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대중교통은 여전히 별도의 교통카드를 사고 충전해야 하는 영역으로 남아 있다. 반면 런던과 뉴욕, 싱가포르 등에서는 평소 사용하는 신용·체크카드나 스마트폰을 교통 단말기에 대는 것만으로 승차할 수 있는 ‘오픈루프(Open Loop)’가 확산됐다. 교통 결제를 별도의 카드 체계에서 일반 결제망으로 연결하면 관광객뿐 아니라 국내 이용자의 이동 과정도 단순해진다. 비자와 티머니가 서울·인천 시내버스를 시작으로 국내 대중교통에 이 같은 개방형 결제 방식을 확대하기 위한 협력에 나선다.
글로벌 결제 기술 기업 비자(Visa)는 티머니와 국내 대중교통 오픈루프 도입 및 확산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비자 강동순 부사장, 티머니 최문근 대표이사 (자료 제공: 비자)
오픈루프는 이용자가 기존에 보유한 신용·체크카드나 스마트폰 등의 결제 수단을 교통 단말기에 접촉해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별도의 교통카드를 구매하거나 충전할 필요가 없어 해외 방문객도 자신이 사용하던 결제 수단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비자에 따르면 오픈루프는 2012년 런던을 시작으로 뉴욕과 홍콩, 싱가포르, 베이징, 상하이, 마닐라 등 주요 도시로 확대됐다. 일본에서도 관동지역 철도 사업자들이 오픈루프 적용 노선을 늘리는 등 대중교통 결제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비자가 처리한 글로벌 컨택리스 대중교통 승차 결제 건수도 증가했다. 회사 집계 기준 2024년 관련 결제 건수는 20억건을 넘어 2022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교통카드 따로 살 필요 없이 탭 한 번…서울·인천 시내버스로 확대 추진
비자와 티머니는 이번 협력을 통해 서울·인천 시내버스를 비롯한 수도권 대중교통의 오픈루프 도입과 확산을 추진한다. 특정 카드사에 종속되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결제 네트워크와 카드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구조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비자는 글로벌 결제 인프라와 해외 오픈루프 구축 경험을 제공하고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에도 참여한다. 기술 검토와 사업 협의 등 필요한 절차에도 협력하며 구체적인 적용 방식과 일정은 향후 실무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비자는 오픈루프가 교통 이용 편의뿐 아니라 방문객의 지역 내 소비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회사가 일본 오사카·후쿠오카 지역의 도입 효과를 분석한 결과 대중교통에서 처음 컨택리스 결제를 이용한 카드 소지자는 미이용자와 비교해 이용 시작 후 초기 3개월간 결제 건수가 16%, 지출액이 8% 높게 나타났다. 식음료·유통·편의시설 등 일상 소비 업종에서는 각각 13%, 12%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비자가 해당 지역 카드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국내에서도 대중교통 결제 방식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비자는 2025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방한 외국인 교통·온라인 쇼핑 결제 편의 개선 토론회’에서 오픈루프 도입을 제안했으며 올해 3월부터 서울 지하철 교통카드 발매기에서 해외 카드 결제가 일부 지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발매기에서 해외 카드로 교통카드를 구매하는 것과 해외 카드를 교통 단말기에 직접 접촉해 승차하는 오픈루프는 결제 구조가 다르다.
이번 협력이 실제 적용되면 방한 외국인이 별도의 실물 교통카드를 구매·충전하지 않고 보유한 해외 결제카드 등을 이용해 서울·인천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양사는 향후 수도권 대중교통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논의한다.
쿠날 채터지 비자코리아 사장은 “오픈루프는 이미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으며 관광객의 이동 경험을 개선하고 여러 지역의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며 “이번 파트너십으로 서울·인천 지역까지 그 경험을 넓힐 수 있게 돼 기쁘다. 앞으로 지하철을 비롯한 다른 대중교통 수단으로도 오픈루프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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