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잘 활용한다는 말은 이제 대시보드를 많이 만들거나 분석가를 늘리는 것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하루 걸리던 성과 분석을 10분으로 줄이고, 300명만 쓰던 데이터를 2000명 이상이 활용하며, AI 에이전트가 은행의 업무 지식과 데이터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는 기업들이 등장했다. 데이터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실제 업무시간과 비용, 의사결정 방식의 변화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스노우플레이크가 2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스노우플레이크 월드 투어 서울 2026’에서 개최한 ‘데이터 드라이버 어워드(Data Drivers Awards)’에서도 이런 변화가 숫자로 확인됐다. 올해로 국내에서 다섯 번째를 맞은 시상식에서는 네오위즈와 미래에셋자산운용, KB국민은행, 넥슨,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각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데이터 드라이버 어워드는 스노우플레이크 AI 데이터 클라우드를 활용해 데이터의 비즈니스 가치를 높인 기업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문화 확산에 기여한 개인을 선정하는 연례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데이터 분석 혁신과 데이터 협업, AI 이노베이터, 올해의 데이터 경영자, 올해의 데이터 히어로 등 5개 부문으로 진행됐다. AI 이노베이터와 올해의 데이터 경영자는 국내에서 올해 처음 신설됐다.
2026 스노우플레이크 데이터 드라이버 어워드 수상자들이 시상식에 참여해 수상 후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하루 걸리던 분석 10분으로…‘데이터를 쓰는 방식’이 달라졌다
‘데이터 분석 혁신’ 부문을 수상한 네오위즈의 변화는 업무시간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스노우플레이크 코텍스 AI와 데이터 애플리케이션 개발 프레임워크 스트림릿(Streamlit)을 연동해 정기 리포팅과 성과 분석을 자동화하면서 지표 조회부터 코멘트 작성, 인사이트 공유까지 하루가량 필요했던 작업을 10분으로 줄였다.
1~2주씩 걸리던 성과 리뷰도 데이터 업데이트 다음 날 30분 안에 마칠 수 있게 됐다. 게임 서비스는 이용자 반응과 지표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만큼 분석 속도의 단축은 곧 의사결정 시간의 단축으로 연결된다. 데이터 분석가 역시 반복적인 수집과 리포팅에서 벗어나 전략 기획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
네오위즈가 추진한 변화의 방향은 ‘관리 중심’에서 ‘활용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기보다 AI가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환경을 갖추고 이를 현업의 의사결정으로 가져가는 방식이다. 앞서 월드 투어에서 스노우플레이크가 강조한 ‘AI-레디 데이터’가 실제 기업 업무에서는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금융권에서는 데이터 통합 이후 활용 범위를 조직 전체로 확장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데이터 콜라보레이션’ 부문을 수상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여러 환경에 흩어진 전사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고, 역할별 권한에 따라 필요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아키텍처를 구축했다. 자연어로 데이터를 탐색하는 환경도 더해 임직원이 분석 조직을 거치지 않고 필요한 데이터를 직접 찾아 의사결정에 활용하도록 범위를 넓히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처음 마련된 ‘AI 이노베이터’의 첫 수상자가 됐다. 데이터 통합에서 한발 더 나아가 AI 에이전트가 은행의 지식과 데이터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통합 레이크하우스와 데이터 메시를 구축해 데이터 준비 시간을 50% 이상 단축하고 데이터 중복을 줄여 스토리지 비용도 30% 이상 절감한다는 목표다. 내부 지식문서를 AI가 활용할 수 있는 지식자산으로 구조화하고 데이터와 용어, 지표, 업무지식 사이의 관계를 연결하는 시맨틱·컨텍스트 계층도 구축한다.
금융처럼 데이터 접근과 보안에 엄격한 통제가 필요한 산업에서 AI 에이전트를 확대하려면 단순히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AI가 데이터의 의미와 업무 맥락을 이해하면서 허용된 범위 안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이 먼저 필요하다. 이날 KB국민은행이 공개한 AI 전략 역시 약 300개의 AI 에이전트를 프런트·미들·백오피스 업무에 확대하기에 앞서 데이터 기반부터 다시 설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300명 쓰던 데이터 2000명이 쓴다…AI 시대 ‘데이터 경영’의 변화
‘올해의 데이터 경영자’에는 류청훈 넥슨 본부장이 선정됐다. 넥슨은 게임별로 분산됐던 데이터 환경을 스노우플레이크 기반 통합 데이터 레이크 ‘모노레이크(Monolake)’로 일원화하고 빅쿼리 등 기존 플랫폼의 주요 분석 데이터를 단계적으로 이전했다.
성과는 비용과 사용자 수에서 동시에 나타났다. 인프라 비용은 연간 최대 450만달러 규모로 효율화했고 데이터를 활용하는 임직원은 약 300명에서 2000명 이상으로 늘었다. 플랫폼 이용 규모로 환산하면 약 6.5배 증가한 수치다. 데이터 활용도 개발자와 분석가에 국한되지 않고 마케팅과 사업 등 비기술 직군까지 확대됐다.
다음 단계는 ‘모노레이크 2.0’이다. 온톨로지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AI가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고 기존 쿼리 중심의 데이터 환경을 AI 에이전트 중심 아키텍처로 전환한다. 사람이 직접 데이터를 검색하고 쿼리를 작성하던 환경에서 AI가 기업 데이터의 관계와 맥락을 파악해 업무를 지원하는 환경으로 바뀌는 과정이다.
개인의 역할을 조명하는 ‘올해의 데이터 히어로’에는 비바리퍼블리카 박중운 엔지니어가 선정됐다. 토스그룹 계열사에 분산된 데이터를 스노우플레이크 AI 데이터 클라우드로 통합하고 단일 원천 데이터(SSOT)를 구축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현재 토스에서는 전체 직원의 80% 이상이 매일 데이터를 조회하고 분석한다.
올해 수상 기업들의 산업은 게임과 금융, 자산운용 등으로 서로 다르지만 변화의 방향에는 공통점이 보인다. 데이터를 특정 분석 조직이 관리하는 자산으로 두기보다 현업 구성원이 직접 활용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가 AI가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네오위즈에서는 분석시간이 줄었고 넥슨에서는 데이터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었으며, KB국민은행에서는 AI 에이전트가 활용할 데이터와 업무 지식을 새롭게 정비하고 있다.
이용석 스노우플레이크 코리아 지사장은 “올해 데이터 드라이버 어워드의 국내 시상 부문이 확대되며 다양한 산업에서 데이터를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로 전환해낸 사례들을 폭넓게 조명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국내 기업들이 데이터와 AI를 통해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월드 투어에서 스노우플레이크가 던진 질문이 ‘AI에게 얼마나 많은 일을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가’였다면, 이날 수상 기업들은 그보다 한 단계 앞선 조건을 보여준다. AI에게 일을 맡기려면 먼저 기업의 데이터가 실제 업무에서 쓰일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모았느냐보다 누가 얼마나 쉽게 활용하고, 그 결과 업무시간과 비용, 의사결정이 얼마나 달라졌느냐가 AI 시대 데이터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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