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데이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AI가 곧바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장의 변화가 데이터에 제때 반영되지 않거나 서로 다른 시스템의 기준이 어긋나면 AI는 현실과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실무자의 경험도 AI가 이해할 수 있는 변수와 조건으로 정리되지 않으면 학습과 추론에 활용하기 어렵다. 기업의 AX를 위해서는 데이터의 양과 형식을 넘어 현실과의 차이를 확인하고 연결·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데이터테크 기업 빅밸류의 구름 공동대표는 지난 3일 서울 포스코타워 역삼 이벤트홀에서 열린 ‘AI Ready Data 2026’에 연사로 참여해 ‘현장에서 본 AI 레디 데이터의 조건’을 주제로 발표했다.
빅밸류 구름 대표가 지난 3일 ‘AI Ready Data 2026’에 연사로 참여해 ‘현장에서 본 AI 레디 데이터의 조건’을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 제공: 빅밸류)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HIKE 연구실이 주최·주관한 이번 세미나는 ‘AI가 조직에서 동작하려면 데이터는 무엇을 갖춰야 하는가’를 주제로 진행됐다. 공공 AX와 기업 데이터 전략, 온톨로지·지식그래프, AI 에이전트, AI 레디 데이터 표준과 구축 등 조직의 AI 활용을 위한 데이터 과제를 산업계와 학계의 관점에서 다뤘다.
구 대표는 AI를 반복적으로 검토하지 않아도 함께 일할 수 있는 동료로 활용하려면 먼저 신뢰할 수 있는 조건을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I는 현실을 직접 확인하는 대신 제공된 데이터 안에서 판단하기 때문에 조직이 현실과 데이터 사이의 차이를 파악하고, AI에 맡길 업무에 필요한 수준으로 데이터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보유·경험·가용…AI 도입을 막는 세 가지 착각
구 대표는 실무 전문가와 축적된 데이터, AI·데이터 전문가 사이에서 발생하는 세 가지 괴리를 현장 AI 도입의 주요 장애물로 제시했다.
첫 번째는 필요한 데이터가 조직 안에 이미 충분히 축적돼 있다고 생각하는 ‘보유의 착각’이다. 데이터의 존재와 실제 활용 가능성은 서로 다르며 입력 오류나 조사자별 편차, 갱신 지연이 누적되면 데이터의 규모가 커도 AI 학습과 의사결정에 사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구 대표는 전국 단위 현장조사 데이터가 입력 오류와 조사자별 기준 차이로 활용되지 못한 사례를 소개했다. 농지 정보의 갱신 지연을 위성영상 분석으로 보완해 조류인플루엔자 위험도를 예측한 사례와 점포 자체 매출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를 외부 카드 매출 및 경쟁 환경 데이터로 보강한 사례도 제시했다.
기업 내부 데이터만으로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면 필요한 외부 데이터를 확보하고 연결해야 한다. 조직이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해당 데이터가 최신 상태인지, 분석 목적에 적합한지, 현실을 어느 수준까지 반영하는지를 함께 진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현업에서 축적된 판단과 AI·데이터 전문가의 분석 사이에서 발생하는 ‘경험의 착각’이다. 오랜 시간 쌓인 실무자의 경험을 비과학적인 판단으로 배제하거나, 반대로 경험만으로 모든 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보는 방식 모두 AI 적용 과정에서 한계가 생길 수 있다.
구 대표는 현장 전문가의 판단이 적용되는 조건과 범위를 데이터로 확인하고 경험을 측정 가능한 변수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실무자는 데이터가 설명하지 못하는 현장의 맥락을 제공하고, AI·데이터 전문가는 이를 분석과 추론에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구조화해야 한다.
데이터의 적시성도 중요한 조건으로 제시했다. 학습 데이터가 충분하더라도 실제 판단이 필요한 시점에 최신 데이터가 들어오지 않으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구 대표는 적시성을 일회성 데이터 정제 과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데이터 공급 인프라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데이터가 한곳에 모여 있으면 실제 업무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가용의 착각’이다. 개별 표의 형식과 누락 여부만 검사하는 방식으로는 서로 다른 데이터 사이에서 발생하는 기준 불일치를 발견하기 어렵다.
구 대표는 동일한 필지를 다루는 여러 공적 장부에서 면적 값이 다르거나 주소 데이터가 실제 상권의 범위와 일치하지 않았던 사례를 들었다. 서로 다른 데이터의 개체와 기준을 연결해야 오류가 드러나고, 어떤 값을 신뢰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데이터 표준을 AI 레디 데이터의 최종 단계로 보는 시각도 경계했다. 표준은 서로 다른 데이터를 연결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하기 위한 출발점이며, 실제 업무에서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얻으려면 현장 검증과 피드백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빅밸류는 금융과 유통·물류, 부동산·건설, 공공 분야에서 축적한 데이터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AI 레디 데이터 컨설팅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의 품질과 AI 활용 가능성을 진단하고, AI 도입 목적에 필요한 내부·외부 데이터의 확보와 연결, 품질 검증, 운영체계를 함께 설계한다.
빅밸류는 전국 단위 공간 데이터를 활용해 은행권의 담보평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카드 매출 데이터를 연계한 상권·지점 유형 분석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정부와 협업해 위성영상과 농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류인플루엔자 위험 지역과 농장을 식별하는 AI 모델도 개발했다.
구 대표는 AI 레디 데이터가 정해진 형식에 맞춰 데이터를 정리하는 작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며, 실무자와 AI·데이터 전문가가 서로의 한계를 이해하고 현실과 데이터 사이의 차이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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