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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인간보다 미로를 먼저 빠져나왔다…기업 AI, 이제 ‘도입’ 아닌 ‘ROI’ 경쟁

AI가 인간보다 미로를 먼저 빠져나왔다…기업 AI, 이제 ‘도입’ 아닌 ‘ROI’ 경쟁

기업 AI의 경쟁 기준이 도입 여부에서 실제 성과를 증명하는 ROI로 옮겨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인더스트리 서밋 2026’에서는 LG전자의 데이터 분석 시간 단축, 아모레퍼시픽의 R&D 업무 효율화, 한화오션의 연간 업무시간 절감 등 산업 현장에서 AI가 만든 변... The post AI가 인간보다 미로를 먼저 빠져나왔다…기업 AI, 이제 ‘도입’ 아닌 ‘ROI’ 경쟁 appeared first on 벤처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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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cm 전진. 왼쪽으로…잠깐, 아니야. 조금만 더 앞으로.”

마음이 급해졌다. 가로·세로 약 1.2m의 작은 미로. 출발선에는 자동차 모양의 로봇 두 대가 놓였다. 한 대는 사람이 직접 눈으로 길을 확인하며 이동 거리와 방향을 하나씩 명령하고, 다른 한 대는 인공지능(AI)이 상황을 판단해 스스로 움직인다.

마이크로소프트 인더스트리 서밋 2026 행사 현장
처음에는 자신 있었다. 미로가 그리 복잡해 보이지 않았다. 담당 엔지니어는 출발부터 도착까지 필요한 이동 명령을 한 번의 프롬프트에 순서대로 정확히 입력하면 AI보다 먼저 도착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미리 동선을 살폈지만 막상 출발하자 예상과 달랐다. 10cm를 더 가거나 방향을 90도 돌리는 식으로 명령은 점점 잘게 쪼개졌다. 눈으로 가늠한 거리와 실제 바퀴가 움직이는 거리에도 차이가 났다. 자동차는 연이어 미로 벽에 걸렸고 결국 AI가 먼저 도착점에 들어섰다.

지난달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인더스트리 서밋 2026(Microsoft Industry Summit 2026)’에서는 이처럼 PC나 모바일 화면 밖으로 나온 AI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미로 탈출 게임에서 승패보다 흥미로운 것은 AI가 움직이는 방식이었다. 웹캠으로 들어온 미로의 현재 모습을 분석해 위치와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목표 지점까지 갈 경로를 세운다. 이후 사용할 수 있는 도구 가운데 필요한 것을 선택해 이동 명령을 내린다. 담당 엔지니어에 따르면 실제 업무에서도 원리는 같다. 수행해야 할 업무와 목표가 주어지면 AI가 현재 상황을 판단하고 필요한 도구를 골라 다음 행동으로 넘어간다.

작은 미로에서 벌어진 대결은 기업 AI 시장의 변화를 압축해 보여줬다. 사람이 모든 과정을 하나씩 지시하던 단계에서 목표를 주면 상황을 파악하고 계획을 세운 뒤 도구를 선택해 실행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기업이 AI를 바라보는 기준도 달라졌다. AI를 도입했다는 사실보다 실제 업무시간을 얼마나 줄였는지, 비용을 얼마나 절감했는지, 기존 업무 방식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가 중요해졌다.

5개 산업·50여 세션…MS가 전면에 내세운 건 ‘실제 사례’
이날 행사에서는 금융·리테일·제조·헬스케어·교육 등 5개 산업을 중심으로 4개 트랙, 50여 개 세션, 30여 개 고객·파트너 사례가 소개됐다. 별도의 코파일럿 개러지(Copilot Garage)와 AI 핸즈온 랩(Hands-on Lab)에서는 실제 업무 시나리오에 코파일럿과 AI 에이전트를 적용하는 체험도 마련됐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오성미 AI 워크포스 GTM 디렉터는  “고객들이 실제 AI를 현업에 어떻게 도입해 어떤 성과를 만들고 있는지, 먼저 도입한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하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도록 베스트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AI 투어에 이어 약 5개월 만에 MS의 행사를 찾은 기자가 체감한 변화도 여기에 있었다.  전에는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앞에 있었다면, 이번에는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해 무엇이 달라졌는가” 그 결과가 전면에 나왔다.

최강림 한국MS 제조·모빌리티 총괄이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MS 인더스트리 서밋’에서 발표하고 있다.
2주가 45초로…AI ROI가 숫자로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LG전자다. LG전자는 사내 데이터와 지식을 활용하는 AI 에이전트 ‘찾다(CHATDA)’를 R&D 업무에 적용했다.

