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 시작한 샤오미의 사업 영역이 집과 자동차를 넘어 AI가 현실 세계를 움직이는 단계로 향하고 있다. 단순히 스마트 기기의 종류를 늘리는 방식과는 결이 다르다. 자체 AI 모델과 운영체제, 반도체를 하나의 기술 기반으로 묶고 스마트폰과 가전, 전기차, 로봇까지 연결해 사용자의 일상 전체를 하나의 생태계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샤오미가 IFA 2026에서 전면에 내세운 ‘Human × Car × Home’은 그동안 확장해 온 제품군을 AI라는 하나의 축으로 연결하는 전략에 가깝다.
샤오미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6에 처음 참가해 3,300㎡가 넘는 단독 해외 전시관을 꾸리고 380여 종의 제품과 기술을 공개했다. 전시관은 ‘AI의 미래(AI Tomorrow)’, ‘오늘의 AI(AI Today)’, ‘Human × Car × Home 제품 포트폴리오’ 등 세 공간으로 나눠 스마트폰과 스마트홈, 모빌리티가 AI를 중심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보여줬다.
독일 베를린 IFA 2026에서 발표 중인 윌리엄 루(William Lu) 샤오미 그룹 파트너 겸 사장 (사진 제공: 샤오미)
루웨이빙(Lu Weibing) 샤오미 동업자 겸 사장은 기조연설에서 스마트폰과 가전, 자동차를 연결하는 ‘Human × Car × Home’ 전략을 샤오미의 핵심 방향으로 제시했다. Human은 개인 컴퓨팅 환경, Car는 지능형 이동 공간, Home은 스마트 생활 공간을 의미하며, 각각의 제품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대신 사람을 중심으로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연결하는 방식이다.
샤오미가 이번 IFA에서 강조한 것은 제품의 숫자보다 이를 움직이는 기반 기술이었다. 지난해 자체 개발한 첫 3nm 플래그십 SoC ‘XRING O1’에 이어 차세대 XRING O3·O100·D100을 공개하며 스마트폰부터 자동차까지 자체 반도체를 적용하는 기술 로드맵을 구체화했다.
XRING O3는 CPU와 GPU, NPU, 이미징 성능을 강화한 플래그십 AI SoC이며 O100은 일반 플래그십 스마트폰 대비 16배의 메모리 대역폭을 제공하는 AI 가속 칩이다. D100은 지능형 주행을 겨냥한 3nm 칩으로, O100과 D100은 개발과 검증을 마치고 2027년부터 실제 제품에 탑재될 예정이다. XRING O3를 적용한 첫 플래그십 제품으로 폴더블 스마트폰 ‘Xiaomi 18 Fold’도 함께 공개했다.
AI 모델에서도 자체 기술을 앞세웠다. 샤오미가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 ‘Xiaomi MiMo-V2.5’는 지난 7월 OpenRouter 주간 토큰 사용량 기준 세계 1위를 기록했으며, 단일 주간 10조 토큰 이상 사용된 유일한 대규모언어모델로 소개됐다. Xiaomi MiMo와 Xiaomi HyperAI, Xiaomi HyperOS, XRING을 각각 분리된 기술로 두기보다 제품과 서비스 전체를 연결하는 공통 기반으로 가져가는 전략이다.
루웨이빙 사장은 “샤오미는 앞으로도 AI를 탐구하고 이를 물리적 세계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AI가 화면 속에서 질문에 답하는 기술을 넘어 실제 제품과 공간, 제조 현장을 움직이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비전을 밝혔다.
샤오미가 IFA 2026 전시관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Xiaomi CyberOne’을 선보이며 AI와 로보틱스를 물리적 세계로 확장하는 기술 비전을 공개했다. (사진 제공: 샤오미)
AI가 ‘Human × Car × Home’을 움직인다
샤오미가 그리는 AI 경험은 사용자가 매번 기기를 직접 제어하는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스마트홈 기기를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연결하고 시간과 위치, 주변 환경과 사용자의 의도를 AI가 파악해 필요한 기기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다.
IFA 현장에서는 이 같은 경험을 실제 생활 환경에 가까운 방식으로 보여줬다. 사용자가 집으로 이동하면 시간과 위치, 날씨를 바탕으로 조명과 에어컨을 미리 조절하고, 집에서는 “방금 촬영한 사진을 인쇄해 줘”라는 요청에 여러 기기가 연동된다. 독서할 때 조명과 커튼, 실내 온도가 함께 바뀌는 식으로 개별 기기 제어보다 상황 전체를 연결하는 데 무게를 뒀다.
