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생성형 AI에 소스코드나 제품 정보, 고객 데이터를 입력한다면 기업은 이를 어디까지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을까. AI가 만들어낸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업무에 사용했을 때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AI 활용이 개인의 생산성 도구를 넘어 조직의 업무 방식으로 들어오면서 경영진에게는 기술 도입만큼 법적 리스크와 내부 통제, 구성원의 활용 역량을 함께 설계하는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와 경영진의 관리·감독 책임이 강화되면서 AI 시대의 조직 운영은 결국 ‘어떻게 안전하게 쓰고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인가’라는 리더십 과제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인재 솔루션 기업 로버트 월터스 코리아(Robert Walters Korea)는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AI 시대, 조직의 신뢰는 어떻게 설계되는가’를 주제로 CEO 리더십 포럼을 개최했다.
최준원 로버트 월터스 코리아 지사장이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CEO 리더십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로버트 월터스 코리아)
외국계 기업과 대기업, 스타트업 CEO·임원 약 40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에서는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경영진의 법적 리스크부터 생성형 AI를 업무에 적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정보보호 문제, AI 시대의 조직·인재 전략을 다뤘다.
행사는 개정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을 하루 앞두고 열렸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시행된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은 반복적이거나 고의·중과실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을 일으킨 경우 전체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CEO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최종 책임도 명확히 하고 개인정보 보호책임자(CPO)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사전 예방적 투자는 일정 요건에 따라 과징금 감경 요소로 반영된다.
최준원 로버트 월터스 코리아 지사장은 “AI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사람이 일하는 방식과 조직, 리더의 역할까지 바꾸는 변화이며 이제 관건은 AI를 쓸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 조직이 AI를 제대로 활용할 준비가 돼 있는가”라고 말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류승균 변호사가 ‘AI 시대의 새로운 룰-개인정보보호법 개정과 경영책임’을 주제로 기업의 AI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 리스크를 짚었다. 그는 개인정보 유출이 스타트업의 투자유치부터 기업의 채용과 평판 관리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AI를 업무에 도입한 기업이라면 관련 관리 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이 어떤 AI에 무엇을 넣는지 아는가…기술보다 운영체계가 관건
두 번째 세션에서는 배태준 변호사(전 소테리아 CEO)가 기업의 AI 활용 과정을 입력·처리·출력의 3단계로 나눠 조직이 점검해야 할 위험을 설명했다.
직원이 생성형 AI에 소스코드나 제품 레시피, 화학 데이터 등 기업의 민감정보를 입력할 경우 기밀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출력 단계에서는 AI의 허위정보 생성인 할루시네이션을 검증하지 않고 사용하는 문제가 기업의 신뢰도와 연결될 수 있다.
배 변호사는 회사가 어떤 AI 서비스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대응책으로 회사가 승인한 AI 계정 사용과 로그 관리 체계,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사람이 다시 확인하는 ‘Human-in-the-loop’ 절차 등을 포함한 통합적인 운영 프로세스를 제시했다. AI 자체를 차단하기보다 조직 안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접근이다.
패널 토론에서는 AI 시대의 리더십과 조직 운영으로 논의를 확장했다. 류주희 시스코코리아 피플 및 커뮤니티 부문 상무와 문고운 미국 빅테크 기업 소속 아시아 시니어 HR 컨설턴트가 ‘변화하는 환경, 사람과 조직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류 상무는 기존 인력과 함께 AI라는 ‘디지털 워크포스’를 관리하는 ‘하이브리드 리더십’을 제시했다. 구성원이 AI를 자유롭게 활용하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안전한 거버넌스를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내 데이터베이스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한 AI 에이전트 도입 사례도 공유했다.
문 컨설턴트는 AI 시대 리더에게 필요한 요소로 명확성(Clarity), 역량(Capability), 자신감(Confidence)을 꼽았다. 그는 “직원들이 자신의 도메인 전문성과 AI 역량을 결합하고 변화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리더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리터러시 격차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조직의 큰 리스크”라며 “기술이 만드는 새로운 가능성을 조직의 성과로 연결하는 것은 리더의 역할이며 그 중심에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월터스는 글로벌 채용 시장에서 AI가 인재와 조직에 미치는 변화를 조사하고 ‘AI in Action’ 웨비나 등을 통해 관련 사례를 공유해왔다. 로버트 월터스 코리아는 이번 포럼을 시작으로 국내 기업 경영진이 AI 시대의 조직 운영과 인재 전략을 논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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