기존에는 제품 기획자나 연구원이 분석이 필요하면 전문 데이터 조직에 요청하고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생성형 AI와 사내 데이터를 연결하면서 현업 담당자가 자연어로 직접 질문하고 분석 결과를 얻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날 행사에서 소개된 사례에 따르면 분석 작업이 기존 약 2주에서 45초 수준으로 단축됐다. LG 전자는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과 엠씨피(MCP)를 활용해 ‘찾다 3.0’을 구축하며 개발 과정 자체를 AI 네이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45초’라는 숫자만이 아니다. 일을 수행하는 방식과 주체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전문가에게 분석을 요청하고 기다리던 현업 담당자가 이제 직접 데이터에 질문하고 결과를 얻는다.

아모레퍼시픽은  70여 년간 축적된 R&D 데이터를 AI가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연결했다. 기존 3명이 약 일주일간 수행하던 처방 분석 업무가 하루 수준으로 줄었다.

한화오션은 반복적인 총무 확인·문의 업무를 처리하는 AI 에이전트를 통해 연간 약 1만 3000시간의 업무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김은지 한화오션 책임은 “AI 확산의 최종 목적은 AI 사용률 자체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AI를 통해 실제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생산 현장의 ROI까지 숫자로 나오고 있다.

노르웨이 화학기업 야라(Yara)는 Azure 기반 디지털 트윈에 엔지니어링 문서, 3D 모델, 유지보수 이력과 실시간 운영 데이터를 연결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특정 엔지니어링 업무 효율이 최대 50% 향상됐고, 공장 가동 중단 이후 복구 속도는 최대 70% 개선됐다.

슈나이더 MS 엔지니어링 부사장이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MS 인더스트리 서밋’에서 발표 중 엔지니어와 함께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드론에 “불난 집부터 가”…AI가 화면 밖으로 나왔다
변화는 사무실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드론이 날고 있었다. 전문 조종사가 컨트롤러를 잡고 움직이는 방식이 아니었다. 사람이 자연어로 임무를 전달하면 AI가 이를 이해해 실행하는 시연이었다. 현장에서는 재난 상황을 가정했다.

“갈색 머리에 초록색 옷을 입은 사람을 찾아줘”

실종 신고가 접수된 사람의 특징을 말하자, AI가  여러 신고 내용을 토대로 수색 후보지를 정리, 우선순위를 제안한다. 소방대원 역할을 맡은 담당자가 “불난 집부터”라고 목표를 정하자 AI가 경로를 계획했다. 시연 중 담당자가 손을 떼고 있는 동안 드론은 자율주행을 하며 선택된 목적지를 향해 움직였다.

담당자는 드론을 RC카나 로봇으로도 대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음성으로 목표를 전달하고, 비전으로 현실을 인식하고, AI가 경로를 계획한 뒤 물리적인 기기가 실제 행동하는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 것이다. 이른바 ‘피지컬 AI(Physical AI)’다.

생성형 AI가 텍스트와 이미지 등 디지털 환경에서 결과물을 만들었다면, 피지컬 AI는 카메라와 센서 등을 통해 현실 세계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한 뒤 로봇이나 기계를 움직여 실제 행동으로 연결한다.

제조업에서 이 변화는 특히 중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날 제시한 제조 AI 전략 역시 데이터에서 출발해 보조, 최적화, 조율을 거쳐 자율 실행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구조를 그리고 있다.

다만 AI의 자율성이 커질수록 권한 통제와 인간의 개입 장치가 중요해진다. MS 측은 “처음부터 AI에 모든 권한을 부여하기보다 최소 권한부터 단계적으로 부여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람이 즉시 중단·복구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파일럿 개러지에서 포스터 디자인 시안을 만드는 모습
포스터 한 장 만드는 데도 보인다…‘업무의 중간 단계’가 사라진다
변화는 제조업처럼 거대한 산업 현장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나만의 AI 정비소’를 콘셉트로 마련된 코파일럿 개러지에서 기자는 행사 포스터를 만든다는 상황을 가정한 다음 실제 업무와 가까운 ‘마케팅’을 선택했다.

“밤새 코딩하는 어두운 분위기보다는 여러 사람이 모여 협업하는 느낌으로 만들어줘”라고 자연어로 설명하자, 코파일럿이 네 가지 시안을 만들었다.

