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의 AI는 이제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업 순서를 제안하고 인력을 배치하며 위험요인을 찾아내는 역할까지 맡기 시작했다. 협동로봇과 무인 운반체도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움직이면서 생산과 물류 업무를 수행한다. 문제는 AI의 잘못된 판단이나 센서 오류가 실제 현장의 사고로 이어질 경우 누가 이를 검증하고 어느 시점에 작업을 중지할 것인지다.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가 AI·로봇이 투입되는 산업현장에서는 기존 사고 유형을 넘어 기술의 판단과 통제 과정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안전관리 기준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사단법인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회장 정상민)는 생성형 AI와 피지컬 로봇, 자율주행 장비가 산업현장에 확산되는 상황을 고려해 향후 주의해야 할 중대재해 위험요인 5가지를 제시했다. AI 기반 작업지시 오류, 피지컬 AI·협동로봇 오작동, AI 안전점검 누락, 자율주행 장비·무인 운반체 사고, AI 기반 인력·작업 배치 오류 등이다.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가 AI·로봇 확산에 따라 산업현장에서 주의해야 할 안전관리 위험요인을 제시했다. AI 작업지시와 안전점검, 협동로봇·자율주행 장비 운용, AI 기반 인력 배치 과정에서 사람의 검증과 중지 권한을 명확히 설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출처: AI 생성형 이미지)
첫 번째 위험은 AI가 만드는 작업지시에서 발생할 수 있다. 생성형 AI나 현장관리 시스템이 작업 순서와 장비 점검, 위험요인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한 정보를 제공하면 실제 작업자의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고소작업 전 안전조치나 설비 정지 절차, 보호구 착용 기준처럼 사고 예방과 직접 연결되는 내용이 빠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협회는 AI가 만든 작업지시를 곧바로 현장에 적용하지 않고 관리자의 검토와 승인, 위험성평가 재확인 과정을 거칠 것을 제안했다.
협동로봇이 사람과 함께 일하는 현장에서는 통제 권한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센서나 제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거나 로봇이 작업자의 접근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충돌이나 끼임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작업자와 로봇의 작업구역·동선을 구분하고 긴급 상황에서 누가 로봇을 멈추며 작업 재개를 승인할 것인지 사전에 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AI가 ‘안전하다’고 해도 사람이 다시 확인…자동화에 검증 절차 결합
안전점검 자동화에서도 사람의 최종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CCTV와 센서, 드론, 현장 사진 등을 AI가 분석하면 점검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AI가 발견하지 못한 위험요인이 존재할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관리자가 AI 분석 결과를 그대로 신뢰해 현장 확인까지 생략하는 상황을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고위험 작업이나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작업에서는 AI를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관리자의 최종 확인 과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지게차와 무인 운반 로봇, 자동 이송장비가 움직이는 현장에서는 사람과 장비의 동선이 교차하는 구간을 관리해야 한다. 사각지대나 사람 인식 실패, 속도제어·긴급 정지 시스템의 오류에 대비해 운행구역 표시와 속도 제한, 접근 경보, 비상정지 기준 등을 현장별로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AI를 활용한 인력 배치 역시 별도의 검증이 필요한 영역으로 꼽았다. 작업 이력과 숙련도, 생산성 데이터를 토대로 AI가 인력을 배치하더라도 근로자의 당일 건강 상태나 위험 작업 경험, 현장 상황까지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이에 따라 AI의 배치 결과를 최종 결정으로 사용하기보다 관리자가 작업 적합성을 다시 확인하고 작업 전 위험요인과 안전수칙을 안내하는 절차를 함께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상민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 회장은 “AI와 로봇을 도입하는 기업은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기술이 어떤 판단을 내렸고 그러한 판단을 누가 확인하며 위험 상황에서 누가 작업을 멈출 것인지까지 명확하게 설계해야 한다”며 “중대재해 예방의 핵심은 기술 도입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안전하게 활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사람과 조직의 관리체계를 갖추는 데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신기술을 도입한 뒤 안전대책을 보완하는 방식보다 설계·도입 단계부터 안전보건 담당 부서와 현장 책임자, 장비 운영자, 근로자가 함께 위험요인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AI·로봇 환경을 반영한 위험성평가와 작업 중지 절차, 관리자 검증체계, 근로자 교육도 함께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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