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로봇의 경쟁력은 걷고 뛰는 시연보다 산업 현장에서 어떤 작업을 수행하는지에 따라 갈린다. 조선소에는 수직 철판과 천장, 협소한 선체 내부처럼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고 사고 위험이 높은 공간이 많다. 로봇이 이러한 환경을 이동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용접과 검사 장비를 운반해 실제 생산 공정을 처리해야 경제적 가치를 만들 수 있다. 디든로보틱스가 조선소에 투입한 이족·사족보행 로봇의 현장 적용 성과를 바탕으로 포브스 아시아의 유망기업에 선정됐다.
산업용 피지컬 AI 기업 디든로보틱스는 포브스 아시아의 ‘100 To Watch 2026’ 로보틱스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조선소의 용접과 검사 등 위험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이족·사족보행 로봇을 개발한 디든로보틱스가 포브스 아시아의 ‘100 To Watch 2026’ 로보틱스 부문에 선정됐다. (사진 제공: 디든로보틱스)
올해 6회째를 맞은 ‘100 To Watch’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성장 가능성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선정하는 프로그램이다. 산업과 지역에 미치는 영향과 시장 적합성, 사업모델, 혁신성, 매출 성장 기록, 투자 유치 역량 등을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한다.
2026년 명단에는 16개 국가와 지역의 기업 100곳이 포함됐다. 한국 기업은 디든로보틱스를 비롯해 총 9곳이 선정됐다. 포브스 아시아는 올해 명단에서 AI 기반 기술의 비중이 커졌으며 로보틱스를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로 분류했다.
피지컬 AI는 AI가 현실의 공간과 사물, 작업 환경을 인식하고 로봇의 움직임과 행동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디든로보틱스는 KAIST 기계공학과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출신 연구자들이 2024년 설립한 기업으로 조선과 철강 등 중공업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보행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포브스는 디든로보틱스의 이족보행 로봇 ‘디든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 ‘디든 스파이더’에 주목했다. 디든 휴머노이드는 연속해서 최대 32kg의 하중을 들어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무거운 작업 도구와 부품을 옮기고 사람의 팔과 다리가 필요한 산업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목표다.
디든 스파이더는 자석발을 이용해 철제 바닥뿐 아니라 벽과 천장 등 강구조물을 이동한다. 사람이 고소 장비나 발판을 이용해야 했던 위치까지 접근해 검사와 용접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포브스는 디든 스파이더를 생산 공정에 적용하면 작업 사이클타임을 60~70% 줄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작업자가 이동 장비를 설치하고 철거하는 시간을 줄이고 하나의 로봇이 강구조물을 이동하며 여러 지점에서 연속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연에서 현장 납품으로…국내 조선사·유럽 고객 계약
디든로보틱스의 로봇은 연구개발과 시제품 단계를 지나 실제 조선소에 투입되고 있다. 회사는 국내 조선사 2곳과 유럽 고객사 1곳을 대상으로 공급계약을 확보했다. 회사에 따르면 2025년 12월 국내 주요 조선사에 첫 상용 물량을 납품했으며 현장에서 용접과 검사 공정 적용을 진행하고 있다.
포브스는 디든로보틱스가 2027년 디든 스파이더, 2028년 디든 휴머노이드의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선소에서 확보한 이동·용접·검사 데이터를 로봇 학습에 활용하고 철강과 플랜트, 교량 등 유사한 강구조물 산업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글로벌 기술 행사에서도 산업용 피지컬 AI의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 디든로보틱스는 지난 3월 아마존이 개최한 기술 콘퍼런스 ‘MARS 2026’에 한국 스타트업으로 참가해 디든 스파이더와 이족보행 로봇 ‘디든 워커’를 시연했다.
디든 스파이더는 엔비디아 GTC 2026 키노트 오프닝 영상에 등장해 철제 벽을 오르는 모습을 선보였다. 컴퓨텍스 2026에서 진행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의 키노트 영상에도 소개됐으며 엔비디아 인셉션 파빌리온에서 산업 현장에 적용한 피지컬 AI 기술을 전시했다.
김준하 디든로보틱스 공동창업자 겸 대표는 “로봇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작업하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조선소에서 검증한 보행과 현장 작업 능력을 바탕으로 로봇을 적용할 수 있는 산업군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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