여기까지라면 기존 생성형 AI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담당자가 보여주려 한 것은 이미지 생성 자체가 아니었다. 콘셉트를 정리하고, 시안을 만들고, 여러 결과물을 비교해 수정하고, 이후 이메일이나 팀즈(Teams) 메시지를 작성해 전달하는 업무의 앞뒤 단계가 하나의 흐름 안에서 이어졌다. 담당자는 같은 채팅 안에서 수정 작업까지 연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생성형 AI에서는 사람이 업무를 쪼갰다. 자료를 찾고, AI에 입력하고, 결과를 복사해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기고, 문서를 만든 뒤 다시 이메일을 작성했다. 에이전트가 파고드는 곳은 바로 이 ‘사이’다. AI가 결과물 하나를 만들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 단계까지 이어서 수행하는 AI다.

“사이버상의 살아있는 인턴”…코파일럿이 향하는 곳
이 흐름은 코파일럿의 다음 단계에서도 나타난다. 오성미 디렉터는 최근 공개된 코파일럿 변화 가운데 비개발자도 자연어로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이나 대시보드를 만드는 기능을 소개했다.

“이런 기능을 가진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줘”라고 자연어로 요청하면 개발 코드를 알지 못하는 실무자도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드는 방식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현장에서 설명한 ‘오토파일럿(Autopilot)’의 개념이다. 코파일럿이 이름 그대로 사람 옆에서 요청을 받아 움직이는 ‘부조종사’였다면, 오토파일럿은 일정한 업무 범위 내에서 지속적인 사람의 개입 없이 맡은 일을 수행하는 방향이다. 오 디렉터는 개인 비서를 예로 들었다.

“’나에게 오는 채팅을 먼저 읽고 처리 가능한 것은 1차 답변을 하고, 아닌 것만 나에게 알려줘’라고 요청하거나 미팅 요청이 들어오면 캘린더를 확인한 뒤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다른 시간을 제안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오 디렉터는 이를 기존의 채팅 기반 언어모델에서 더 나아간 “사이버상에 있는 정말 살아있는 인턴”처럼 일하는 개념이라고 표현했다.

빅테크가 AI를 장악한다면 스타트업의 기회는 어디에 있을까
여기서 스타트업 업계에는 또 다른 질문이 남는다. 오픈AI, 마이크로소트, 구글 같은 빅테크가 더 강력한 모델과 범용 에이전트를 내놓을수록 스타트업이 만들 수 있는 영역은 줄어드는 것일까.

이날 현장에서 확인한 기업 AI의 모습은 오히려 또 다른 시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더 똑똑한 챗봇만이 아니다. 자사 데이터를 이해하고, 실제 업무 프로세스를 알고, 기존 시스템과 연결돼 필요한 도구를 사용하면서도 허용된 권한 안에서 안전하게 일을 끝내는 AI가 필요하다. 이를 구현하려면 범용 모델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남는다.

기업 내부의 흩어진 데이터를 AI가 사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하고, 산업별 전문 지식을 이해시켜야 한다. ERP·CRM·그룹웨어·설비 등 기존 시스템과의 연동도 필요하다.  AI에 어느 수준까지 실행 권한을 부여할지, 결과를 어떻게 검증할지, 어느 지점에서 사람이 개입할지도 설계해야 한다. 특히 제조·금융·의료처럼 산업 전문성과 규제가 강한 분야로 갈수록 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이날 제조 세션에서 AI 도입의 핵심 요소로 도메인 전문성, 데이터 검증, 인간 전문가와 AI의 협업을 강조했다. 이는 에이전트 시대 스타트업의 기회가 단순히 ‘또 하나의 챗봇’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정 산업과 업무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기업의 데이터와 시스템을 연결해 AI가 실제 업무를 끝까지 수행하도록 만들 수 있느냐가 새로운 경쟁 영역이 될 수 있다.

피지컬 AI가 확산되면 시장은 소프트웨어 밖으로도 넓어진다. 카메라·센서·로봇·드론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AI가 이해하고 현실의 장비를 안전하게 움직이려면 비전·시뮬레이션·제어·엣지 컴퓨팅·안전 검증 등 다양한 기술이 함께 필요하다.

결국 다음 AI 시장의 승부처는 더 많은 답을 만들어내는 AI가 아니라, 실제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로 연결하는 AI에 있다. ‘AI를 도입했는가’를 넘어 ‘AI로 무엇을 바꿨는가’. 이번 행사에서 기업들이 보여준 ROI 숫자는 AI 경쟁의 질문이 이미 그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스타트업 생태계 기자단은 KAIA와 벤처스퀘어가 함께 운영하며 스타트업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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