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스토어는 짧게 열렸다 사라지지만 팝업이 만들어낸 유동인구와 소비, 상권의 변화는 행사 기간이 끝난 뒤에도 남는다. 사람이 모인 공간에는 브랜드가 들어오고 비어 있던 건물에는 새로운 임차인이 붙는다. 한때 브랜드의 단기 마케팅 수단으로 여겨졌던 팝업이 상권과 상업용 부동산을 움직이는 ‘집객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16일 한국프롭테크포럼 미디어 허브에서 ‘팝업스토어가 상업용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한 윤인석 스위트스팟 리테일 부동산 본부 팀장은 팝업 시장의 변화를 소비와 유통, 상권, 부동산을 잇는 흐름으로 풀어냈다. 스위트스팟은 상업용 부동산 임대차 중개와 리징, MD 컨설팅, 자산관리와 함께 팝업 정보 플랫폼 ‘팝가(POPGA)’, 팝업 기획·운영, 트렌드 리포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
팝업 시장의 성장세는 숫자에서 확인된다. 스위트스팟의 팝업 정보 플랫폼 팝가가 집계한 2026년 상반기 팝업스토어는 213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9% 증가했다. 2024년 월평균 113건이던 팝업은 올해 355건으로 약 3배 늘었고, 패션과 뷰티를 비롯해 식음료,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활용 범위도 넓어졌다.
소비자가 팝업을 찾는 방법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단순한 ‘팝업스토어’ 검색은 44% 감소한 반면 ‘팝업 일정’ 검색은 63% 증가했다. 우연히 지나가다 들르는 공간보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팝업이 열리는지를 미리 확인하고 방문하는 ‘계획 소비’의 성격이 강해진 것이다.
윤인석 스위트스팟 리테일 부동산 본부 PM팀장이 한국프롭테크포럼 미디어 허브에서 ‘팝업스토어가 상업용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팝업으로 사람 모으고 장기 임차인까지…부동산으로 번진 집객 효과
팝업을 바라보는 유통사의 시선도 달라졌다. 쇼핑몰과 백화점은 남는 공간을 일시적으로 채우는 용도를 넘어 팝업을 상시 MD의 일부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스위트스팟 발표자료에 따르면 더현대 서울은 개점 이후 5년간 1892건의 팝업을 운영했다. 팝업을 위해 기존 공간의 용도를 바꾸거나 별도의 운영 공간을 확보하는 사례도 늘었다.
상업용 부동산에서는 사람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모이는지가 임대와 공실, 자산가치에 영향을 준다. 윤 팀장은 상권마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집객 엔진’이 다르며 팝업을 그중 빠르게 작동할 수 있는 콘텐츠로 봤다. 성수처럼 팝업 자체가 방문 목적이 되는 상권에서는 단기간의 브랜드 행사가 유동인구를 만들고 주변 소비와 신규 브랜드 유입으로 연결되는 흐름도 나타난다.
팝업은 브랜드의 정식 입점 여부를 가늠하는 테스트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짧은 기간 동안 실제 고객 반응과 집객력, 매출 가능성을 확인한 뒤 장기 임대차나 플래그십 매장으로 전환하는 식이다. 브랜드에는 시장을 검증할 기회가 되고 건물주에게는 어떤 콘텐츠와 브랜드가 해당 공간에서 사람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된다.
스위트스팟이 직접 운영한 부동산에서는 팝업 이후의 변화가 수치로 나타났다. 청주 서문 CGV 빌딩은 영화관 외에 방문객이 머물 만한 콘텐츠가 부족했고 3층 244평 공간은 36개월 동안 공실로 남아 있었다. 스위트스팟은 1층 공개공지를 대수선해 팝업 광장으로 운영하면서 지역 축제와 팝업 등을 유치했고 이후 다이닝원과 갤러리원, 작심 스터디카페 등 장기 임차인을 채웠다. 발표자료 기준 공실률은 24%에서 0.9%로 낮아졌으며 1층 임대료는 기존 대비 15배를 기록했다.
서울 익선동의 ‘STAGE X 익선’에서는 팝업 전용 공간의 운영 실적이 부동산 자산 평가로 이어졌다. A·B동을 2024년 11월부터 팝업 전용 공간으로 운영했고 2025년 7월부터 2026년 7월까지 12개월 연속 가동률 100%를 기록했다.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확보하면서 자산 평가에도 운영 실적이 반영됐고, 스위트스팟 자료에 따르면 B동 매각 과정에서 56%의 매각 차익을 기록했다.
이 같은 사례는 팝업과 장기 임대차의 관계도 바꾼다. 과거 상업용 부동산이 장기간 공간을 사용할 임차인을 찾는 데 집중했다면 팝업을 통해 공간의 집객력을 먼저 확인하고 그 결과를 장기 임차인 유치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짧은 임대와 긴 임대가 서로 다른 시장으로 분리되기보다 팝업이 정식 입점으로 가는 사전 검증 과정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한대희 스위트스팟 리테일 부동산 본부 상무가 발표 후 질의응답에서 팝업스토어 시장과 상업용 부동산의 변화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유럽·미국·일본도 팝업을 ‘임대 사업’으로
팝업을 상업용 부동산 운영에 활용하는 흐름은 해외에서도 확인된다. 유럽 최대 쇼핑몰 운영사이자 웨스트필드 브랜드를 보유한 URW는 2022년 팝업과 브랜드 체험, 미디어를 전담하는 ‘Westfield Rise’를 별도 사업부로 만들었다. 쇼핑몰 공간을 브랜드의 팝업과 광고, 체험 무대로 제공하면서 임대와 결합된 별도 수익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 최대 쇼핑몰 리츠인 Simon Property는 팝업과 키오스크, 카트 공간을 월 단위로 임대하는 ‘Specialty Leasing’을 정규 임대 조직에서 운영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정식 입점 전 고객 반응을 살펴보는 테스트 마케팅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일본에서 마루이·모디를 운영하는 마루이그룹 역시 상품 판매 중심의 매장에서 체험과 서비스, 팝업형 테넌트를 늘리는 방향으로 점포 구성을 바꿨다.
국가와 기업은 달라도 공통점은 공간을 가진 사업자가 팝업을 직접 다룬다는 데 있다. 발표자료에서도 해외 사례를 팝업과 체험 콘텐츠가 임대의 부수적인 수익원이 아니라 별도의 사업 영역으로 자리 잡는 흐름으로 정리했다.
윤 팀장은 팝업 시장을 성장률과 브랜드 재방문, 소비자 검색, 유통사 활용, 부동산 지표, 해외 시장 등 여섯 가지 측면에서 살폈다. 올해 상반기 팝업 수는 2130건까지 늘었고 성수에서 팝업을 운영한 뒤 플래그십으로 재오픈한 브랜드 비중은 발표자료 기준 18%로 집계됐다. 성수·명동 등 팝업과 콘텐츠가 집중된 주요 상권의 공실률과 임대가격지수 변화, 해외 대형 부동산 운영사의 사업 확대도 같은 흐름 안에서 제시됐다.
팝업이 짧게 열리는 매장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그 짧은 시간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브랜드는 고객과 시장을 시험하고, 유통사는 방문객을 불러들이며, 부동산 운영사는 공간의 가능성을 확인한다. 윤 팀장이 이날 “팝업은 이제 유행이 아니라 리테일의 새로운 형태”라고 정의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The post 팝업 하나가 건물값까지 움직인다?…스위트스팟이 데이터로 본 ‘팝업 경제학’ appeared first on 벤처스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