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사업계획을 짜야 하는 기업은 무엇부터 살펴봐야 할까. 성장과 물가, 금리와 환율 같은 거시경제부터 AI가 바꿀 사업 구조와 조직, 소비자 변화, 인재 전략까지 고려해야 할 변수는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 1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휴넷CEO 포럼-포사이트 코리아 2027’은 이 복잡한 질문을 다섯 갈래로 나눴다. 거시환경, 경영전략·혁신, AX·Tech, 마케팅, 조직인사·리더십 등 5개 트랙에서 31개 강연이 하루 동안 이어졌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포사이트 코리아는 기업의 차기 연도 사업계획 수립 시기에 맞춰 경제 전망과 경영 이슈, 분야별 실행 전략을 한자리에서 다루는 사업계획 특화 포럼이다. 올해 주제는 ‘Transforming into an AI-Native Company(AX)’. AI를 특정 부서가 사용하는 업무 도구에 가두지 않고 사업 구조와 조직 운영, 고객 경험, 의사결정 전반에 적용하는 기업의 변화를 다뤘다. 이날 행사에는 온·오프라인으로 1000여 명이 참여했다.
프로그램 구성에서도 올해 주제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에이전틱 AI, 휴머노이드, 산업 AX 같은 기술 이슈 옆에 경제 전망과 자본시장, 소비 트렌드, 마케팅, 인사와 리더십을 나란히 배치했다. AI 기술 자체를 설명하기보다 2027년 기업이 실제 사업계획을 세울 때 기술과 시장, 사람의 변화를 어떻게 함께 반영할 것인지에 가까웠다.
기조강연에 연사로 나선 서울대학교 이정동 교수 (사진 제공: 휴넷)
기조강연은 이정동 서울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그랜드 퀘스트: 모방의 한계를 넘는 최초의 질문’을 주제로 무대에 오른 이 교수는 과거 추격의 시대에는 앞선 기업을 벤치마크할 수 있었지만 선도의 시대에는 스스로 기준을 만들고 보이지 않는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봤다.
“AI 변혁기에는 기존의 상식을 의심하고 조직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사업계획을 바라보는 방식도 같은 맥락에서 풀었다. 과거 성공 방식을 반복하는 대신 아직 답이 없는 질문을 먼저 던지고 작은 시도와 학습을 반복하며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경제부터 AI까지…2027 사업계획의 전제를 다시 묻다
오전 10시10분부터 시작된 5개 트랙은 같은 시간대에 서로 다른 경영 과제를 동시에 다뤘다. 거시환경 트랙에서는 윤상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실장이 ‘2027 사업계획의 첫 번째 전제: 성장·물가·교역의 새 질서’를 주제로 내년 기업이 마주할 경제환경을 살폈다. 이어 조영무 NH금융연구소 소장이 ‘K자로 갈리는 한국 경제, 2027년 전망과 위기 극복 전략’을 다뤘다.
오후에는 국제정세와 자본시장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이승주 중앙대학교 교수는 ‘격변의 국제정세와 쪼개지는 질서: 2027 지정학 리스크를 마주한 기업’을,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2027년 자본시장 전망: 반도체 미니 버블 붕괴 이후, 2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교수의 ‘AI·반도체 인프라 투자 슈퍼사이클과 전력·에너지 병목’, 우석진 명지대학교 교수의 ‘2027 정부정책·예산 방향과 기업의 기회’까지 이어지며 경제 전망을 기업의 투자와 사업계획으로 연결했다.
경영전략·혁신 트랙에서는 기업 자체를 AI 시대에 맞춰 어떻게 바꿀지가 중심에 놓였다. 김상균 경희대학교 교수의 ‘AI가 바꾸는 미래 기업: AI 네이티브 컴퍼니’를 시작으로 정찬욱 딜로이트컨설팅 전무가 ‘AX 마스터플랜: AI 네이티브 회사로 다시 태어나기’를 다뤘다.
원정준 KPMG 부대표는 ‘AX 시대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이승환 삼일PwC 부대표는 ‘AI와 Biz성과창출: ROI로 실현되는 Agent 기반 운영 체계로의 전환’을 주제로 AI 투자 이후 실제 성과를 만드는 방법을 다뤘다. 오후 후반에는 변형균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의 ‘AX 시대의 혁신 전략: Innovate Innovation’, 손재권 더밀크 대표의 ‘실리콘밸리 트렌드 및 기업 경영의 미래’가 이어졌다.
파운데이션 모델에서 휴머노이드까지…AX가 산업 현장으로
AX·Tech 트랙은 기술 변화가 실제 산업과 기업 운영으로 들어오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장정모 딜로이트컨설팅 수석위원은 ‘AI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 이후의 인프라 판도’를 짚었고, 정지훈 모두의연구소 CVO는 ‘테크 트렌드 2027: AI·바이오 융합이 여는 다음 10년’을 제시했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The Age of Agentic AI-AI Native 기업의 AX 혁신 전략’을 통해 에이전틱 AI가 기업의 업무 구조에 미치는 변화를 다뤘다. 이어 최홍섭 마음AI CEO는 ‘스킬칼라의 시대: 휴머노이드와 로봇’을 주제로 AI가 소프트웨어를 넘어 물리적 산업 현장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소개했다.
