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산업에는 매물과 거래가격, 입지, 건물, 도면, 시설 운영 등 서로 다른 형태의 데이터가 흩어져 있다. 개발부터 거래와 운영, 자산관리까지 의사결정 단계가 길고 이해관계자도 많아 AI가 적용될 수 있는 업무 범위가 넓다. 초기 프롭테크가 매물 검색과 중개 편의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사업성 검토와 설계, 시공, 공간 운영, 시설관리로 적용 영역이 세분화되고 있다. 국내 프롭테크 스타트업 74개사의 AI 활용 분야를 부동산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정리한 산업 지도가 공개됐다.
한국프롭테크포럼은 국내 건설·부동산 산업의 AI 활용 현황을 정리한 ‘프롭테크 AI 맵(Proptech AI Map)’을 공개했다.
한국프롭테크포럼이 AI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프롭테크 스타트업 74개사를 분류한 ‘프롭테크 AI 맵’을 공개했다. (제공=한국프롭테크포럼)
프롭테크 AI 맵은 부동산 라이프사이클을 개발·건설, 거래·마케팅, 운영 관리, 자산 관리, 인프라 등 5개 단계로 나누고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을 16개 세부 카테고리에 배치했다. 부동산을 기획하고 건설한 뒤 거래·운영·관리하는 과정에서 AI가 어떤 업무에 적용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각 기업이 제공하는 AI 서비스와 적용 기술도 함께 정리했다. 기업 간 거래를 중심으로 하는 B2B와 일반 소비자 대상 B2C 사업 여부를 구분해 기술뿐 아니라 고객과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도 살펴볼 수 있다.
기업이 가장 많이 분포한 분야는 중개·거래와 데이터 API·플랫폼으로 각각 16개사가 포함됐다. 공간 운영 분야가 12개사로 뒤를 이었고 기획·사업성과 건물·시설 관리에는 각각 7개사가 분류됐다.
중개·거래 분야에서는 이용자의 검색 조건과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매물을 추천하거나 계약 과정의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서비스가 주로 나타났다. 거래 데이터와 매물 정보를 기반으로 시세를 분석하고 적정 가격이나 투자 가능성을 제시하는 기능도 포함된다.
데이터 API·플랫폼 기업은 여러 기관과 서비스에 흩어진 부동산 데이터를 수집하고 표준화해 다른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한다. 주소와 건물, 토지, 실거래가처럼 서로 다른 기준으로 저장된 정보를 연결하고 AI가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구조를 구축하는 역할이다.
검색·추천에서 공간과 건설 현장으로
공간 운영 분야에 12개사가 포함된 것은 AI가 온라인상의 검색과 분석을 넘어 실제 공간을 관리하는 업무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방문자와 이용 패턴을 분석해 공간 배치와 운영 시간을 조정하고 고객 응대, 예약, 출입, 에너지 사용 등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임대 운영과 건물·시설 관리에서는 계약과 임대료, 유지보수 이력을 분석하거나 시설 이상을 조기에 감지하는 데 AI를 활용한다. 인테리어·리노베이션 영역에서는 공간을 촬영하거나 도면을 입력하면 설계안을 생성하고 공사 범위와 비용을 산출하는 방식으로 적용된다.
개발·건설 분야에서는 프로젝트 초기의 사업성 검토부터 설계·인허가, 시공·현장관리까지 AI 도입이 이어지고 있다. 토지와 입지, 용도지역, 주변 거래 정보를 분석해 개발 가능성을 검토하고 BIM과 도면 작업을 자동화하거나 공정 진행 상황과 현장 위험을 관리하는 기술이 포함된다.
이번 분포는 데이터가 비교적 많이 축적돼 있고 서비스 결과가 이용자의 선택과 직접 연결되는 거래·데이터 분야에서 AI 사업화가 먼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검색과 추천, 가격 분석은 이용자가 효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고 기존 플랫폼에도 기능을 추가하기 쉽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개발·건설과 시설관리 영역은 건물이나 현장마다 조건이 다르고 기존 시스템 및 장비와의 연동이 필요하다. 기술의 정확도뿐 아니라 현장 데이터 확보와 실증, 업무 프로세스 변화까지 요구되기 때문에 도입 과정이 상대적으로 길다.
배석훈 한국프롭테크포럼 의장은 “AI는 건설·부동산 기업의 서비스 고도화와 운영 효율화를 이끄는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프롭테크 AI 맵이 산업의 AI 전환 흐름을 파악하고 기업 간 협력과 정책 논의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프롭테크포럼은 2018년 출범한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부동산 정보와 AI·빅데이터·VR·IoT, 공간 공유, 임대관리, 개발·건설, 부동산 금융 분야 기업 335개사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프롭테크 AI 맵은 포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산업 변화와 신규 기업을 반영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된다.
74개사의 분포는 부동산 AI 시장에서 데이터 구조화와 거래 의사결정 지원이 가장 먼저 상용화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앞으로의 경쟁은 분석 결과를 제시하는 수준에서 공간 운영비와 공사 기간, 시설 유지비처럼 현장에서 측정할 수 있는 성과로 얼마나 연결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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