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번역과 통역 기술의 발전은 글로벌 비즈니스의 언어 장벽을 낮추고 있다. 그렇다고 기업 구성원의 영어 소통 역량이 덜 중요해지는 것은 아니다. AI가 반복 업무를 처리할수록 질문의 의도와 업무 맥락을 정확히 전달하고, 서로 다른 문화권의 구성원을 설득·조율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스픽과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국내외 기업 경영진과 인사 책임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AI 시대에 필요한 글로벌 인재의 조건과 기업교육의 변화를 짚었다.
AI 영어 학습 앱 스픽을 운영하는 스픽이지랩스코리아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와 지난 26일 서울신라호텔에서 AI 기반 글로벌 인재 육성과 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스픽과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26일 서울신라호텔에서 국내외 기업 경영진과 인사 책임자를 대상으로 AI 기반 글로벌 인재 육성과 조직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 제공: 스픽이지랩스코리아)
이번 행사는 기업의 AI 도입을 기술이나 시스템 구축의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않고 이를 사용하는 구성원의 역량과 조직문화까지 함께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AI가 사내 교육과 의사소통, 해외법인 협업, 업무 프로세스에 가져올 변화를 공유했다.
한국 기업의 미국 및 해외시장 진출이 늘면서 글로벌 인재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달라지고 있다. 영어 회화 능력과 함께 AI 도구를 업무에 적용하는 능력, 문화적 배경이 다른 구성원과 목표를 조율하는 역량이 해외사업의 실행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꼽혔다.
코너 즈윅 스픽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와 권오형 암참 부회장 겸 퀄컴 테크놀로지스 수석부사장·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AI 시대의 인재 육성과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행사의 핵심 의제를 제시했다.
즈윅 CEO는 AI가 기업교육의 비용 구조를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글로벌 역량 교육을 제공하려면 많은 비용과 인력이 필요해 교육 대상이 일부 임원이나 해외사업 담당자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구성원의 직무와 수준, 업무 상황에 맞춘 교육을 대규모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즈윅 CEO는 “과거 수십 명을 교육하던 비용으로 이제는 1만 명의 임직원에게 각자의 업무에 맞춘 개인별 학습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기업 구성원이 해외시장에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은 글로벌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앤드루 수 스픽 최고기술책임자(CTO)는 ‘AI는 기업의 소통과 경쟁 방식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그는 AI의 발전이 영어 역량의 필요성을 낮추기보다 오히려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AI가 문장을 번역하거나 작성할 수는 있지만 고객의 요구와 조직의 목표, 설득 과정의 미묘한 맥락까지 자동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구성원이 정확한 의도를 전달하고 AI의 결과물을 검토·수정할 수 있어야 소통 오류에서 발생하는 계약과 협업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수 CTO는 직무별 회화 연습과 실제 업무 상황을 반영한 콘텐츠를 활용해 구성원의 소통 역량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AI로 기존 업무의 처리 속도만 높이는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업무 흐름과 구성원의 역할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교육에서 업무 재설계로…한독이 제시한 조직 전환
한독 코퍼레이션의 최충남 팀장은 ‘AI 역량 강화에서 조직 혁신으로’를 주제로 기업의 AI 교육 사례를 발표했다. AI 도구를 도입하거나 단기 교육을 운영하는 것과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은 서로 다른 과제라는 점에 주목했다.
한독은 리더십의 인식 전환과 구성원의 실무 역량 강화, 실제 업무 적용, 성과 공유와 확산을 연결한 교육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구성원이 AI 기능을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각 부서의 업무에서 반복되는 과정을 찾아 개선하고, 검증된 사례를 조직 전체가 활용하도록 하는 구조다.
개인의 생산성 향상을 조직 성과로 연결하려면 교육 이후의 적용 과정이 중요하다. 실제 업무에 AI를 활용할 과제를 정하고 결과를 측정한 뒤 효과가 확인된 방식을 다른 조직에 확산하는 과정까지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어 즈윅 CEO와 김수연 EY 아시아 이스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AI 열풍을 넘어: AI가 재편하는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방식’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두 사람은 AI가 해외시장 조사와 고객 대응, 다국적 조직의 협업과 인재 육성 방식에 미치는 실질적인 변화를 살펴봤다.
참석자들은 마지막 네트워킹 세션에서 AI 기반 인재교육과 조직 혁신을 업무에 적용한 경험을 공유했다. 기업별 인력 규모와 해외사업 단계, 기존 교육체계에 따라 AI를 어떻게 도입하고 성과를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권오형 암참 부회장은 “기술의 가치는 이를 활용할 역량과 자신감을 갖춘 인재가 있을 때 실현된다”며 “글로벌 기업의 성패는 기술 투자와 함께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AI를 활용하며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의 구성원들과 협업할 수 있는 인재를 얼마나 잘 육성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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