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백신 경쟁의 초점이 신속한 개발에서 면역 효과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로 이동하고 있다. 변이가 반복될수록 추가 접종 횟수와 백신의 대응 범위는 개인의 편의뿐 아니라 국가 방역 체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존 mRNA 백신은 빠른 설계와 생산에서 강점을 확인했지만 짧은 면역 지속 기간과 반복 접종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적은 횟수의 접종으로 여러 변이체에 장기 방어 면역을 유도하는 플랫폼 기술이 국가 보건안보의 주요 연구과제로 떠오르는 이유다.
mRNA·자가복제 RNA(saRNA) 플랫폼 전문기업 알펙스바이오가 1~2회 접종으로 10년 이상 방어 면역을 유지하는 차세대 mRNA 백신 기술 개발에 참여한다.
코로나바이러스 RNA 연구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장기 면역 유도 mRNA 백신 플랫폼 개념 이미지. (자료 제공: 알펙스바이오)
서울바이오허브 입주기업인 알펙스바이오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헬스미래추진단이 주관하는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의 장기 면역 유도 백신 플랫폼 개발 과제 ‘ENDUREx’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선정돼 협약을 마쳤다.
한국형 ARPA-H는 실패 가능성이 높더라도 성공하면 국가 보건안보와 사회·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낼 수 있는 보건의료 난제를 다루는 고위험·고보상 국가 연구개발 사업이다. 2024년부터 2032년까지 총 1조1,628억원 규모로 추진된다.
ENDUREx는 ‘Enduring Defense & Ultra-long Response Extension’의 약자로, 기존 mRNA 백신의 짧은 면역 지속 기간과 반복 접종 문제를 개선하는 RNA 기반 백신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한다. 기초 접종 1~2회만으로 3종 이상의 변이체에 대해 10년 이상 방어 면역을 유지하는 기술 확보가 과제의 핵심이다.
알펙스바이오는 주관연구기관인 전남대학교 산학협력단을 비롯한 국내 연구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과제에 참여한다. 연구책임자는 이준행 전남대학교 교수다. 알펙스바이오는 자체 개발한 mRNA 플랫폼 ‘Durax ITM’과 범-코로나바이러스 스파이크 항원 설계 기술을 결합해 장기 면역기억을 유도하는 코로나19 mRNA 백신 기술을 개발한다.
50주 면역 데이터 확보한 ‘Durax ITM’
Durax ITM은 생체 환경에서 mRNA의 단백질 발현 효율을 높이도록 설계된 알펙스바이오의 독자 플랫폼이다. 적은 용량으로도 필요한 단백질을 효율적으로 발현시켜 백신의 면역반응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플랫폼을 적용한 코로나19 mRNA 백신 후보물질 ‘mRP-002’는 비변형 mRNA를 사용하면서도 낮은 용량에서 높은 중화항체 반응을 나타냈다. 최신 유행 유전형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후속 후보물질 ‘mRP-002-LP’에서는 1차 접종 후 50주가 지난 시점까지 항체 분비 B세포가 검출됐다. 알펙스바이오는 이 결과를 통해 장기 면역 유도 가능성을 확인했다.
Durax ITM 관련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Molecular Therapy–Nucleic Acids’에 게재됐다. 알펙스바이오는 발현된 항원을 세포막이나 세포 내 골지체에 안정적으로 포집하도록 설계하는 범-코로나바이러스 스파이크 항원 기술도 확보했으며, 올해 해당 기술의 국내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회사는 두 기술을 ENDUREx 과제에 적용해 백신 접종 이후 면역반응이 장기간 유지되는 원리를 규명하고,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 변이체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 후보 기술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번 과제를 통해 확보할 데이터와 플랫폼은 향후 새로운 감염병 출현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백신 개발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알펙스바이오는 35년 이상 RNA 바이러스의 복제와 제어 기술을 연구해 온 오종원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2022년 설립된 교원창업 바이오벤처다. 현재 서울바이오허브 글로벌협력동에 입주해 허브의 연구·사업화 인프라와 산·학·연·병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
오종원 알펙스바이오 대표는 “독자적인 mRNA 플랫폼 Durax ITM과 범-코로나바이러스 항원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mRNA 백신의 면역 지속 기간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전할 것”이라며 “이번 국가 전략 연구개발을 통해 장기간 방어 면역이 가능한 차세대 백신 기술을 확보하고 국가 보건안보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감염병 백신을 넘어 항암 백신과 희귀질환 단백질 대체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등으로 mRNA·saRNA 플랫폼의 적용 영역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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