제조 현장의 변화도 주요 의제였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본부 전무가 ‘다크팩토리와 피지컬 AI 트렌드, 제조 현장을 바꾸는 산업 AX’를 다뤘고, 이철 한중과학기술산업연구회 회장은 ‘테크 드래곤의 비상: 중국 AI·로봇 굴기가 한국에 던지는 화두’를 통해 글로벌 기술 경쟁으로 논의를 확장했다.
AI를 둘러싼 논의가 파운데이션 모델이나 생성형 AI에 머물지 않고 에이전트, 휴머노이드, 피지컬 AI, 제조 현장까지 내려온 점도 이날 프로그램의 특징이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AI 기술이 등장하는지를 지켜보는 것보다 이를 어느 업무와 사업에 적용하고 투자 대비 성과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사업계획의 새로운 변수가 됐다.
포사이트코리아 전경 (사진 제공: 휴넷)
소비 키워드부터 생성형 AI 마케팅까지…고객 접점도 재설계
마케팅 트랙에서는 2027년 소비자 변화와 AI가 바꾸는 고객 접점을 함께 다뤘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 ‘대한민국 소비 키워드 2027’로 문을 열었고, 송수진 고려대학교 교수는 ‘AI시대, 소비자들은 어디로 가는가? 경험수집가의 시대와 기업의 전략’을 통해 변화하는 소비 행태를 살폈다.
오후에는 생성형 AI가 실제 마케팅 업무로 들어왔다. 박세용 어센트AI 대표는 ‘AI 네이티브 기업의 마케팅 넥스트: GEO에서 AI 에이전트 커머스까지’를 주제로 검색과 커머스 환경의 변화를 다뤘다. 김형태 퍼포먼스바이TBWA 대표는 ‘[AX사례] 퍼포먼스 마케팅의 재설계: AI 측정·최적화와 인간의 판단’을 통해 자동화와 사람의 판단을 함께 다뤘다.
이향은 LG전자 상무는 ‘공감지능시대, AX 표준을 제시하는 경험 비즈니스 전략’을 발표했고, 유승철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AI가 재구성하는 콘텐츠·미디어와 브랜드 스토리텔링’으로 생성형 AI 이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변화를 짚었다. 기술 변화가 마케팅 도구 하나를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검색과 구매, 콘텐츠 제작, 브랜드 경험 전반을 다시 설계하는 문제로 이어진다는 흐름이다.
AI 네이티브 HR부터 보상까지…기술이 바뀌면 조직도 달라진다
다섯 번째 축은 사람과 조직이었다. 이중학 동국대학교 교수는 ‘AI 네이티브 HR: 사람을 넘어 하이브리드 리소스의 시대로’를 통해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조직의 변화를 다뤘다. 서용석 KAIST 교수는 ‘AX 시대, 일의 미래와 AI Native 직무 재설계’를 주제로 AI 도입 이후 직무 자체가 어떻게 달라질지를 살폈다.
어승수 가천대학교 대우교수는 ‘AI 시대, 지식 노동의 팽창과 위계적 관료제의 구조적 자체’를,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I가 만든 가짜 생산성의 덫: 개인의 생산성은 왜 회사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가’를 다뤘다. 개인이 AI를 사용해 업무 속도를 높이는 것과 기업 전체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질문까지 프로그램 안으로 들어왔다.
신재용 서울대학교 교수는 ‘보상의 재설계: 공정한 보상과 정서적 연봉’을 통해 조직 운영의 현실적인 문제를 다뤘고, 김민주 SK AX 팀장은 ‘[AX사례] AI x HR: Talent AX로 바꾸는 일과 사람의 미래’를 소개했다.
이처럼 5개 트랙을 관통한 공통점은 AI를 별도의 기술 의제로 떼어놓지 않았다는 데 있다. 경제와 자본시장이라는 외부 환경을 읽고, AI를 사업과 운영에 적용하고, 달라진 소비자를 만나며, 마지막에는 조직과 사람의 역할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흐름으로 하루 프로그램이 구성됐다.
참석자들의 관심 역시 단순한 기술 전망보다 내년도 사업계획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정보에 쏠렸다. 거시경제와 국제정세 같은 큰 흐름에서 시작해 AI 투자 ROI와 피지컬 AI, 소비자 변화, 마케팅, 직무와 보상까지 같은 날 비교해볼 수 있다는 점이 포사이트 코리아의 차별점으로 꼽혔다.
조영탁 휴넷 대표는 “포사이트 코리아는 단순히 최신 트렌드를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기업들이 변화의 방향을 읽고 이를 내년도 사업계획과 실행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 자리”라며 “휴넷은 기업교육 대표기업으로서 기업이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데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씽크탱크 역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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