 일광전구 이사는 전구 제조기업을 2030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한 과정을 공유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심화평과 맨즈뷰티 크리에이터 션, 아임웹 크리에이터 비즈니스 총괄 유원은 브랜드와 크리에이터가 함께 성장하는 협업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브랜드콘 26은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방법보다 브랜드가 오래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한 자리였다. ‘DEEP: 깊은 브랜드만 남는다’는 올해의 주제처럼, 브랜드의 깊이는 고객을 얼마나 이해하고, 시장의 변화를 어떻게 기회로 만들며, 함께 성장할 조직을 얼마나 단단하게 만드는지에서 완성된다는 점을 보여줬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일수록 브랜드의 경쟁력은 얼마나 크게 알려졌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쌓였는지에서 결정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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