이러한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하드웨어 기반도 이미 상당한 규모다. 샤오미의 글로벌 소비자 AIoT 플랫폼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을 제외하고 11억 대 이상의 기기가 연결돼 있으며 전 세계 1억7,500만 명 이상의 사용자와 가구가 이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글로벌 출하량 기준 24분기 연속 상위 3위를 기록했고 태블릿과 웨어러블 등으로 제품 접점을 넓혀왔다.
자동차는 최근 빠르게 커지고 있는 또 하나의 축이다. 샤오미는 전기차 시장 진출 약 2년 만에 중국 본토에서 누적 70만 대 이상을 인도했으며, 이번 IFA에서는 Xiaomi SU7 Max와 Xiaomi YU7 GT, Xiaomi Vision Gran Turismo 등을 전시했다.
판매량 못지않게 기술 검증 과정도 강조했다. 지난해 Xiaomi SU7 Ultra가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 전기차 기록을 세운 데 이어 Xiaomi YU7 GT는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에서 SUV 최고 기록을 수립했다. 트랙 패키지를 적용한 YU7 GT는 운전자 없이 서킷 전 구간을 완주하며 해당 서킷 최초의 공식 계측 자율주행 랩 기록도 세웠다.
글로벌 확장도 준비하고 있다. 샤오미 차량은 유럽 7개 주요 테스트 센터와 실제 도로에서 성능 튜닝과 검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자동차 사업은 2027년 유럽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뮌헨의 유럽 R&D 및 디자인 센터도 현지 개발과 글로벌 시장 확대를 지원한다.
샤오미가 IFA 2026에서 공개한 미래형 콘셉트카 ‘Xiaomi Vision Gran Turismo’로, 고성능 전기차 기술과 미래 모빌리티 디자인을 결합했다. (사진 제공: 샤오미)
AI, 제품 넘어 제조 현장으로
샤오미가 말하는 AI의 물리적 확장은 소비자 제품에만 머물지 않는다. 스마트폰과 전기차, 가전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제조 현장에도 AI와 자동화를 적용하면서 제품 개발과 생산, 품질 관리까지 하나의 기술 체계로 연결하고 있다.
샤오미 스마트 팩토리는 연간 약 1,000만 대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생산 능력을 갖췄으며, 연구개발과 생산, 검증 기능을 통합한 우한 스마트 팩토리에는 46개 연구소가 운영되고 있다. 최대 생산 속도 기준으로 6.5초마다 에어컨 한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휴머노이드 로봇도 실제 제조 환경에서 검증하고 있다. 샤오미 전기차 공장의 너트 체결 작업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적용한 결과 약 4개월 만에 작업 성공률이 90% 수준에서 98%까지 높아졌다. IFA 현장에 등장한 Xiaomi CyberOne 역시 관람객과 손가락 하트나 엄지손가락 동작으로 상호작용하는 동시에 전기차 공장에서 제조 작업을 기반으로 성능 시험을 이어가고 있다.
스마트홈에서는 서로 다른 의류를 분리 세탁할 수 있는 트리플 드럼 세탁기가 올해 ‘IFA Innovation Awards Honoree’에 선정됐다. 샤오미는 46개 연구실을 기반으로 Mijia 스마트홈 가전의 연구개발과 생산을 빠르게 연결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500개 이상의 국제 디자인상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브랜드별 역할도 세분화했다. Xiaomi는 하이엔드 기술, REDMI는 젊은 사용자와 트렌드, POCO는 성능, Mijia는 사람 중심의 스마트 라이프, Cyber는 미래 기술과 로보틱스에 각각 무게를 둔다. 그 아래에서 Xiaomi MiMo와 HyperAI, HyperOS, XRING이 서로 다른 제품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공통 기술 기반으로 작동하는 구조다.
샤오미의 첫 IFA 참가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결국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연결’이었다. 380여 종의 제품을 한 공간에 모은 것도 스마트폰과 가전, 자동차, 로봇을 각각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 AI 모델과 운영체제, 반도체 기술을 통해 하나의 사용자 경험으로 묶는 전략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스마트폰으로 시작한 샤오미가 집과 자동차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면 이제 다음 과제는 각각의 공간을 AI로 연결하는 일이다. AI의 활동 무대를 화면 안에서 집과 도로, 제조 현장까지 확장하고 ‘Human × Car × Home’을 하나의 생태계로 완성하는 것, 샤오미가 IFA 2026에서 보여준 다음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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